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진담

2000. 6. 1. 오전 9:40:36

글자

이상한 잠버릇이 생겼어요.

새벽에 꼭 한 두 번 깨는 거죠.

전에는 알콜을 과하게 마신 날이거나 아픈 날, 울다 잠든 날, 무서운 꿈을 꾸는 날에나 그랬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은 날도 자꾸 깨는 거 있죠.

 

그렇게 새벽에 깨어서는 늘 뭔가 생각합니다.

잠들기 전에 친구와 나눈 전화 통화도 생각하고

난데 없이 "우리 토끼는 염소처럼 그렇게 바보가 아니야. 아무도 안 속아" 또는 "늑대 생각만 했어요" 하는 그림책의 한 구절을 떠올리기도 하고

마음 저 밑바닥에 있는 고민을 꺼내오기도 하고..

잠결이니까, 거의 무의식적인 일이지요.

 

어제는요, 아니 오늘 새벽이군요,

문득 깨어서 전람회의 "취중진담"을 흥얼거렸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그 노래가 참 잘 만들어진 노래라고 생각해요.

가사며 멜로디며 목소리며 정말 취한 사람이 부르는 것 같잖아요.

그래도 그렇죠. 제가 그 노래를 듣다 잠든 것도, 생각하다 잠든 것도 아닌데 왜 생각이 났을까요. 취중진담.

 

아침에 라디오에서 어떤 노래를 들으면 왜 하루 종일 그 노래를 흥얼거리게 되지요.

저는 새벽에 부른 취중진담 때문에 아침부터 그 노래를 흥얼거려요.

그랬더니 이거야 원,

아침부터 술 취한 기분이 드네요.

이거야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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