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에서 새싹이....

2005. 1. 15. 오후 4:22:25

글자

(배경음악 : 우리가 어느 별에서 - 정호승시/안치환곡)

<고목에서 새싹이 - 묵동본당 김인숙 글라라 수녀님, ME동서울지역회보 "길동무" 2004년가을호>

 

  토마스와 카타리나 부부는 결혼 시작부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카타리나는 남편 토마스가 좋아 선택한 결혼이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살아보니 서로 다른 점들이 우후죽순처럼 나타났습니다.  삶 속에서 일치되지 않는 걸림돌 앞에서 이들은 당황하고 넘어지며, 쉽게 아물지 않는 상처를 주고 받았습니다.

 

  그런데   ME주말을 다녀온 후, 이들 부부의 변화된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나는 그 모습이 낮설기까지 했습니다.  그들은 타인 앞에서 다정스레 손을 잡고, 사랑하는 나의 남편 토마스는...., 사랑하는 나의 아내 카타리나는 .....하면서 서로 애정을 고백했습니다.  또 일상 안에서 반려자의 작은 배려에도 고마움을 표현했습니다.

 

  정말 그럴 것 같지 않은 토마스형제며, 속정은 깊으나 차갑기 그지없는 카타리나자매인데 말입니다.

 

  예전에 그들을 보며 ''부부로 산다는 게 참 쉽지 않다'' 는 걸 절감했던 내가 이젠 그들에게서 ''부부 사랑은 참으로 노력이구나'' 를 배웠습니다.

 

  카타리나와 토마스는 상황이 좋든 나쁘든 간에 꾸준히 개미사랑을 실천하며 사는 부부로 변했습니다.  자신들의 사랑을 가로막는 커다란 걸림돌을 개미의 부지런함과 인내로 그 걸림돌을 눈곱 만큼씩 잘게 부수어 제거하길 멈추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 부부 사랑의 고귀함과 감동을,

  찰떡 궁합으로 살아가는 부부에서가 아닌,

  전생부터 맺어진 천년의 사랑처럼 사는 부부에서가 아닌,

  토마스와 카타리나의 무진 노력하는 사랑에서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난 9월, 나는 ME 주말에 참석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열 다섯 쌍의 부부들은 2박3일 동안 오롯이 둘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마 신혼여행 외에 이런 기회는 대부분 처음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나는 이것만으로도  ME에 참석한 부부들은 참으로 의미있는 선택을 했으며, 또 부부 자신들을 위해 투자할 줄 아는 현명함에 뿌듯하기까지 했습니다.

 

  마지막 날 우리는 모두 울었습니다.

 

  평소에는 반려자에게 확인하고 표현하기엔, 미생물처럼 작고 예민하여

  그냥 접어두었 던 사연들을 펼치며,

  미처 너에게 못 다해준 사랑에,

  미처 깨닫지 못한 너의 사랑에,

  우리는 모두 " 내 탓이요" 참회를 하며 정직한 눈물을 흘릴 줄 알았습니다.

 

  옛 유행가 <아마도 빗물이겠지>라는 노래 가사중  <......사나이가 그까짓 것 사랑때문에/ 울기는 왜 울어/ 두 눈에 맺혀있는 이 눈물은/ 아마도 빗물이겠지>라며 자신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절대 빗물이라고 우겨대는 초라한 거짓말을 우리는 하지 않았습니다.

 

  부부는 알몸을 보여주어도 부끄럽지 않은 관계라고 합니다.  그러나 마음을 벗지 못한 육체적 결합은 자존심의 옷으로 가리기 마련입니다.  그런 부부를 부끄럽지 않은 관계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ME주말은 부부들이 마음을 가렸던 옷을 벗고 스스로 알몸이 되어 진정한 결합을 이루는 은총의 시간이었습니다.

 

  나는 ME주말에서 만난 연세 많으신 부부의 소감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 부부는 나무로 보자면 고목이지요.  그런데 그 고목에서 지금 새싹이 돋고 있습니다. ....... 솔직히 저의 심정은 ...... 내 마누라가 금방 죽을까봐 걱정입니다."   "저는 너무 마음이 조급해요.  우리 부부가 함께 할 남은 인생이 너무 짧을 것 같습니다.  왜 이제야 ME주말에 왔는지.... 안타까워요" 라는.

 

  나는 부부들에게 꼭 한 번 ME 주말에 다녀오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아무리 기회가 주어져도 내가 선택하지 않으면 기회는 지나가 버립니다.

 

  " ME는 문제 있는 부부들이 가는 거 아니예요?"   "시간이 없고.... 우리는 잘 살고 있어요..... "  했던 말들이 진정 모르고 한 실수였음을 2박3일을 보내면서 내내 깨닫게 되었습니다.

 

댓글 1

  • 2005년 1월 26일 오후 11:14

    실패와 좌절 다시 재결심.....가슴 저미는 참사랑을 찾아가는 것은 우리의 꿈입니다. 초대받았던 님이 다른 님들을 초대하는 사랑은 주님 사랑의 표지이며 우리의 소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