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마로니에 공원을 산책했습니다. 맥도날드의 고마운 3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으면서요. 아직 바람이 마냥 따뜻한 것만은 아니었지만, 햇볕만은 3월답더군요. 공원 의자에 모여앉은 사람들 사이에서 잠깐 정신을 놓고 있었는데 그런 제 앞으로 한 노부부가 지나갔어요. 머리가 하얗게 세인 분들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점잖게 차려입으셨고, 할머니는 고운 개량한복을 입으셔서 눈에 금방 띄더라구요.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것으로 보이는 까만 백을 왼손에 들으시고 오른손으로는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걸으시더군요.
그러고보니 할머니는 걸음이 좀 불편해보였어요. 할어버지는 할머니의 느린 걸음에 맞춰 천천히 산책을 즐기고 계셨어요. 저는 그분들이 시야에서 벗어날 때까지 오랫동안 바라보았습니다.
전요, 데이트하는 사람들 보는 것을 즐거워하는 편이거든요. 참 예뻐보여요. 연애하는 청춘이라, 연애라, 세상에서 연애라는 말보다 설레는 말이 있을까요? 데이트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기본적으로 예뻐보이지요. 그런데 딱 싫은 건 뭐나면 여자의 ’예쁘고 깜찍한’ 핸드백을 남자가 들고 다니는 거예요. 뭐, 서로 좋아서 그러는 건데, 하면 모르지만 어쨌든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광경인데요, 아, 그런데 그 할아버지, 할머니의 가방을 들고 걸으시는 모습이, 아, 어쩌면 그렇게도 아름다운지. 저는 주책맞게 눈물이 핑 돌았답니다.
아름답게 사랑하고 아름답게 늙어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아름답게 죽었으면 좋겠어요.
엉뚱한 얘기겠지만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