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대 활동을 좀 했다.
테너-총무- 부대장-성가대장-지휘자.....
이중 지휘자 노릇하며 겪은 많은 성가대원 중에 잊혀지지 않고 뇌리에 강하게 박혀있는 성가대원이 있다.
바로 허루시아(가명) 이다.
성가대에 온 것은 새 지휘자로 결정된 김빠뜨리시오가 어느 성가대에 부임하기로 하고 통화를 하자 큰 수녀님이 성가대를 급조한 그날이었다. 성가대가 유명무실한데 지휘자를 어렵게 섭외해서 구해 놨는데 ...지휘자가 전화로 물었다. 성가대 인원이 몇명이나 되요, 남자는요? 30명은 되야하는데요....
큰일났다고 생각한 큰 수녀님이 기지를 발휘했다. 마침 그날 수요일인데 저녁에 미사가 있었다. 미사후 레지오 단원은 모두 2층 성가대석으로 올라가라고 내 몰다시피 했다. 그날 레지오 단원이지만 성가대 경험이 전혀 없는 허루시아도 수녀님 명령을 거역하지 못하고 평생 처음 2층 성가대석에 조심스레 앉았다. 사실 오늘 모인 30 명 중 진짜 성가대원은 10 명 남짓이고 나머지는 급조하여 갖다놓은동원 병력(?) 이었다.
그런데 김빠뜨리시오가 눈치를 채고도 모른체...하고 1시간 30분간 성가연습을 시켰다.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오늘 하루만 성가대원 연출을 하려고 올라왔던 사람들이 모두 성가대원이 된 것이다. 그뿐이아니라 다른 사람을 데리고 오기도 했다.
"새로온 지휘자, 멋있는 분이데..."
"아주 쉽고 재밋게 가르치던데..."
이런 입소문이 날 정도였다.
허루시아도 그런 대원이어서 본인도 성가대원이 되고 친구 한 명을 성가대로 인도했다.
얼마나 예쁜지...
허루시아 남편은 군 법무관이었고 곧 전역하여 변호사 개업을 했다. 남 부러울것 없는 듯 보이는, 이 가정에도 그늘이 있었다. 다섯살짜리 외아들이 감기치료를 잘 못하여 거의 식물인간이 된것이다. 그래서 성가연습이나 주일이면 남편이 아이를 보호하고 남편이 중요한 모임이 있는 날이면 아이를 성가대에 데리고 온다.
문제는 이 아이가 호흡만 정상이지 의식을 잃고있으며 밥은 먹여주는 대로 다 받아 먹으므로 신체는 정상 발육한다. 남자 아이를 업고 와서 성가대석 옆에 뉘어 놓고 성가연습을 한다.
아들이 행동을 전혀 못하는 의식불명인데 성가대에 업고와서 그야말로 기도하는 마음으로 성가를 배우고 봉헌한다. 기도 내용은 모르겠으나 평소 말하는 것으로 보아 돈을 많이 벌어서 미국에 가서 치료하겠다는 믿음이었다. 그 과정에서 성가대 활동은 큰 힘이 되었다.
허루시아는 김빠뜨리시오가 성가대를 떠나는 날까지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후로 소식은 끊겼지만 사랑하는 장애 아들과 함께 치유의 기적을 믿으며 어디에선가 성가대 활동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
허루시아....
강렬한 인상이 남아있는 성가대원이다.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 김빠뜨리시오님의 글 中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