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아의 2012 국토 도보 종주기
코스: 전남 해남 땅끝 - 전남 해남군 북평면 - 전남 강진 - 전남 장흥 - 전남 보성
전남 순천 송광사 - 전남 구례군 압록 - 전북 남원군 주천면 - 전북 남원군 운봉면
경남 함양 - 경남 거창군 마리면 - 전북 무주군 무풍면 - 충북 영동군 용화면 조동리
충북 영동군 황간면 - 경북 상주시 내서면 - 경북 문경시 문경읍 - 충북 충주시 석문동
충북 제천시 수산면 - 충북 제천시 - 강원 영월군 주천면 판운리 - 강원 평창군 대화면
강원 평창군 진부면 진고개 - 강원 주문진 - 낙산 - 송지호 - 통일전망대 출입신고소
걸은 거리 : 761.58km
소요 시간 : 6월 5일부터 6월 29일까지 25일간
작년 이맘 때 산티아고 프랑스 길을 걸었던 기억이 난다.
피레네를 넘고 32일 걸려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했던....그 황홀한 기억이...
산티아고를 가기 전 해 보리라던 국토 도보 종주를 한해 미뤄 한 셈이다.
딸래미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나그네 임을 자처하며 떠나는 길은 집에 남아 있는 가족에게
적잖이 미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지금 아니면 해보지 못할 것 같다는 긴박감 속에 길을
떠나고야 만다.
길.... 길은 나에게 무엇이길래 나를 그리로 이끄는가??
수많은 사람들이 왜 고생을 사서 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지만 나에겐 뚜렷한 답도 없으면서
나는 길을 떠난다.
“ 오늘도 도시를 떠난다
산과 들에 향기를 머금고 길위에 선다
아~~~ 오늘 길도 나의 인생 길과 같으려니....
나그네 어디가 쉴 곳이고
어디가 앉을 곳인지 분명치가 않구나 “
떠난지 이틀...
사정없이 눌러대는 체중에 발바닥은 뜨거운 아스팔트 사이에서 비명을 지르고 기어이 물집이
생기고 만다.
경고... 이제 그만 걸으라고 물집이 나에게 경고를 보낸다.
“칫!! 그만한 물집으로 그만 걸을거면 시작도 않했어” 하고 다짐을 하지만 바늘로 찌르는
듯한 물집의 통증은 나의 마음을 유혹한다.
버스탈까? 10분이면 목적지에 갈텐데.....
그 유혹과 싸우며 어느덧 물집과 나는 친구가 된다.
- 천사편 -
전라남도 해남군 북평면을 향해 뜨거운 뙤약볓 아래 고개를 오를 즈음 이번 길에 첫 번째
천사가 나에게 나타난다.
시골길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어 점심을 해결 못하고 힘겹게 고갯길을 오를 즈음
대형 트럭 한 대가 고갯길에 서는 것이 아닌가....트럭이 가속은 않될망정 고갯길에 정차를
한다는 것은 고장 이외에 있을 수 없는 일인데...
기사가 뛰어 내려 나에게 다가오며 내민 빠알간 토마토 두 개...“ 아저씨 힘내세요!! ”
얼결에 토마토 두 개를 멍하게 받아들고는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한 체 그를 보내
버리고 만다.
이 토마토 두 개는 주린 나의 배를 채워 걸을 수 있는 양분이 되었다.
“ 주님 감사합니다 ”
시작한 지 사일만에 전남 보성에 도착 보성 성당을 찾아가니 두 번째 천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무장에게 “ 저... 묵주를 살 수 있을까요? ” 돌아온 대답은 살 수는 있으나 신부님이
출타 중이어서 축복을 받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면 할 수 없지요...” 돌아서는 나에게 사무장은 선 뜻 자기의 소중하고 값비싸게 생긴
묵주를 나에게 건네주며 “이것을 가져 가세요....” 사양을 하는 나에게 “기도를 많이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도구이니 사양마시고 받으세요...그리고 많은 기도 부탁합니다“
아~~~ 감사합니다......두번째 천사였다.
전남 순천 송광사를 거쳐 구례군 압록에 이르는 주암호 주변 길과 보성강 길은 아름답고
푸근한 우리 조선 민족의 가슴과 같았다.
하지만 나는 발에 생긴 물집으로 인해 거의 다리를 질질 끌고 다니는 수준이 되었고
어쩌면 이번 종주를 여기서 끝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심각하게 검토하게 된다.
발바닥 물집 뿐만이 아니라 발등, 종아리까지 부어 올라 보는 사람들 마다 빨리 병원으로
가라고 성화가 대단하다.
아~~ 몸이 아프니 피곤하기만 하고 도통 의욕이 않생긴다.
지친 몸과 마음을 끌고 전남 곡성에 도착해 약국을 찾으니 여기에 세 번째 천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의 모자를 보고 카미노를 묻고 국토종주 꼭 해 보고프다면서 친절하게 박카스를 권하곤
먹는 약과 붙이는 패치를 주며 “약 드시고 조금 쉬세요....”
그녀의 말처럼 일찌감치 전북 주천면 민박에 들어 약을 먹고 쉬니 거짓말처럼 발의 붓기가
가라 앉는다....
그즈음 함양에 사는 합창단 후배가 전화가 와 “ 형...내가 지금 그리고 갈테니 기다려....”
네 번째 천사이다.
저녁 무렵 찾아 온 후배가 닭백숙으로 저녁을 사며 힘을 북 돋우어 준다.
함양에서 주천까지 가까운 거리가 아닌데....난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지리산 둘레길을 코스에 넣은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연일 뜨거운 아스팔트를 걸으며 생긴 발바닥 물집에도....지친 몸과 마음에도....
오랜만에 걷는 숲길, 훍길과 산새소리 이름모를 짐승의 소리...
구룔치를 오르는 길은 숨을 턱밑까지 차오르게 했지만 오랜만에 걷는 산길은 정겹기만 하다.
지리산 둘레길 1구간을 내려서니 나에게 다섯 번째 천사가 기다리고 있다.
멀리 서울에서 찾아와 준 후배....
밥까지 해주겠다고 남원에서 시장까지 보고 자신의 차에 취사도구에 와인까지 싣고 찾아왔다.
발의 물집은 여전히 아프지만 이들의 따뜻한 마음과 정성이 있기에 나는 포기하지 않고
걸을 수 있었다.
민주지산 도마령 고개를 힘겹게 넘고 가파르고 긴 내리막을(18km) 한 없이 걷고 있을 때
왠 코란도 짚차 한 대가 크렉숀을 울리며 서는 것이 아닌가....
나를 아는 사람이 없을텐데...차에서 내리는 아주머니가 내민 메모지엔 전날 무주군에서 충남
영동군으로 넘어 올 때 만났던 도보부부....일 년에 한 번씩 구간을 이어 국토종주를 하고
있는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헤어졌던 그 도보부부가 응원의 메시지와 시원한 맥주 3캔,
얼음물을 전해달라고 그 아주머니에게 부탁하고 갔고 그 아주머니는 이른 아침 나를 만나기
위해 부지런히 달려오던 길이었다.
길가 맛있게 익은 산딸기 한 웅큼 따주며 “힘내시고 완주하세요”
여섯 번째와 일곱 번째 천사였다.
충북 황간을 거쳐 경북 상주로 백두대간 길을 가로질러 넘으니 후배도 아니고 선배의
동생이 자기 형의 연락을 받고 상주군 내서면으로 차를 가지고 찾아왔다.
“ 여기는 주무실 때가 마땅치 않으니 상주로 가시고 낼 이곳으로 와 다시 걸으시죠....”
여덟 번째 천사가 상주에서 술과 고기로 나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상주에서 문경으로 문경에서 월악산을 넘다보니 나보다 하루 앞서 걷는 이가 확인 됐다
그 사람도 혼자였고 37살의 노쳐녀이고 6월1일 땅끝을 출발하였다는 정보와 함께.....
서울도 연일 뙤약볓으로 가뭄으로 고생한다는 소식을 듣지만, 연일 계속되는 불볓은
걷는 시간 보다 쉬는 시간을 더 많이 갖게 만들고 지칠 수 밖에 없다.
시골 길보다 도시는 더욱 더 그렇다.
제천시를 진입하는 지루한 뙤약볓 길에 손짓하여 부르는 아주머니...다가가 보니 시원한
얼음물 한 병을 뺨에 대주며 힘을 북돋우어 준다. 아홉 번째 천사....
제천 시로 찾아와 맛있는 저녁을 사주고 응원해준 친구가 열 번째 천사가 된다.
제천을 떠나 강원도 영월로 영월서 평창 대화면으로 모릿재라는 예사롭지 않은 고개를
넘기 위해 지도를 보는데...“ 아저씨~~~” 뒤돌아 보니 나보다 하루 먼저 길을 가고 있던
그 아가씨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순식간의 길 동무가 되었고, 말의 굶주린 사람들처럼 한꺼번에
수 많은 말들을 순서 없이 쏟아 놓으며 재를 넘고 하룻 길을 같이 걸었다.
이 소설가 아가씨 또한 열한 번째 천사였다.
이렇게 하루 이틀 계속되는 유혹을 이겨내며, 나 자신과 싸우고, 타협하며 천사들을 만나
힘을 얻어 다시 걷다보니 어느덧 저 푸른 동해마다....수많은 길 위에 고통들을 상쇄시켜 주려는 듯 시원한 바람과 푸른 바다의 파도소리가 나를 환영해 주고 있었다.
아름다웠던 길
1. 해남 땅끝에서 북평면 사무소에 이르는 길 : 25.7km
1) 서해와 남해 경계에서 남해로 들어서는 곡선이 완만한 아름다운 해안 길
2) 곳곳에 쉴 곳도 많다
3) 기사 식당에만 가도 7,000원이면 훌륭한 정식백반 식사가 나온다.
2. 전남 보성에서 송광사까지 40km
1) 보성을 벗어나며 늘어선 메타쉐콰이어 가로수 길이 아름답다
2) 주암호를 끼고 도는 아름다운 길
3. 송광사에서 압록까지 30.1km
1) 보성강을 끼고 걷는 길은 꼭 우리의 어린 시절을 많이 회상하게 하며 쉴 곳 또한 많다.
2) 압록에 도착하면 리버파크 모텔 맞은 편 전주식당에 올뱅이 수제비가 일품이다.
4. 지리산 둘레길 1코스 14.5km
1) 누구나 다 아는 둘레길이지만 대개가 운봉에서 주천 방향으로 걷는데 그 반대 시작점인
주천에서 운봉으로 걷기를 권하며 교통 또한 편리하다.
2) 운봉에 들어서면 인심 좋은 민박집이 있는데(솔밭공원민박) 주인장이 목기 공예가이며
사람들과 말벗하기를 좋아하는 호인이다. 숙박과 음식값도 저렴하고 깨끗한 편.
주인 아주머니 음식 솜씨가 좋다.
5. 문경새재 1~3관문~수안보 25km
1) 소문난 길이므로 긴 설명은 필요없겠으나 아름다운 흙길과 온천, 편리한 교통, 서울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등이 잇점이 있다.
6. 강원도 영월 판운리에서 평창군 남산 둘레길까지 22km
1) 영월군에서 평창으로 흐르느 주천강이 만들어내는 운치 있는 길이다.
또한 평창에는 남산이라는 자그마한 산에 아기자기한 길을 만들어 걷기에 좋다.
7. 강원도 송지호 해수욕장에서 고성 - 가진 - 거진 - 화진포 - 대진 - 마차진해변으로
이어지는 낭만가도 30km
1) 잘 가꾸어진 해변길과 바다내음, 시원스런 풍광등 아름다운 길이다.
- 기타
1. 6월에 걸었으므로 땅끝에서부터 전남 구례 압록까지는 주로 버찌(벚나무 열매)
를 많이 따 먹으며 걸었고, 지리산 인근을 지나며 부터는 오디(뽕나무 열매)를 많이
따먹었다. 그후 충청도 민주지산을 넘어서며 상주까지는 산딸기가 많이 있었다.
2. 먹을 곳과 잘 곳의 위치가 명확치 않으므로 특히 먹을 곳이 나타나면 시간을 거의
안 가리고 식사를 해결했다.
3. 걷는 여행지의 정보가 불명확 할 때는 그 지역 파출소나 면사무소가 도움이 되었고
특히 면사무소는 친절하여 숙소 문제를 해결해 주기도 한다.
- 소감
언젠가부터 내나라 내국토를 내발로 걸어보아야겠다는 꿈을 꾸고 이번에 걸어보니
서울에 사는 우리와 달리 가는 길마다 우리의 것과 우리의 멋은 살아있었으며 나그네를
대하는 태도도 푸근하기 그지 없다.
단, 산티아고 길과 다른 것은 거의 모든 길이 아스팔트이기에 여기에 대한 적응이 있어야
하며 어디를 가던 집으로 갈 수 있는 차편은 수시로 있으므로 강한 정신력이 요구된다.
- 끝 -
2012년 07월 04일
박병두 안드레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