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고 원통하고 안타까워라..

2000. 3. 31. 오후 5:31:13

글자

가장 난해한 과목의 수업시간에 울리는 핸드폰.. 무려 6번이나 오는 겁니다..

물론 진동으로 해놓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계속 신경이 쓰이더군요.. 무엇보다 간지러워서 못 참겠더라구요..

저희 본당 교사들은 4시 이전 통화 거의 불가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오전에 오는 전화는 대부분 저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오는 전화이기 마련입니다.. 가끔 눈치 없는 친구들 빼놓고는요..

 

좀 짜증이 났어요.. 누구길래 이렇게 집요한 거야? 교사이기만 해봐라.. 이쯤돼면 사정이 있다는 것 짐작 못하나... 몇번 해봐서 안받으면 문자를 보내던지..

 

그리고 수업이 끝나고 잠시 쉬고 있는데 다시 전화가 오더군요..

어떤 내용이었냐구요?

놀라지 마세요..

 

바로 ’작은 마음’에서 저희 본당 주일학교를 취재(!)해 간답니다..

난생 처음 매스컴을 타보는 것이라... 무척 당황했죠...

처음에는 점잖게 고사하는 겸손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 저기요... 다른 본당으로 가시면 안될까요.. 저희가 사정도 좀 있고..

- 아이... 부담 갖지 마세요... 그럼 내일 2시쯤 가면 되겠지요...

-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럼 다음주에 오시면 안되나요? 저희도 나름대로 준비할 것도 있고..

- 뭐 준비가 필요하나요? 그냥 교리랑 미사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시면 돼요..

- (!! 있는 그대로라구요..?) 네... 그러면 그렇게 하세요..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고 한편으로는 설레기도 하고..

내일 교리를 어떻게 하면 근사하게 했다고 소문이 나지.. 교사들 보고 말해줘야 하는데.. 내일 못나오는 교사가 있으면 어떻게 하나..  뭘 입고 가지.. 사진도 찍는다는데...

혼자 별 걱정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근데요... 세상에... 이럴 수가 있나요..

오후에 수업을 들어가니 글쎄 내일 보강을 한답니다.. 총선 때 하루 쉰다고요.. 그런 사실을 바로 전날 말해주는 선생님이 어디 있어요..

그것도 1시부터 4시까지입니다.. 교리가 2시 30분이고 미사가 4시인데...

웬만하면 수업을 빠질까 생각도 했지만 과목 특성상 도저히 안될 것 같고...

 

다른 날보다 더 잘해도 시원치 않은데.. 내일 교리는 어떻게 하지.. 내일 미사는 또 어떻게 하나..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러면 그렇지.. 내 팔자에 무슨 매스컴이냐...

 

의기소침합니다.. 제 인생은 먹구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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