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음악 작업실에서 본 일이다.
늙수룩한 유영진이 음악 작업하는 사람에게 가서 떨리는 손
으로 30분짜리 테잎 하나를 내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음악이 표절인지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영진은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그 사람
의 입을 쳐다본다.
음악을 작업하던 사람은 초라한 그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
가 테이프를 들어 보고,
"괜찮소."
하고 내어 준다. 영진은 "괜찮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테
이프를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
다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다른 음반 녹음실을 찾아 들어갔다. 품속에 손을 넣고 한
참을 꾸물거리다가 그 테 잎을 내어놓으며,
"이것이 정말 표절에 걸리지 않습니까?"
하고 묻는다. 음반을 녹음하던 사람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 곡 표절한거지?"
영진은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러면 번안곡이란 말이냐?"
"누가 그렇게 곡을 번안하라고 준답니까? 번안해도 안 들킬
까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그는 손을 내밀었다. 음반을 작업하던 사람은 웃으면서
"좋소."
하고 던져 주었다.
영진은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
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서서 그 테잎이 빠지지나 않았
나 만져 보는 것 이다. 거친 손바닥이 누더기 위로 그 테잎
을 쥘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는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골목으로 들어가 쭈그리고
앉아 테잎을 들여다 본다. 얼마나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
까이 간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작곡하셨습니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칠하면서 손을 가슴
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뺏아 가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고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표절한 것이 아닙니다. 남의 곡 번안한것도 아닙니
다. 누가 저같은 놈에게 곡을 번안하라고 줍니까? 변변한
샘플링하나 받아 본적도 없습니다.
저는 한 곡 한 곡 모은 음반에서 몇 마디씩을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마디로 짜집 기해 한 소절을 만들었습니다. 이
러기를 여섯 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곡 하나를 가지게 되
었습니다. 이 곡을 얻느라고 여섯달이 더 걸렸습니다."
영진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곡을 만들었단 말이오? 그 곡
으로 무엇을 하려오?"
하고 물었다. 영진은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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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소리 한 번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