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귀엽다!

2000. 4. 7. 오후 10:5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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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토요일에 결혼식을 하는 우리 언니가 식목일에 이사를 했습니다. 전 날 함을 가지고 온 형부는 늦게까지 아버지와 술잔을 기울이다가 아예 하루를 우리 집에서

묵고 아침 일찍부터 이만큼 신이 나서 언니의 짐을

꾸렸어요.

우리 형부는 몸집이 크고, 힘도 셉니다. 우리 같으면 엄두도 못 내고 종일 걸릴 일을 한 시간도 안 걸려 뚝딱. (완전 프로 포장이사였습니다)

세상에 딸 없는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사는 걸까, 하시던 우리 아버지의 표정은 점점 굳어지는데 눈치 없는 형부는 연신 싱글벙글.

제가 좀 훌쩍이자 당황했는지 얼굴이 빨개져서 "언니한테 잘 해줄게" 하고 쩔쩔맵니다. 거기다 대고 제가 뭐라 했냐면, "잘해주려고 데려가는 거겠죠. 언니한테 잘 하는 거야 당연하죠, 뭐. 우리 부모님한테 잘 해야 해요!" …괜히 심술이 났거든요.

 

몇 가지 사연으로 지연되던 결혼. 이 사람들 결혼에는 누가 뭐래도 제가 일등공신인데, 아, 그런데도 언니가 막상 결혼한다니, 형부가 도둑 같아서 죽겠더군요. (사실 집에 와서 밥 먹는 것까지 아까운 거 있죠.) 부릉부릉, 우리가 제대로 따라가고 있는지 확인도 안 하고 두 사람이 살 새 집을 향해 형부는 트럭을 몰았습니다. 트럭을 뒤쫓는 아버지 차안에서 엄마와 아버지, 저 이렇

게 셋은 "아, 언니 없으니까 뒷자리 넓어서 조오타!" "에그에그, 저 놈은 길도 모르네. 쯧쯔!" "우리 지네끼리 가서 짐 내리라하고, 아니, 저 차 그냥 보내고 어디 나무나 심으러 갈까?" 하면서 언니가 ’시집가버리는 것’이 아주 시원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그러다가 갈림길이 나오거나 길이 막히거나 하면 얼른 핸드폰을 열고, "우린데, 지금 어디야?" "아까 내가 준 오렌지 다 먹었어?" "그거, 그 봉지 가지고 탔나?" 기다렸다는 듯이 말입니다. 시원하다, 잘 됐다, 서로 위로하듯 아니 다짐하듯 목소리를 높이기는 했는데, 차안을 가득

메운 공기는 여차하면 눈물바다가 될 것 같은 우울한 식목일이었죠.     

 

오후에는 혜화동 회관에 갔습니다. 총회 준비하러요. 본당 교사들은 캠프장 답사 다녀와 녹초가 되있겠다, 걱정도 되고 미안하기도 하고 해서 연락해보니, 하! 왠 걸요?! 롯데월드랍니다.

그렇잖아도 함께 일하는 교사들에게, 우리 본당 교사들은 자기들끼리 너무 좋아한다, 정말 귀여운 교사들이다, 하고 있었는데, 전화기에 대고 "뭐? 롯데월드라구? 너네 힘도 안드냐?" 하는 제 말에 주위 사람들이 다 넘어갔죠.

"야, 청파동 교사들 정말 귀엽다!" 우울했던 저의

식목일에 갑자기 여름 나무같은 생기가 확 올라왔어요.

청파동 교사들! 함께 못 가서 미안해요. 이번 주는 언니 결혼식에, 마감에, 연합회 총회에, 나는 몸이 한 개 더 있으면 좋겠어요. 답사는 함께 가지 못했지만, 내가 함께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호열아, "나훈아, 천년의 노래" 있잖아, 우리

언니 새 집에서 짐 풀다 보니까 재방송하더라. 그래서 녹화 또 놓쳤다. 우리 같이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다운 받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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