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모습에 실망해서
사도행전을
보면 초대교회 공동체의 모습이 나옵니다.
사도행전
4장 32절을 보면,
신자들의
공동체는 한마음 한뜻이 되어,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그렇게 공동 소유를 하기는 어렵지만,
한마음 한뜻이 되는 것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이상적인 공동체의 모습입니다.
많은
분들이 오늘날의 교회에서도 그런
이상적인 공동체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해서 많이 실망하게 됩니다.
교회
공동체의 모습에 실망하고,
성직자들의
모습에 실망하고,
수도자들의 모습에 실망해서 교회를 떠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사도행전 5장을 보면,
이상적인
공동체의 모습 다음에 바로 안 좋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것은
하나니아스와 사피라 부부 이야기입니다.
그
부부는 성령을 속이고 공동체를 속이고 사도들을 속인 죄로 하느님의
벌을 받아서 죽게 됩니다.
초대교회라고 해서 모두가 다 한마음 한뜻이 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생기는 법이고, 밀밭에는 가라지가 있는 법입니다.
그것이 사람 사는 세상의 모습이고, 교회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교회는
천사처럼 착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아니라 천사처럼
착해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실망스러운 모습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천사처럼 착해지려고 노력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교회가
타락하고 분열되던 중세시대 때,
분명히
그 당시의 교회 모습은 하느님과
사람들을 모두 실망시키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시절에도 위대한 성인 성녀들이 많았습니다.
프란치스코, 글라라, 카타리나, 이냐시오 성인 같은 분들이 교회를 지켜낸 것입니다.
밝은
대낮에는 등불을 켜도 표시가 안 나지만,
어둠이 짙어지면 작은 등불이라도 밝은 빛을 냅니다.
예수님을
믿는 이들은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예수님의 명령입니다.
만일에
교회 자신이 어두워져서 세상을 제대로 밝히지 못한다면,
교회
탓을 하기 전에 신앙인
각자가 모두 밝은 등불이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왜냐면 우리 자신이 곧 교회이기 때문입니다.
교회란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한 몸이고,
그리스도를
가장으로 하는 한 가족이라 했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손과 발입니다.
온
몸이 다 건강하면 좋겠지만,
때로는
손이 병들 수도 있고, 발을 다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다친
발에 약은 누가 발라줍니까?
우선 자기 손으로 자기 발에 약을 발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손이
마음에 안 든다고 잘라내고, 발이 마음에 안 든다고 잘라내면,
아니,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모두 다 잘라내고 나면 무엇이 남습니까?
아이가
아프면 가족은 아이를 치료하고 간호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합니다.
아프다고 버릴 수 있습니까?
교회의
모습에 실망했다고 말하는 분들은 자기
자신도 그 교회의 일부라는 것을 잊고 있습니다.
내가 교회이고, 교회가 나입니다.
일부
성직자들과 수도자들의 모습에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
모습은 그저 일부일 뿐이라고 변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또
사제나 수도자도 한 인간일 뿐이라고 감싸줄 필요도 없습니다.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고쳐야 합니다.
적어도
고칠 수 있는 기회는 주어야 합니다.
잘못하고 있는 사람이 회개할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사도행전 15장을 보면
바오로
사도와 바르나바 사도가 의견이 달라서 크게 다투는 장면이 나옵니다.
또
갈라티아서 2장을 보면,
바오로
사도가 베드로 사도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그런 것이 공동체의 모습입니다.
다툴
일도 없고, 비판할 일도 없다면 좋겠지만,
함께
어울려 살다보면 의견이 다를 수도 있고,
잘못을
지적하고 비판할 수도 있습니다.
위대한
사도들도 그렇게 살았고, 위대한 성인 성녀들도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공동체를 떠나거나 깨뜨리지는 않았습니다.
의견이 달라도, 잘못을 지적해도, 그들은 서로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지적하고
비판하는 것도 사랑의 한 표현입니다.
사랑이
없었다면 서로 흩어져버렸을 것이고,
교회는 사도시대 때에 벌써 문을 닫았을지도 모릅니다.
기대하는
것이 많을수록 실망하는 일도 많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기대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기대감으로 그쳤던 일이더라도,
그것이 단순한 기대로 그치지 않고 실제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합니다.
교회는
믿는 사람들이 모인 곳인데,
사람들만
모인 곳이 아니라 성령이 함께 하시는 공동체입니다.
사람들
모습을 보고 실망할 수는 있지만,
성령의 활동에 대해서는 믿음을 버리지 말아야 합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