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 부를 이름

2000. 3. 31. 오후 3:2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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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들여다보고 있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 아름다운 그림 <키스>. 그림에 있어서는 문외한인 저이지만, 복사본이라도 한 점 얻어 방에 걸어두고 싶은 그림입니다.

<키스>를 그린 클림트는 독신주의자였다고 합니다. 신경이 날카로운 어머니와 우울증이 있는 누이를 사랑하여 평생을 그들과 함께 살았다지요. 그랬던 클림트가 <키스>처럼 감미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평생을 두고 사랑한 여인, 에밀리 플뢰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클림트는 독신주의자이면서도 ’빈의 카사노바’라는 별칭을 들을 만큼 자유분방한 사람이었지만, 그가 진정 사랑했던 단 한 명의 여인은 에밀리였습니다. 심장마비로 쓰러지면서 고통스럽게 내뱉은 한 마디가 에밀리를 불러오라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죽음을 느끼는 순간에 찾는 연인의 이름. 클림트에 관한 글을 읽다가 저는 제가 죽을 순간에 부를 이름은 누구의 것일까, 생각했습니다. 평생을 그렇게 사랑할 사람은 누구일까. 나의 마지막 순간에 이름을 부를 사람이 있기는 할까. 누군가 죽을 때 제 이름을 불러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그 다음 문제였습니다. 끝까지 치열하게 사랑해야겠구나. 클림트의 그림을 오래오래 들여다보다가 문득, 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황지우의 시를 떠올리는 오늘입니다.

 

"아무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한 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황지우, <뼈아픈 후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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