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 김재권
시인 / 칼럼니스트 / 시문학 강사
제2의 경제위기 지금부터 시작이다
매스컴에서는 연일 경제악화를 보도하고 있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번지면서 감원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채용 기피와 명예퇴직 같은 일자리 감축은 소비위축을 초래, 본격적인 불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위기가 가장 먼저 닥친 금융권은 외국계 은행의 명예퇴직을 비롯해 이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제조업계도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감원이 시작됐다."라는 등 실로 암울하기만 한 뉴스들뿐이다.
2008년 12월 초 인터넷 포털 "미디어다음" 경제면에 실린 뉴스 머리글들이다. <기업 수익성 5년6개월 만에 최악..부채비율 100% 넘어/ 건설업계 체감경기 '사상 최악'/ 소비 판매액 증가율 1년 9개월 만에 최저치/ '제로 고용' 현실화되나…내년 감원 한파·신규채용 급감 예고/ KDI "주요지표 모두 마이너스‥악순환 시작"/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집값 '반 토막' 추락/ 외환보유액 2천억 불 턱걸이…8개월 연속감소/ 실질 국민소득 환란 후 '최악'…개인파산 급증/ 올해 수출 7년 만에 '최악'‥무역적자 100억 달러/ 물가·이자·실업난 '3중고'…서민 생활 '고단하네'/ 글로벌 경기 침체로 공기업 등 임금 동결·삭감 잇따라… 월급봉투 '홀쭉'/ 정부, '구조조정委' 부활 적극 검토(종합)/ 기업들 '흑자도산' 속출 우려/ 원.엔 환율 폭등..무역적자 심화/ 대기업 구조조정, 돈 안 되면 '모기업'까지 판다/ 침체 수렁에 빠진 한국경제..'감원바람' 본격화>
어쩌면 하나같이 이렇게 12년 전 IMF 때의 조짐과 같을까 싶다. 정부는 그동안 "아니다, 아니다."라고 발뺌을 해왔지만 이미 경제위기의 화살은 시위를 떠난 지 오래다. 그 화살촉에 맞은 서민들은 IMF 때보다 더 큰 혼란과 고통 속에 참담한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몸서리가 쳐진다.
1997년 12월 전후, 외환위기의 여파로 대기업들이 파산하자 그 하도급업체인 중소기업들이 연이은 부도로 파산했다. 기업 구조조정으로 명예퇴직을 권고 당하거나 해고를 당하는 근로자들이 늘어났다. 탄탄한 대기업조차 신입사원 채용을 축소하거나 보류하는 탓에 청년실업자가 급증했다. 소비위축이 심화하면서 수많은 일반사업자나 영세사업자들이 더는 견뎌내지 못하고 가게 문을 닫았다. 주식투자의 손실로 알거지가 되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가장의 몰락은 곧바로 가정해체 또는 가정파탄의 불씨가 되었다. 그로 말미암아 서울역이나 용산역에는 날이 갈수록 노숙자의 수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2009년 1월 지금의 모습은 어떠한가?
얼마 전 미국 주립대 경제학교수로 있는 필자의 친구가 잠시 귀국하여 저녁식사를 같이했다. 자연스레 작금에 일어난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한 걱정스러운 대화를 나누었는데, "IMF 때 큰 고통을 받은 사람들은 나름대로 면역력이 생겨서 어떻게든 견디어 낼 수 있을 것이다."라는 한 친구의 다소 억지스런 말에 모두가 씁쓸하게 웃고 말았다. 정말 그럴까? 버젓이 중산층으로 살다가 IMF 폭격으로 하루아침에 하류층이나 극빈자로 전락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그 고통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라이프사이클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이어진 절대빈자絶對貧者의 생활, 그로 말미암아 누리지 못하는 물질의 축복과 안정된 마음의 여유도 없이, 그 서러움에 말문을 닫은 냉가슴 속에 찌든 후회만 앙금으로 너절한 채, 여전히 절대빈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이번에 이명박 정부가 크게 잘못한 것 중의 하나가 "외환보유고가 많아 지금은 IMF 때와 사정이 많이 다르다."라고 매번 국민을 설득하려고만 했다는 것이다. 국민은 이미 경제위기를 온몸으로 실감하는데 기획재정부는 무엇 하나 속 시원한 대비책 없이 그저 글로벌 트렌드(세계적 경기 흐름) 핑계만 대고 있었다는 것이다. 정부 관료들 모두가 "뭐 어떻게 잘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에 젖어 있었던 것은 아닌가 묻고 싶다.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IMF 때는 아시아 몇몇 국가의 위기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하겠다. 지금은 미국발 금융위기를 시작으로 연쇄적으로 세계경제가 휘청거리는 최악의 상황이다. 중국 경제 또한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대공황에 비견될 정도로 100년 만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세계경제의 위기국면을 정부는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전면 부정만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11년 전 김영삼 정부 때도 그랬다. "뭐 그리 큰일은 아니다."라고 한결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대통령은 물론 정부 관료들조차 경제위기가 어떤 것인지도 몰랐다고 하는 것이 더 솔직한 표현이 되겠다. 이명박 정부 또한 작금의 사태를 크게 잘 못 파악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는데, 급기야 지난해 11월 12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제13차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국민에게 이번 겨울이 얼마나 길고 혹독할지 우려된다."라고 실토했다. 또한, "전 세계 유례없는 금융불안이 이제 실물경제로 전이되고 있다."라며 "이를 차단하기 위한 비상한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밝힌 바 있다. 이제야 사태를 제대로 파악한 듯 강 장관은 "전문가들도 금융위기가 오래 지속되고 실물경기 역시 예측하기 어렵다."라며 "위기관리대책회의 역시 금방 없어지길 바랐으나 몇 달째 지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국회 예산정책처 '2009년 수정예산안' 분석에 따르면 재정 적자 21.8조 원. 국가채무 350.8조 원 전망이 된다고 "내년도 재정 적자와 국가채무가 IMF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그래도 늦게나마 국가경제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것에 감사하여야 할지 아니면 좀 더 일찍이 국민에게 위기감을 일깨워 주지 못하였음을 탓해야 할지 당혹스럽다.
지금 이명박 정부가 급선무로 하여야 할 일은 무엇보다 국민에게 믿음과 소망을 함께 심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위기 극복에 관하여는 실질적인 문제로 접근하여 국민이 공감할 수 있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경제대책을 새로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차 언론에서도 밝혀왔듯이, 부실요인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재정지출을 확대하여 경기침체의 확산을 막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반드시 찾아내야 할 것이다. 일관성 있는 정책집행으로 온전히 정부의 정책을 믿고 따르며 지금보다 더 열심히 살아 마침내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지혜를 깨우쳐 주어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정부 각료들에게 다시 한 번 더 고하노니 더는 뜬구름 같은 환상으로 국민을 현혹하면 아니 되겠다. 지금의 경제위기가 별것 아닌 양 뚜렷한 대책 없이 지내다, 종국에는 국민 전체를 경제파탄에 몰아넣는 이명박 정부가 되지 않기를 다시 한 번 더 촉구한다.
-계간「신춘문예」2009년 1월 겨울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