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동]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도록...

2000. 8. 3. 오후 11:28:59

3
글자

< 가죽나무 >

 

 

                          - 도종환 -

 

 

 

나는 내가 부족한 나무라는 걸 안다.

 

내 딴에는 곧게 자랐다 생각했지만

 

어떤 가지는 구부러졌고

 

어떤 줄기는 비비 꼬여 있는 걸 안다.

 

그래서 대들보로 쓰일 수도 없고

 

좋은 재목이 될 수 없다는 걸 안다.

 

다만 보잘 것 없는 꽃이 피어도

 

그 꽃보고 기뻐하는 사람 있으면 나도 기쁘고

 

내 그늘에 날개를 쉬러 오는 새 한마리 있으면

 

편안한 자리를 내 주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내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하는 사람에게

 

그들의 요구를 다 채워줄 수 없어

 

기대에 못 미치는 나무라고

 

돌아서서 비웃는 소리 들려도 조용히 웃는다.

 

이 숲의 다른 나무들에 비해 볼품이 없는 나무라는 걸

 

내가 오래 전부터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늘 한 가운데를 두 팔로 헤치며

 

우렁차게 가지를 뻗는 나무들과 다른 게 있다면

 

내가 본래 부족한 나무라는 걸 안다는 것뿐이다.

 

그러나 누가 내 몸의 가지 하나라도

 

필요로 하는 이 있으면 기꺼이 팔 한짝을

 

잘라 줄 마음 자세는 언제나 가지고 산다.

 

부족한 내게 그것도 기쁨이겠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가죽나무일 뿐이기 때문이다.

 

 

 

부족한 나에게 도움을 청하는 이가 있으면 기꺼이 도와줄수있는 사람이 될수있도록...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10지구 모임방

목록 전체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