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聖枝)

2005. 3. 10. 오후 9: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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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聖枝)

 

어느 성당이든 마당이 있으면 대부분 측백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4월경에 꽃이 피는 측백나무는 사계절 푸른 나무로, 예로부터 신선이 되는 나무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측백나무 잎은 일년 중에 가장 거룩한 시기인 성주간 첫날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에 쓰입니다.

 

이 날은 예수님에게는 자신의 수난과 죽음을 예감하며 이스라엘의 중심지 예루살렘에 입성한 날이지만, 예루살렘 군중에게는 메시아를 맞이한 날입니다.  나귀를 타고 초라하게 입성하시는 예수님에게 군중은 "호산나, 다윗의 자손!" 이라 환호하며 승리의 상징인 종려나무를 흔들고, 길바닥에 옷을 벗어 깔며 최고의 존경심을 표했습니다.  그러나 군중은 얼마 후 예수님을 십자가형에 처하는 세력의 편에 서게 됩니다.

 

부활의 신비로 가는 길목에서 거쳐야 했던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기념하여 가톨릭에서는 4세기경부터 베다니아에서 올리브산을 거쳐 예루살렘으로 입성하는 예식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종려나무나 올리브나무가 자라지 않아, 측백나무 가지 곧 성지(聖枝)를 들고 행렬을 합니다.  신자들은 행렬을 하면서 수난과 죽음도 막지 못한 예수님의 길을 묵상합니다.  그리고 2천 년 전의 예루살렘 군중처럼 나도 예수님을 십자가형에 처하지는 않았는지, 자기 식대로 예수님을 판단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봅니다.

 

이 날 받은 성지는 집으로 가지고 가서 대부분 십자가 뒤에 걸어 놓습니다.  승리의 상징인 성지와 고난의 절정인 십자가가 한데 어우러지는 것입니다. 

고난과 사랑의 신비를 아주 가까이에 모시고 사는 것입니다.  알 듯 모를 듯한 이 신비 앞에서, 우리도예수님처럼 시련과 고난을 사랑으로 품어안을 수 있는 힘을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 <그대 지금 어디에 2005년3월호> 편집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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