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을에
허 중 범
당신을 알기 전에는,
가을에 밟히는 낙엽은 그저
고개 숙인 바람이
만들어 놓은
작은 흔적이라 여겼습니다.
당신을 알고 나서는,
바람조차 흔한 것이 아니었고
이슬에 매만져진 가지 잎새
하나에도
떨림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당신을 만난 후에는,
누구보다 수줍은 계절이 되어
내 자신 그렇게 바닥에 깔린
낙엽처럼
흩날리는 몸짓이었습니다.
당신을 만나고서는,
앞서 또 다른 계절이 올까
지금의 시간이 귀하게만 느껴져
하나하나
가슴으로 밟히는 시선이었습니다.
비가 옵니다
당신을 향한 그리움을 잔뜩 머금은
투명한 가을비가 내 마음을 적시면서
지금 이순간 당신이 너무 보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