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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난 나에게 넌 - 자전거 탄 풍경
<엽기적인 그녀>의 곽재용 감독이 돌아왔다. 차태현과 전지현 주연을 주연으로 내세워 당시 문화 코드였던 '엽기'를 영화 속에 이끌어오며 발랄한 신세대들의 사랑을 그려냈던 <엽기적인 그녀>는 젊은 층의 폭발적인 인기를 모아 <A. I.>, <진주만> 등 쟁쟁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을 제압하며 2000년 여름 흥행 왕좌의 자리에 올랐었다. 그가 2년만에 선보이는 <클래식>은 제목 그대로 고전적인 사랑이야기. 2대에 걸친 운명적인 사랑이야기가 아름다운 영상을 배경으로 애절하게 펼쳐진다.
단짝 친구인 수경의 남자친구 상민을 남몰래 좋아하는 지혜는 어느 날 집에서 상자 안에서 엄마 주희의 연애이야기가 적힌 책을 발견하게 된다.
1968년 여름... 방학을 맞아 시골 삼촌댁에 간 준하(조승우 분)는 그곳에서 성주희(손예진 분)를 만나, 한눈에 그녀에게 매료된다. 그런 주희가 자신에게만 은밀하게 '귀신 나오는 집'에 동행해줄 것을 부탁해온다. 흔쾌히 수락한 준하는 흥분된 마음을 가까스로 누르며 주희와의 약속 장소에 나간다. 그런데 갑작스런 소나기를 만나 배가 떠내려가면서 귀가 시간이 늦어지고, 이 일로 주희는 집안 어른에게 심한 꾸중을 듣고 수원으로 보내진다. 작별 인사도 못하고 헤어진 주희를 향한 준하의 마음은 안타깝기만 하다. 그렇게 방학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온 준하는 친구 태수에게 연애편지의 대필을 부탁받는데, 상대가 주희란 사실에 깜짝 놀란다. 하지만 태수에게 그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태수의 이름으로 자신의 마음을 담아 주희에게 편지를 쓴다.
이들 세 사람은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을 한다.
갈등하던 준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자원 입대하여 베트남전에 참전하여 전투를 벌이던 중 주희가 사랑의 증표로 준 선물(목걸이?)을 지키려다 부상당하고 실명하여 고국에 돌아온다. 그리고 자신의 처지를 주희에게 알리지 않고 살아가게 되는데...
아련한 향수를 자극하는 아름다운 영상. 그 영상에 걸맞는 과거의 달콤한 히트곡들을 배경음악으로 깔면서 <클래식>은 관객들을 한없는 감상에 빠지게 만든다. <엽기적인 그녀>에서 황순원의 '소나기'를 엽기적인 상상력으로 패러디했던 곽재용 감독은 '소나기'의 감성을 바탕으로 고전적인 사랑이야기를 완성해내었다. 곽재용 감독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성을 통해 긴장감을 부여하면서도 과거의 학창시절 에피소드에 더욱 공을 들여 관객들을 웃고 울린다. 준하와 태수, 주희의 학창 시절은 웃음이 섞인 유쾌함과 더불어 안타까움이 짙게 베인 애절함을 함께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다만 현재와 과거가 교차되며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현재의 드라마가 상대적으로 과거의 드라마에 비해 약해 현재의 드라마가 관객의 공감을 얻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 준하와 주희의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던 사랑이 현재에까지 이어지게 되는 이야기의 내용을 본다면 이러한 약점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클래식>은 무엇보다 두 주연배우 손예진과 조승우의 연기가 관객들을 사로잡을 영화다. <취화선>으로 데뷔해 <연애소설>까지만 해도 아직은 어설픈 연기를 선보였던 손예진은 주희와 지혜의 1인 2역을 맡아 무리없이 영화를 이끌어나가고 있고 조승우는 싱그러운 매력을 한껏 발산하며 관객들이 이들의 애절한 사랑이야기에 울고 웃을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주고 있다. 그동안 연기력을 인정받았음에도 흥행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던 조승우로써는 이번 기회 확실히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을 수 있을 듯. 태수 역을 맡아 영화 데뷔를 한 이기우도 신인답지 않은 안정된 연기로 이들을 뒷받침 하고 있다. 그러나 후반부 운명적인 사랑에 집착한 나머지 관객들의 공감을 얻기 힘든 에피소드가 이어지고 이로 인해 드라마가 늘어지기 시작해 적절한 생략으로 영화를 마무리해 여운을 남겼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클래식>은 남기고 있다.
(클래식 OST의 다른 곡 : 사랑하면 할수록/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