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ⅵ] 수 난
19. 최후의 만찬 (과월절 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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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어리둥절한 세 사람은 일어난다... 올리브 나무, 달, 밤꾀꼬리, 산들바람, 평화... 그 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들은 말없이 예수를 따라온다. 여덟 사람은 꺼진 불 곁에서 다소간 잠들어 있다.
“일어들나거라!” 하고 예수께서 고함치신다.
“사탄이 오는 동안 결코 자지 않는 자 사탄과 그 추종자들에게 하느님의 아들들은 자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어라.”
“예, 그러겠습니다. 선생님.”
“사탄이 어디 있습니까, 선생님?”
“나 예수는...”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그리고 확실치 않은 질문과 대답이 오가는 동안 그들은 겉옷을 다시 입는다... 유다의 지휘를 받으며 조용한 작은 장소에 불을 붙인 많은 횃불로 환하게 비추면서 쏟아져 들어오는 순라꾼들의 무리 앞에 겨우 질서있게 나타날 만한 이유밖에는 없었다. 그들은 병정으로 가장한 산적 무리와 같았고, 악마와 같은 웃음으로 보기 흉하게 되는 도형수(徒刑囚)와 같은 얼굴들이었다. 성전의 열성분자들도 몇 명이 있다.
사도들은 모두 한편 구석으로 몰려 간다. 베드로가 앞에 있고 다른 사람들은 뒤에 몰려 있다. 예수께서는 계시던 곳에 그대로 계시다.
유다는 다시 그분의 가장 좋은 시절의 빛나는 눈이 된 예수의 시선과 맞서서 쳐다보며 다가온다. 얼굴도 숙이지 않는다. 오히려 하이에나와 같은 미소를 지으며 가까이 와서 예수이 오른쪽 빰에 입맞춘다.
“벗아, 그래 무엇을 하러 왔느냐? 너는 입맞춤으로 나를 잡아 넘기느냐?”
예수께서는 스승의 위엄을 가지고 처음 말씀을 하신 다음 어떤 불행을 감수하는 사람의 몹시 슬퍼하는 어조를 쓰신다.
유다는 잠시 머리를 숙였다가 다시 든다... 비난에도 뉘우침에 대한 일체의 권고에도 무감각인 채.
병정들은 소리를 지르면서 밧줄과 몽둥이들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오며 그리스도 외에 사도들도 붙잡으려고 한다. 물론 가리옷의 유다는 빼놓고.
“누구를 찾소?” 하고 예수께서는 침착하고 장엄하게 물으신다.
“나자렛 사람 예수요.”
“내가 그요!"”
예수의 목소리는 우뢰와 같다. 살인자인 세상 앞에서, 무죄한 사람들의 세상 앞에서, 자연과 별들 앞에서 예수께서는 자신만만하고 성실하고 공개적인 이 증언을 당신 자신에게 하신다.
예수께서 벼락을 내리치셨더라도 그보다 더한 일을 하지 못하셨을 것이다. 모두가 낫으로 베는 밀이삭 다발처럼 쓰러진다. 서 있는 사람은 유다와 예수와 사도들 뿐이다. 사도들은 병사들이 쓰러지는 광경을 보고 용기가 다시 살아나 예수께로 가까이 오면서 어떻게나 노골적으로 유다를 위협하였던지, 유다는 때맞게 껑충 뛰어 시몬의 명인다운 칼솜씨를 피하게 되었다. 검으로 무장하지 않은 사도들이 뒤에서 던지는 쓸데없는 돌팔매와 몽둥이에 쫓기며 유다는 키드론 개울 저 쪽으로 도망쳐 어떤 어두운 골목길로 사라진다.
“일어들 나시오. 다시 묻지만 누구를 찾소?”
“..나자렛 사람 예수요.”
“나라고 당신들에게 말하였소” 하고 예수께서는 부드럽게 말씀하신다. 그렇다. 부드럽게.
“그러면 이 다른 사람들은 가만 내버려 두시오. 내가 가겠소. 검과 몽둥이들을 내려놓으시오. 나는 도둑이 아니오. 나는 항상 당신들과 같이 있었소. 왜 그때 나를 붙잡지 않았소? 그러나 지금은 당신들의 때이고 사탄의 때요...”
예수께서 말씀하시는 동안 베드로는 예수를 묶으려고 벌써 밧줄을 내미는 사람에게 가까이 가서 서투른 칼질을 한다. 칼끝을 썻더라면 양처럼 그의 목을 땄을 것이다. 베드로는 그 사람의 귀를 자르기만 하였는데, 그 귀는 매달린 채 많은 피를 흘린다. 그 사람은 죽는다고 부르짖는다. 앞으로 나오려는 자들과 번쩍거리는 검들과 단도들을 보고 겁을 먹은 자들 사이에 약간의 혼란이 일어난다.
“그 무기들을 내려 놓아라. 명령이다. 만일 내가 원하면 나를 지킬 하느님의 천사들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나으시오. 할 수 있으면 우선 당신의 영혼이 낫기 바라오.” 그리고 밧줄을 향하여 손을 내미시기 전에 귀를 만져 고쳐 주신다.
사도들은 무질서한 비명들을 지른다... 그렇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유감스럽게 여기지만, 사실이 그렇다. 어떤 사람은 이 말을, 어떤 사람은 저 말을 한다. 한 사람이 “선생님은 우리는 저버리셨습니다.” 하고 말하면 또한 사람은 “아니 선생님이 미치셨어!” 하고 외치고, 또 한 사람은 “그러니 누가 선생님을 믿을 수 있습니까?” 하고 외친다. 소리지르지 않는 사람은 도망친다...
그래서 예수께서 혼자 계시다... 혼자서 병정들과 같이... 이리하여 길이 시작된다.
출처:21. 게쎄마니에서의 번민과 잡히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