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재판, 채찍질[1]

2018. 12. 5. 오전 8:12:37

글자

 

[ⅵ] 수 난


22. 여러 가지 재판, 채찍질


예수께서 붙잡히신 작은 광장에서 키드론 개울로 가는 돌이 많은 작은 길, 그리고 키드론 개울에서 시내 쪽으로 가는 길로 고통스러운 걸음이 시작된다. 그리고 즉시 조롱과 학대가 시작된다.

예수께서는 마치 위험한 미친 사람이기나 한 것처럼 손목과 허리까지 밧줄로 묶이시고 그 끝이 증오에 취하다시피한 열광자들에게 맡겨져 있으므로 성난 개떼에게 넘겨 준 걸레처럼 이쪽 저쪽으로 끌려가신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자들이 자라면 그래도 용서할 만할 것이다. 그런데 그자들이 비록 외양으로 밖에는 인간다운 것이 없지만 그래도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고통을 더 주기 위하여 밧줄을 반대로 매서 하나는 손목만 꼼짝 못하게 하여 할퀴고 까칠까칠한 마찰로 톱질을 하며, 허리를 묶은 또 하나의 밧줄은 팔꿈치를 흉곽에 대고 밀어 붙여 간과 콩팥을 몹시 괴롭히면서 배 위쪽을 톱질하고 죄며, 거기에 큰 매듭을 만들어 놓았고, 밧줄 끝을 쥐고 있는 자가 가끔 밧줄 끝을 채찍처럼 써서 때리며 이렇게 말한다. “이랴! 가! 빨리가, 이 바보야!” 그러면서 고문당하는 분의 오금을 발길로 차기도 하니 그분은 비틀거리시는데, 다만 넘어지지 않으시는 것은 밧줄로 서 있도록 지탱이 되시기 때문이다. 그래도 손을 맡은 자가 오른쪽으로 끌고 하는 바람에 예수께서는 낮은 담장과 나무줄기에 부딪치시고, 키드론 개울에 놓인 작은 다리를 건너시려는 순간에 심한 매를 맞으신 것 때문에 예수께서는 작은 다리의 난간에 탁 쓰러지신다. 타박상을 입은 입에서 피가 난다. 예수께서는 수염을 더럽히는 피를 씻으시려고 묶인 손을 드시며 말씀을 안 하신다. 그분은 참으로 자기를 몹시 괴롭히는 사람을 물지 않는 어린 양과 같다.

그 동안 사람들은 개울 모래톱에 내려가서 돌과 조약돌들을 주워, 밑에서는 맞히기 쉬운 과녁을 향하여 돌팔매질이 시작된다. 과연 행렬은 사람들이 서로 거북하게 하여 몰려 있는 좁고 별로 안전하지 못한 다리 위에서 느려졌고, 돌들이 예수의 머리와 어깨를 때린다. 그리고 예수뿐 아니라 예수를 호송하는 자들도 때리니 그들은 몽둥이를 내지르고 바로 그 돌들을 던져 반항한다. 그리고 모든 것이 다시 예수의 머리와 목을 때리는 데 소용된다. 그러나 다리에서 사람들이 빠져 나오고 이제는 좁은 골목길이 뒤섞인 군중 위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것은 달이 기울기 시작하여 이 구불구불한 오솔길을 비추지 못하고, 또 혼잡한 가운데 많은 횃불이 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엾은 박해받는 이를 보는 데에는 증오가 빛을 대신하고, 또 예수의 큰 키가 고문을 쉽게 하기도 한다. 예수께서 모든 사람 중에서 제일 크시다. 그러므로 그분을 때리기가 쉽고 머리를 잡아채서 난폭하게 뒤로 젖히기가 쉽다. 그 얼굴에다 오물 한 줌을 던지니 그것이 자연 예수의 입과 눈으로 들어가서 구역질을 나게 하고 괴로움을 준다.

이제는 예수께서 그렇게도 많은 은혜를 베푸시고 애무를 하여 주신 변두리 동네인 오벨 변두리를 지나가기 시작한다. 군중은 소리를 질러 자는 사람들을 문지방으로 불러낸다. 여자들은 일어나고 있는 일을 보고 고통의 비명을 지르며 무서워서 달아나는데, 남자들은 그분에게서 병나음이나 도움을 받거나 친절한 말을 들었던 그 남자들 적어도 태평한 체하면서 무관심으로 머리를 숙이거나 호기심에서 원한과 냉소와 위협의 몸짓으로 옮겨가고 고통을 주기 위하여 행렬을 따라가기도 한다. 사탄이 벌써 일을 시작하였다‥‥.

예수께 모욕을 주기 위하여 그분을 따라가려고 하는 남자들, 그의 아내가 팔을 붙잡으며 부르짖는다. “비겁해요! 당신이 살아 있는 건 그분 덕택인데, 당신은 속이 썩어 문드러진 밉살스런 사람이에요. 잘 기억해둬요!” 그러나 여자는 그를 땅바닥에 내동댕이치면서 무지막지하게 때리는 남자에게 못 견딘다. 그리고 남자는 박해받는 이를 따라잡으려고 뛰어와서 그분의 머리에 돌을 하나 던진다.

나이든 다른 여인은 하이에나와 같은 얼굴을 하고 저도 매를 때리려고 몽둥이를 들고 달려가는 아들의 길을 막으려고 애쓰며 외친다. “네 구세주를 죽이는 놈아,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그렇게 못한다!” 그러나 불쌍한 그 여인은 아들의 거칠은 발길질로 인하여 쓰러지며 부르짖는다. “하느님을 죽이고 어미를 죽이는 놈아! 네가 두 번째 찢어놓는 어미의 가슴과 네가 때리는 메시아 때문에 저주를 받아라!”

시내가 가까워질수록 난폭함은 점점 더해 간다.

성곽에 도착하기 전에그런데 성문들은 벌써 열려 있고 로마 군인들은 무기를 발치에 내려놓고 소란이 어디에서 오는지 어떻게 진전하는지 살펴보며 로마의 위신이 손상되면 개입할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요한은 베드로와 같이 거기에 와 있다. 나는 이들이 다리 상류에서 키드론 개울을 건너 지름길로 해서 제 걸음걸이를 스스로 방해하면서 천천히 가는 군중을 빨리 앞서서 거기 도착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들은 성곽 못 미쳐 작은 광장 근처에 있는 어떤 집 입구의 어슴푸레한 빛 속에 있다. 그들은 얼굴을 가리기 위하여 겉옷을 머리까지 뒤집어쓰고 있다.

그러나 예수께서 도착하시자 요한은 그의 겉옷이 흘러내려 오게 내버려두어 성곽 저쪽에 있는, 그리고 예수를 잡은 순라군들이 토펫이라고 부르는 것을 내가 들은 야산 뒤로 사라지기 전에 아직 비추고 있는 달빛에 그의 창백하고 당황한 얼굴을 드러낸다. 베드로는 감히 얼굴을 드러내지 못한다. 그러나 예수의 눈에 띄려고 앞으로 나아간다‥‥예수께서는 그들을 바라다보시고‥‥무한히 인자한 미소를 지으신다. 베드로는 손을 눈에 대고 그가 있던 어두컴컴한 구석으로 돌아가는데, 몸이 구부정하고 늙어서 벌써 하나의 나약한 사람이다. 요한은 있던 자리에 용감하게 그대로 있다가 요란스러운 군중이 지나간 다음에야 비로소 베드로 있는 곳으로 도로 간다. 그는 베드로의 팔꿈치를 붙잡고 마치 앞못보는 아버지를 인도하는 소년인 것처럼 그를 인도하여, 두 사람은 요란스러운 군중의 뒤를 따라 시내로 들어간다.

놀라거나 조롱하거나 몹시 슬퍼하는 로마 군인들의 부르짖음이 들려온다. 그중 한 사람은 이 “바보 같은 유순한 사람” 때문에 그를 일어나게 한 자들을 저주하고, 또 한사람은 “계집애 같은 녀석을 잡을” 수 있는 유다인들을 저주하고, 또 한 군인은 “그가 늘 지극히 착한 사람인 것을 본” 희생자를 불쌍히 여기고, 또 한 군인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저분이 그들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을 보기보다는 오히려 나를 죽여주는 것을 더 낫게 여기겠다. 저분은 위인이니까. 내 숭배가 가는 것은 이 세상에 이 두 가지다. 저분과 로마.”

“아이고!” 하고 계급이 가장 높은 군인이 외친다. “나는 귀찮은 일은 싫다. 나는 연대 기수(旗手)를 만나러 가겠다. 그가 권리 있는 사람에게 말할 생각을 하라지. 나는 게르만인들과 싸우라고 보내지고 싶지는 않다. 이 히브리인들은 냄새가 나쁘고 뱀과 같은 자들이고 귀찮은 존재들이다. 하지만 이곳 생활은 안전하니 여기서 내 근무연한을 마칠 생각이다. 그리고 폼페이 근처에는 내 어린 딸이 있단 말이야!‥‥

나는 성전으로 가는 비탈진 에움길이 된 길로 나아가시는 예수를 따라 가느라고 나머지 말은 놓쳤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예수를 데려 가려고 하는 안나의 집을 보니 시온 언덕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성전이라는 이 미궁(迷宮) 속에 들어 있기도 하고 들어 있지 않기도 하다는 것을 이해하겠다. 그 집은 시온 언덕 끝 일련의 성곽이 있는 근처에 있는데, 성곽들은 이 곳에서부터 회랑들과 마당으로 이어지며 언덕 중턱을 거쳐 뻗어 엄밀한 의미의 성전, 즉 이스라엘 사람들이 그들의 예배의 여러 가지 표시를 하기 위하여 가는 성전의 구내에 이른다. 담에는 쇠를 입힌 높은 대문이 나 있다. 그 대문 쪽으로 자원해서 나선 잔인한 사람들이 달려가서 난폭하게 두드린다. 대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그들은 문을 열려고 온 하녀를 쓰러뜨리고 거의 밟다시피 하면서 안으로 몰려들어가, 아우성치는 군중이 잡히신 분을 에워싸고 들어갈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 놓는다. 그리고 들어가서는 대문을 닫고 빗장을 지른다. 아마 로마나 나자렛 사람의 지지자들이 무서워서 그러는 모양이다.

그분의 지지자들! 그들은 어디 있는가?‥‥

그들은 입구의 안마당을 가로질러 간 다음 넓은 마당과 통로와 또 다른 문과 또 다른 마당을 건너가, 예수를 끌고 세 단을 올라가게 하고 마당위로 우뚝 솟은 홍예문들을 거의 뛰다시피하며 건너지르게 한다. 그것은 어떤 으리으리한 넒은 방에 더 빨리 도착하기 위해서였는데, 그 방에는 제관 옷을 입은 나이 든 사람이 있다.

“안나여, 하느님이 당신을 위로하시기 바랍니다.”하고 장교 같은 자가 말한다. 저 악당들을 지휘하는 불량배를 그렇게 부를 수 있다면 말이다. “여기 죄인을 데려왔습니다. 나는 이스라엘이 죄를 깨끗이 씻을 수 있도록 그를 성하께 바칩니다.”

“하느님께서 그대의 총명과 믿음 때문에 그대에게 축복을 주시기 바라오.”

하찮은 총명도 다 있다! 예수의 목소리만 듣고도 그들은 게쎄마니에서 땅에 쓰러졌던 것이다.

“당신은 누구요?”

“나자렛 사람 예수, 선생이고 그리스도요. 그리고 당신이 나를 알고 있소. 나는 어둠 속에서 행동하지 않았소.”

“어둠 속에서 행동하지는 않았소. 맞았소. 하지만 당신은 엉큼한 가르침으로 군중들에게 길을 잘못 들게 하였소. 성전은 아브라함의 자손들의 영혼을 보호할 권리와 의무가 있소.”

“영혼! 이스라엘의 사제, 당신은 이 백성의 가장 보잘 것 없는 자가 가장 위대한 사람의 영혼을 위하여 고통을 당했다고 말 할 수 있소?”

“그러면 당신은? 고통이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을 한 것이 무엇이오?”

“내가 무엇을 했느냐구요? 왜 그것을 나에게 묻소? 이스라엘 전체가 거기 대하여 말하고 있소. 성도(聖都)에서 가장 하찮은 마을에 이르기까지 돌들조차 내가 무엇을 하였는지 전하려고 말을 하오. 나는 소경들의 눈을 뜨게 하였소. 육체의 눈과 마음의 눈을. 나는 귀먹었던 사람들의 귀를 뚫어 땅의 목소리와 하늘의 목소리를 듣게 하였소. 나는 불구자와 중풍환자들을 걷게 하여 우선 육체로 하느님을 향하여 걸어가고, 다음에는 정신으로 앞으로 나아가게 하였소. 나는 나환자들을 깨끗하게 하였소. 모세의 율법에 특기된 나병과 하느님 곁에서 지저분하게 만드는 나병, 즉 죄를 깨끗이 씻어 주었소. 나는 죽은 사람들을 다시 살렸소. 나는 육체를 다시 살아나게 하는 것을 위대한 일이라고 말하지는 않소. 그러나 죄인을 구해 내는 것은 위대한 일이고, 나는 그것을 하였소. 나는 탐욕스럽고 돈 많은 히브리 사람들에게 이웃에 대한 사랑의 거룩한 계명을 가르침으로써, 그리고 많은 황금이 내 손을 거쳐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대로 있음으로써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였고, 재산을 가지고 있는 당신 모두들보다도 나 혼자서 더 많은 눈물을 닦아주었소.

끝으로 나는 이름이 없는 재물, 즉 계율에 대한 지식, 하느님에 대한 지식과 우리 모두가 평등하고, 아버지의 거룩하신 눈으로 보실 때에는 눈물이나 죄악이 분봉왕이나 대사제가 흘리고 저질렀거나 거지와 길가에서 죽어 가는 나환자가 흘리고 저질렀거나 평등하다는 확신을 주었소. 내가 한 것은 이것이고, 그 이상은 아무 것도 없소.”

“당신이 당신 자신을 고발한다는 것을 아오? 당신은 하느님의 눈에 사람들을 지저분하게 만드는 나병들이 모세에 의하여 특기되지 않았다고 말했소. 당신은 모세를 모욕하고 그의 율법에 결함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오‥‥.”

“모세의 율법이 아니라 하느님의 율법이오. 그것은 사실이오. 육체의 불행이 끝이 있는 나병보다도 정신의 불행이고 또 영원한 불행인 죄가 더 중대하다고, 그만큼 더 중대하다고 언명하오.”

“당신은 감히 죄를 사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하오?”

“깨끗하게 하는 약간의 물과 수양을 제물로 바치는 것으로 죄를 무효로 하고 그것을 갚고 그것에서 깨끗해지도록 허락되고 또 그렇게 믿을 만한데, 어떻게 내 눈물과 내 피와 내 의지가 그렇게 할 수 없겠소?”

“당신이 죽지 않았는데, 피가 어디 있단 말이오?”

“내가 아직은 죽지 않았소. 그러나 그렇게 기록되어 있으므로 죽을 것이오. 시온이 존재하지 않을 때, 모세가 없을 때, 야곱이 있지 않을 때, 아브라함이 있지 않을 때, 악의 왕이 사람의 심장을 물어 그와 그의 자손들에게 해독을 줄 때에 하늘에 기록되었소. 땅에서는 예언자들의 말이 들어 있는 성서에 기록되어 있소. 사람들의 마음속에 기록되어 있소. 당신의 마음속에, 가야파와 최고회의 의원들의 마음속에 기록되어 있소. 나를 용서하지 않는 마음들이오. 그렇소. 이 마음들은 내가 착한 것을 용서하지 않소. 나는 내 피를 미리 써서 죄를 사하였소. 이제 나는 이 피에 목욕하는 것으로 사죄를 완성하오.”

“당신은 우리더러 탐욕스럽고 사랑의 계명을 모른다고 말하는데‥‥.”

“그래 그것이 사실이 아니란 말이오? 당신들은 왜 나를 죽이시오? 왜 내가 당신들의 지위를 빼앗을까봐 겁을 내시오? 오! 겁내지 마시오. 나의 나라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니오. 나는 당신들이 어떤 권력이든지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두오. 영원하신 분은 당신들을 즉사시켜 쓰러지게 할 ‘그만하면 됐다’하는 말을 언제 해야 할지를 알고 계시오‥‥.”

“도라처럼 말이오, 응?”

“그 사람은 하늘의 격노로 죽은 것이 아니고 성이 나서 죽었소. 하느님께서 그에게 벼락을 내리시려고 저편에서 기다리고 계셨소.”

“그래 당신은 그 친척인 내게 그 말을 되풀이한단 말이오? 감히?”

“나는 진리요, 진리는 결코 비겁하지 않소.”

“교만하고 미친 자!”

“아니오, 진실한 것이오. 당신은 내가 당신들을 모욕한다고 비난하지만, 혹 당신들은 모두 서로 미워하지 않소? 당신들은 서로 미워하오. 지금은 나에게 대한 증오가 당신들을 일치시키고 있소. 그러나 내일 나를 죽이고 난 다음에도 증오가 당신들 가운데 다시 올 것이고, 더 사납게 되어 올 것이오. 그래서 당신들은 그 하이에나를 등에 업고 그 뱀을 마음에 간직하고 살 것이오. 나는 세상을 불쌍히 여겨 사랑을 가르쳤소. 나는 탐욕하지 말고 불쌍히 여기라고 가르쳤소. 무엇을 잘못했다고 나를 비난하오?”

“새 교리를 가져왔다고 비난하는 것이오.”

“오, 사제 양반! 이스라엘에는 새로운 교리가 우글거리고 있소. 에세파 사람들은 그들의 교리를, 사두가이파 사람들은 그들의 교리를,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그들의 교리를 가지고 있고, 각자가 비밀의 교리를 가지고 있는데, 어떤 사람의 경우에는 그것이 쾌락이라고 불리고, 어떤 사람의 경우에는 황금이라고, 또 어떤 사람의 경우에는 권력이라고 불리는 것이오. 각자가 그의 우상을 가지고 있소. 나는 그렇지 않소. 나는 영원하신 하느님 내 아버지의 짓밟힌 율법을 다시 가지고 그저 십계명의 열 가지 명제를 말하려고 다시 왔소. 그것들을 이제는 알지 못하게 된 사람들의 마음속에 집어넣기 위하여 내 폐를 말리다시피 하였소.”

“끔찍한 일이고, 하느님을 모독하는 말이오! 사제인 나에게 그 말을 한단 말이오? 이스라엘에는 성전이 없단 말이오? 우리는 바빌론에서 귀양살이하는 사람 같단 말이오? 대답하시오.”

“당신들은 그런 사람들이고, 그보다 한층 더한 사람들이오. 성전이 있기는 하오. 그렇소. 건물은 있지요. 그러나 하느님은 거기 안 계시오. 하느님께서는 당신 집에 있는 가증스런 반종교적인 것을 보시고 피하셨소. 내 죽음이 결정되었는데 왜 이러한 말을 묻는 것이오?”

“우리는 암살자가 아니오. 우리는 증명된 죄에 대하여 우리가 그렇게 할 권리가 있으면 죽이오. 하지만 나는 구하고 싶소. 말하시오. 그러면 당신을 구해 주겠소. 당신 제자들이 어디에 있소? 당신이 제자들을 내게 넘겨 주면 당신을 풀어 주겠소. 모든 제자의 이름을, 그리고 알려진 제자들보다도 비밀의 제자들을 더 말이오. 말해 보시오. 니고데모는 당신 편이지요? 또 요셉도? 엘르아잘도? 가믈리엘도? 그리고‥‥하지만 가믈리엘에 대하여는 내가 알고 있소‥‥ 그러니 필요없소. 말하시오. 말해요. 당신은 내가 당신을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소. 나는 힘이 있소.”

“당신은 진흙같은 사람이오. 나는 진흙같은 사람에게 밀정의 직업을 그대로 맡겨두겠소. 나는 빛이오.”

경비원 하나가 예수를 주먹으로 한 대 친다.

“나는 빛이오. 빛이고 진리요. 나는 세상 사람들에게 공공연하게 말하였고 유다 인들이 모이는 회당과 성전에서 가르쳤으며 비밀리에 말한 것은 아무 것도 없소. 거듭 말하지만 왜 내게 질문을 하오? 내가 말한 것을 들은 사람들에게 물어보시오. 그들이 내가 한 말을 알고 있소.”

다른 경비원 하나가 예수의 뺨을 치면서 이렇게 말한다. “대제관께 그렇게 대답한단 말이냐?”

“나는 안나에게 말하고 있소. 대제관은 가야파요. 나는 노인께 마땅히 드려야 하는 경의를 가지고 말하고 있소. 그러나 당신 생각에 내가 말을 잘못한 것 같거든 그것을 증명하시오. 그렇지 않으면 왜 나를 치오?”

“가만들 두어라. 내가 가야파를 만나러 가겠다. 너희들은 내가 달리 결정할 때까지 여기서 그를 지키고 있어라. 그리고 아무에게도 말을 못하게 하여라.” 안나가 나간다.

예수께서는 말씀을 안 하신다. 그렇다. 말씀이 없다. 경비원 모두를 무서워하지 않고 감히 문간에 그대로 남아 있는 요한에게 조차도 말씀을 안 하신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말씀 없이도 그에게 명령을 주시는 것이 틀림없다. 그것은 요한이 매우 괴로워하는 눈길을 보이고 나서 거기에서 나갔고 그래서 내가 그를 보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예수께서는 간수들 가운데 남아 계시다. 밧줄로 치고, 침을 뱉고, 욕설을 퍼붓고, 발길질을 하고, 머리칼을 잡아 뽑고, 하인 하나가 와서 잡힌 사람을 가야파의 집으로 데려오라고 말하는 순간까지 예수께 남아 있는 것은 이런 것이었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여전히 결박을 당하신 채 매를 맞으시며 다시 회랑들 밑으로 나오시어 그것들을 지나 어느 출입문까지 가신 다음, 금요일 새벽이 시작되면서 밤이 추워지고 바람이 불기 때문에 많은 무리가 불을 피워 놓고 몸을 녹이는 마당을 건너질러 가신다. 베드로도 요한과 같이 적의를 품은 무리에 섞여 있는데, 그곳에 그대로 있는 것을 보니 상당한 용기가 있음이 틀림없다‥‥예수께서는 그들을 바라보시며 매를 맞아 벌써 부어오른 입에 약간의 미소를 띠신다.


회랑과 안뜰과 마당과 복도들을 거쳐가는 먼길이다. 그러나 성전 사람들은 어떤 집들을 가지고 있었던가?

대제관 집 울타리 안에는 군중이 들어가지 못한다. 그래서 안나의 집 안 뜰로 다시 밀려나온다. 예수만이 홀로 경비병들과 사제들 사이로 걸어가신다. 예수께서는 큰방으로 들어가시는데, 그 방은 한가운데에 공간을 남겨놓고 세 쪽에 말굽쇠 모양으로 배치된 많은 의자들 때문에 그 장방형 형태를 잃은 것 같다. 공간 저 쪽에는 단 위에 올려놓은 안락의자 두세 개가 있다.

예수께서 들어가려고 하시는데 유다인들의 스승 가믈리엘이 예수 계신데로 왔다. 간수들은 이스라엘의 스승에게 들어갈 자리를 내 주라고 잡힌 이에게 매질을 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스승은 석상같이 뻣뻣하고 엄숙하게 발걸음을 늦추고는 아무도 쳐다보지 않은 채 겨우 입술만을 움직여 “당신은 누구요? 말해 주시오”하고 말한다. 그러니까 예수께서는 부드럽게 “예언서들을 읽으시오. 그러면 해답을 얻을 것입니다. 첫째 표시는 예언서들에 있소. 다른 표시는 이제 올 것이오.”하고 말씀하신다.

가믈리엘은 겉옷을 여미며 들어가고 그의 뒤로 예수께서 들어가신다. 가믈리엘이 자리에 가서 앉는 동안 사람들은 예수를 방 한가운데로, 대제관 앞에 끌고 간다. 그는 진짜 살인범 같은 얼굴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최고회의 의원들이 모두 들어오기를 기다린다. 그런 다음 회의가 시작된다. 그러나 가야파는 두세 군데 빈 의자를 보고 묻는다.

“엘르아잘은 어디 있소? 또 요한은 어디 있고?”

젊은 율법학자라고 생각되는 사람이 일어나 몸을 굽히면서 말한다. “그분들은 오기를 거절했습니다. 여기 편지가 있습니다.”

“그것을 보관하고 기록하도록 하시오. 그들이 거기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이오. 이 회의의 거룩한 의원들은 이 사람 문제에 대하여 무슨 할 말이 있습니까?”

“내가 말하겠습니다. 내 집에서 저 사람은 안식일을 위반했습니다. 하느님을 두고 맹세하지만 나는 거짓말을 안 합니다. 이스마엘 벤 파비는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피고, 이것이 사실이오?”

예수께서는 말씀을 안 하신다.

“나는 저 사람이 저명한 창녀들과 사는 것을 보았습니다. 예언자인 체 하면서 저 사람은 그의 소굴을 창가(娼家)로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한 술 더 떠서 이방인 여자들을 가지고 말입니다. 나하고 같이 사독과 콜라세보나와 안나의 피신탁자인 나훔도 있었습니다. 내 말이 반박되어 마땅하면 반박을 하시오.”

“사실입니다. 사실이에요.”

“당신은 뭐라고 말하겠소?”

예수께서는 말씀을 안 하신다.

“저 사람은 우리를 조롱하고 조롱하게 만들 기회는 놓치질 않았습니다. 천민들이 저 사람 때문에 우리를 이제는 사랑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저 사람들의 말이 들리오? 당신은 거룩한 의원들을 모독하였소.”

예수께서는 말씀을 안 하신다.

“이 사람은 마귀가 들렸습니다. 에집트에서 돌아와서 마술을 행합니다.”

“어떻게 그것을 증명하시오?”

“내 믿음과 율법의 판(板)을 걸고 맹세합니다.”

“중대한 고발이오. 변명을 하시오.” 예수께서는 말씀을 안 하신다.

“당신의 직무는 불법이오. 당신도 그것을 알고 있소. 그 죄 죽어 마땅한 것이오. 말하시오.”

“우리가 하고 있는 이 회의가 불법이오. 시므온, 일어나거라, 가자” 하고 가믈리엘이 말한다.

“아니 선생님, 미치셨습니까?”

“나는 규칙을 존중하오. 우리가 행동하는 것과 같이 행동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오.” 이렇게 말하고 스승 가믈리엘은 석상과 같이 뻣뻣한 자세로 나가는데, 그를 닮은 서른 다섯 살 가량의 남자가 뒤를 따른다.

약간의 동요가 있는데, 그것을 이용하여 니고데모와 요셉은 박해받는 이에게 유리하게 말한다.

“가믈리엘의 말이 옳소. 시간도 장소도 불법이오. 그리고 고발들이 신빙성이 없소. 저분이 율법을 명백히 무시했다고 고발할 수 있는 사람이 있소? 나는 저분의 친구인데, 나는 저분이 항상 율법을 존중하는 것을 보았다고 맹세하오.” 이렇게 니고데모가 말한다.

“나도 그렇소. 그리고 죄악에 찬동하지 않기 위하여 머리를 가리오. 저분 때문이 아니라 우리 때문이오. 그리고 나는 나가오.” 그러면서 요셉은 자기 자리에서 내려와 나가려고 한다.

그러나 가야파가 고함을 친다. “아! 당신들이 그렇게 말하오? 그러면 선서한 증인들을 오라고 합시다. 그들의 말을 듣고 나서 가시오.”

죄수같은 얼굴을 한 두 사람이 들어온다. 겁에 질린 눈길에 잔인한 미소를 띠고 몸놀림이 음험하다.

“말해라.”

“저들이 함께 말하는 것을 듣는 것은 합법적인 일이 아니오.” 하고 요셉이 외친다.

“나는 대제관이오. 명령이오. 입을 다무시오!”

요셉은 주먹으로 탁자를 치면서 말한다. “당신 위에 하늘의 불꽃이 쏟아지기를 기원하오. 이 순간부터 노인 요셉은 최고회의의 적이고 그리스도의 친구라는 것을 아시오. 그리고 이 길로 총독에게 가서 여기서 로마를 무시하고 사람을 죽인다고 말하겠소.” 그러면서 그를 붙잡으려고 하는 여윈 젊은 율법학자를 홱 밀어젖히면서 나간다.

니고데모는 더 조용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간다. 그리고 나갈 때에 예수 앞으로 지나가면서 그분을 쳐다본다‥‥.

다시 동요가 일어난다. 로마를 무서워하는 것이다. 그런데 속죄의 희생은 아직도 여전히 예수이시다.

“당신 때문이오. 알겠소? 이 모두가 당신 때문이란 말이오! 당신은 가장 훌륭한 유다인을 타락시키는 사람이오. 당신이 그들을 더럽혔소.”

예수께서는 말씀을 안 하신다.

“증인들은 말하라” 하고 가야파가 외친다.

“예, 이 사람이 쓴 것은 ‥‥저‥저‥우리가 그걸 알았었는데‥‥그걸 뭐라고 하더라?”

“네 글자로 된 낱말을 말하는 모양이로구나, 아마?”

“맞아요! 선생님 말이 맞아요! 이 사람은 죽은 사람들을 불러냈어요. 안식일에 대한 반항을 가르쳤고 제단을 모독하라고 가르쳤어요. 맹세해요. 이 사람은 마귀의 도움으로 사흘 동안에 성전을 다시 짓기 위해 허물려고 한다고 말했어요.”

“아니, 이 사람은 성전이 사람의 손으로 지어지지 않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가야파는 그의 의자에서 내려와 예수 곁으로 온다. 작고 지나치게 살이 찌고 추하게 생긴 그는 꽃 옆에 있는 엄청나게 큰 두꺼비 같다. 예수께서는 상처와 타박상에도 불구하고, 더럽혀지고 머리가 헝클어졌는데도 아직 그렇게 아름다우시고 위엄이 있기 때문이다.

“말을 안 하시오? 당신에게 대해 어떤 고발을 하는데! 소름끼치는 일이오! 말을 해서 그 불명예를 벗도록 하시오.”

예수께서는 말씀을 안 하신다. 그를 내려다보시며 말씀을 안 하신다.

“그러면 나한테 대답하시오. 나는 당신의 대제관이오. 살아 계신 하느님의 이름으로 간청하오. 당신이 그리스도인지, 하느님의 아들인지 말하시오.”

“당신이 말한 대로 나는 그리스도이고 하느님의 아들이오. 그리고 당신들은 아버지의 능력 오른편에 앉아 있는 사람의 아들이 하늘의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볼 것이오. 왜 나에게 질문을 하시오? 나는 3년 동안 공공연하게 말하였고, 비밀로 말한 것은 아무 것도 없소. 내 말을 들은 사람들에게 물어보시오. 내가 말한 것과 내가 한일을 그 사람들이 당신에게 말해 줄 것이오.”

예수를 붙잡고 있던 군사 하나가 그분의 입을 때려 다시 피가 나게 하며 말한다. “사탄, 대제관님께 그렇게 대답한단 말이냐?”

그러니까 예수께서는 전번 군사에게처럼 부드럽게 그에게 대답하신다. “만일 내가 말을 잘했으면 왜 나를 때리오? 내가 말을 잘못했으면 무슨 말을 잘못했는지 왜 말을 아니하오? 거듭 말하지만, 나는 그리스도이고, 하느님의 아들이오. 나는 거짓말을 못하오. 대사제, 영원한 사제는 나요. 그리고 나만이 ‘교리와 진리’라고 씌어진 진짜 흉패(胸牌)를 달고 있소. 사람들의 눈에는 불명예스럽게 보이지만 하느님의 눈에는 거룩하게 보이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복된 부활에 이르기까지 나는 교리와 진리에 충실하오. 나는 그리스도요. 대사제와 왕이 나요. 그리고 내 왕홀(王笏)을 잡고, 그것으로 마치 키를 가지고 하듯이 마당을 깨끗하게 할 것이오. 이 성전은 파괴되었다가 새롭고 거룩하게 다시 살아날 것이오. 이 성전은 타락하였고, 하느님께서 이것을 그 운명에 내맡기셨기 때문이오.”

“하느님을 모독하는 자요!” 하고 모두가 일제히 고함친다.

“사흘 동안에 그렇게 하겠단 말이오? 미치고 마귀 들린 사람 같으니.”

“이 성전 말고, 나의 성전이 설 것이오. 살아 계시고 거룩하시고 삼중으로 거룩하신 참 하느님의 성전 말이오.”

“저주받은 자!”하고 다시 일제히 외친다.

가야파는 쉰 목소리를 높이고 일부러 꾸민 소름끼친다는 몸짓으로, 아마로 만든 그의 옷을 찢으면서 말한다. “증인들에게서 무슨 말을 더 들을 필요가 있소? 하느님을 모독하는 말을 했소. 그러니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겠소?”

모두가 일제히 외친다. “죽어 마땅하오.”

그리고는 분개하고 분노한 몸짓을 하면서 방에서 나가고, 예수를 경비병들과 거짓 증인들의 하층민이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둔다. 이들은 예수의 뺨을 때리고 주먹으로 치고 침을 마구 뱉는다. 헝겊으로 눈을 가리고 나서 머리칼을 난폭하게 잡아당기며, 손이 결박한 그분을 이리저리 떠다밀어 탁자들과 의자들과 벽에 부딪치게 하며, 그 동안 “누가 때렸는지 알아맞혀 보아라"하고 말한다. 여러 번 다리를 걸어 방바닥에 넘어뜨리고는 손이 묶인 채 어떻게 다시 일어나려고 애쓰는지를 보면서 야비하게 웃는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고, 잔인한 사람들은 지쳐서 좀 쉴 생각을 한다. 그들은 대제관의 집들의 경계 안에 벌써 많이 모여 있는 하층민들이 조롱하는 가운데 수많은 마당을 가로질러 예수를 어떤 광으로 데려간다. 예수께서는 베드로가 불을 쬐고 있는 마당에 이르러 그를 바라보신다. 그러나 베드로는 그분의 눈길을 피한다. 요한은 이미 그곳에 없다. 그가 보이지 않는다. 나는 그가 니고데모와 같이 떠난 것으로 생각한다‥‥.

새벽이 그 연초록색을 띠고 다가온다. 명령이 하나 내렸다. 더 적법의 재판을 하게 수인(囚人)을 회의실로 다시 데려오라는 것이다. 이 때가 베드로가 그리스도를 알지 못한다고 세 번째 부인한 때인데, 그때 벌써 고통의 흔적이 나 있는 그리스도께서 그의 곁을 지나시는 것이다. 그리고 새벽의 초록색 빛을 받아 흙 빛깔이 된 얼굴의 타박상은 더 끔직해 보이고, 눈은 더 쑥 들어가고 흐릿하여, 세상의 고통으로 어두워진 예수님이 되셨다‥‥

수탉 한 마리가 겨우 들릴까 말까 한 새벽 공기 속으로 비웃고 비꼬는 장난꾸러기 같은 울음소리를 울려 보낸다.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시자 아주 조용해진 그 순간에 “아주머니, 나는 저 사람을 모른다니까요. 맹세해요” 하고 말하는 베드로의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단호하고 확실한 단언인데, 거기에 비웃는 웃음 모양으로 작은 수탉의 장난꾸러기 같은 울음소리가 즉시 응답을 한다.

베드로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는 도망하려고 몸을 돌리는데 예수의 바로 앞에 서게 된다. 예수께서는 어떻게나 무안한 연민을 가지고 얼마나 깊고 강렬한 고통으로 베드로를 바라보시는지, 바로 그 다음에 내 예수님이 영원히 분해되시는 것을 내가 보아야 하는 것처럼 가슴이 찢어진다. 베드로는 흐느낌 소리를 남기며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나간다. 그는 거리로 나오는 하인 두 사람 뒤로 도망쳐 나와 아직 어두컴컴한 길로 사라진다.

예수께서 다시 큰 방으로 끌려오시고, 그들을 일제히 걸려들기 쉬운 질문을 한다. “참 하느님의 이름으로 명하니 말하시오. 당신이 그리스도요?” 그리고 먼젓번과 같은 대답을 얻고는 예수를 사형에 처하고 빌라도에게 데려가라는 명령을 내린다.

예수께서는 안나와 가야파를 제외한 당신의 모든 적에게 에워싸여 나오셔서, 그렇게도 여러 번 말씀을 하시고 은혜를 베푸시고 병을 고쳐 주신 성전의 그 마당들을 다시 지나가시며 감시구가 뚫린 성벽을 넘어 시내의 거리로 들어오시는데, 인도 되신다기보다는 오히려 끌려서 새벽의 처음 빛으로 불그레해지는 시내 쪽으로 들어오신다.

나는 그들이 예수를 더 오래 괴롭히려는 오직 한 가지 목적 때문에 그분께 예루살렘 안을 이상하게 멀리 돌아 일부러 시장을 통해서 마구간들과 과월절로 인해 사람들이 꽉 차 있는 여관들 앞을 지나는 것으로 생각한다. 시장의 야채 부스러기들과 마구간의 짐승의 똥이 무죄한 분에게 던질 물건이 된다. 그분의 얼굴은 점점 더 멍과 피 흐르는 작은 상처투성이가 되었고 그 위에 뿌린 여러 가지 오물로 가리어졌다. 피땀으로 인하여 벌써 무거워지고 가볍게 달라붙어 불투명해진 머리칼이 이제는 헝클어져서 지푸라기와 오물과 뒤범벅이 되어 늘어져서 눈을 가린다. 그들이 예수의 얼굴을 가리느라고 머리를 헝클어뜨리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팔고 하던 사람들이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불쌍한 분을 따라가는데, 사랑으로 그러는 것은 아니다. 마구간의 심부름꾼들과 여관 사환들은 그들의 여주인들의 부르는 소리와 명령을 못들은 체하고 떼를 지어 나온다. 사실을 말하자면 여관의 여주인들은 거의 다른 모든 여인들과 같이 모두가 모욕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해도 적어도 소란에는 무관심하여, 그 많은 손님들을 혼자서 보살피라고 떠맡기기 때문에 투덜거리면서 되돌아간다.

요란스러운 무리가 시시각각으로 는다. 예기치 못한 전염병으로 마음과 얼굴 표정의 성질이 변하는 것 같다. 마음들은 범죄자의 마음이 되고 표정은 격노로 파랗게 되거나 분노로 빨갛게 된 얼굴에서 사나운 가면이 되고, 손은 날카로운 발톱이 되고, 입은 늑대의 모습을 띠고 늑대 우는소리를 내며, 눈은 미친 사람의 눈같이 사납게 된다. 예수만이 비록 지금은 그분의 몸 위에 던져진 오물에 가려지고 멍과 부종으로 변하기는 하셨어도 여전히 예수님으로 계신다.

길을 고리처럼 죄고 있는 어느 장식 홍예창틀에서 모두가 막혀서 걸음이 느려지는데, “예수님!”하는 부르짖음이 공기를 가른다. 그것은 무거운 곤봉을 휘둘러서 길을 트려고 애쓰는 목동 엘리야이다. 나이 많고 뚱뚱하고 위협적이고 힘이 센 그는 거의 선생님께 도달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뜻밖의 습격으로 어리둥절해졌던 군중이 열을 좁혀, 혼자서 군중 전체와 싸우는 그 사람을 떼어놓고 밀어내고 제압한다.

그는 군중의 소용돌이가 그를 삼키고 밀어내는 동안 “선생님!” 하고 외친다.

“가거라!‥‥어머니께‥‥네게 강복한다‥‥.”

행렬이 좁은 지점을 지나친다. 수문에 막혔다가 바다로 다시 나오는 물처럼 행렬은 두 야산 사이에 쑥 들어간 곳 위에 있는 넓은 행길로 요란스럽게 쏟아져 들어간다. 그 야산 끝에는 부자들의 호화로운 저택들이 있다.

나는 언덕 위에 있는 성전을 다시 보기 시작한다. 그래서 나는 선고를 받은 분을 온 시내 사람의 놀림감이 되게 하고,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분을 모욕하는 사람의 수를 늘림으로써 모든 사람에게 그분에게 욕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선고받은 분에게 강요한 쓸데없는 일주가 출발점으로 돌아와서 끝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어떤 저택에서 말 탄 사람이 말을 구보로 달리게 하며 나온다. 아랍 말의 흰 빛깔에 입힌 진홍색 마의(馬衣)와 말 찬 사람의 위엄 있는 모습과 뽑아들고 등마루와 머리의 위를 찌르고 베고 하여 피를 흘리게 다루는 검으로 인하여 그 사람이 대천사 같이 보이게 된다. 그의 말을 사방으로 왔다 갔다 하게 하며 가볍게 뒷발로 서게 하여 굽으로 말과 그 주인을 위한 방어 무기를 삼을 때에는, 군중을 헤치고 길을 트는 가장 유효한 방법이 된다. 이렇게 움직이는 바람에 금띠로 죄이어 머리를 가리고 있던 진홍과 금빛 머리 수건이 벗어지며, 나는 마나엔을 알아보게 되었다.

“물러들 서시오!”하고 그는 소리친다. “어떻게 당신들이 감히 분봉왕님의 잠을 방해한단 말이오?” 그러나 이것은 그의 개입과 예수께 이르려는 그의 시도를 정당화하기 위한 가장에 지나지 않는다. “이 사람을‥ 내가 보게 하시오‥‥비키시오. 그렇지 않으면 경비병들을 부르겠소‥‥.”

사람들은 우박처럼 쏟아지는 편편한 데로 치는 칼질과 말의 뒤발질과 말탄 사람의 위협 때문에 갈라졌고, 마나엔은 예수와 그분을 붙잡고 있는 성전 경비병들의 그룹 있는 데까지 간다.

“비키시오! 분봉왕님은 당신들보다 높으시오. 불쾌한 하인들, 뒤로 물러서요! 저 사람에게 말을 하고 싶소.” 그러면서 검으로 가장 악착스러운 간수를 공격하여 예수께 말을 하기에 이른다.

“선생님!‥‥”

“고맙소. 그러나 가시오! 그리고 하느님께서 당신의 용기를 돋구어 주시기를 바라오!” 그러면서 묶인 손으로 할 수 있는 대로 강복을 주시는 손짓을 하신다.

군중은 멀리서 씩씩거린다. 그리고 마나엔이 물러간 것을 알자마자 선고받은 분에게 돌과 오물을 빗발치듯 던져 밀려났던 앙갚음을 한다.

오르막으로 되어 있고 햇볕에 벌써 따뜻해진 큰 행길로 해서 안또니아 탑을 향하여 가는데, 그 탑의 덩어리가 벌써 멀리 나타난다.

“오! 내 구세주! 내 목숨을 저분 목숨 대신 받아 주십시오. 오! 영원하신 하느님!” 하는 여인의 날카로운 부르짖음이 공기를 가른다.

예수께서 머리를 돌리셔서 매우 아름다운 어느 집 꼭대기를 장식한 꽃핀 외랑(外廊) 위에 남녀 하인들 가운데에 어떤 마리아와 마티아에 둘러싸여 팔을 하늘로 들고 있는 쿠자의 요안나를 보신다.

그러나 하늘이 오늘은 기도를 듣지 않는다! 예수께서는 손을 들어 강복과 하직의 손짓을 하신다.

“죽여라! 하느님을 모독하는 자, 사람들을 타락시키는 자, 사탄을 죽여라! 그자의 친구들도 죽여라!” 그러면서 주먹질과 휘파람과 돌들이 옥상 정원을 향하여 올라간다. 누가 다쳤는지 모르겠다. 매우 날카로운 부르짖음이 들리고 그 집단이 흩어지며 사라지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는 비탈길로 해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예루살렘은 그의 빈집들을, 실제의 시민들과 과월절을 지내러 온 임시 주민들과 더불어 온 시내가 무력한 예수를 거스려 빠져나간 집들을 태양에 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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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22. 여러 가지 재판, 채찍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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