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로니카입니다..
상황 보고가 좀 늦었죠??
넵! 보고드리겠습니다..
일단 1082번 게시물을 통해 이제까지의 상황은 대충 짐작하셨을 것이라 믿습니다..
자.. 급작스럽게 반전, 또 반전되는 섭외記에 주목해 주십시오..
오늘 오전 저는 매우 의기소침한 상태로 저희 본당으로 돌아왔습니다..
아... 조기 축구회!!! 생각지도 못했던 사태 아닙니까..
그러다가.. 본당 행사가 있어 황망히 움직이는데.. 행사를 도와주러 온 제 동기를 만났지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황당하기 그지 없는 조기축구회 이야기와 그 축구회의 총무가 경영한다던 ’바니 치킨집’이야기를 했습니다.. 그곳을 찾아갔더니 영업을 안해 결국 살고 있는 집까지 찾아갔는데 이번에는 책임을 미루며 부회장 전화번호를 적어주더라는 이야기와 함께요..
그랬더니 제 동기 왈.. 바니 치킨집?? 거기 아는 데 같은데.. 하는 겁니다..
어떻게 아느냐고 꼬치꼬치 물었죠.. 너 지나가는 말로 그냥 해본 거면 맞는다..
그랬더니 머뭇거리며 하는 말... 거기가.. 신자가 하는 집이지 아마..
핫!! 갑자기 제 앞에 찬연히 서리는 광명의 빛!!
무슨 소리냐.. 자세히 말해 봐라..했더니 제 동기가 말하길.. 언제인가 후암동에서 중고등부 회합을 마치고 그 곳에서 술을 마신 기억이 있다는 겁니다..
동기에게 갖은 아양을 다 떨고 감언이설로 꼬셔..(평소에는 견원지간입니다.) 후암동 교사를 비롯한 인맥을 총동원하여 자세한 정보를 캐내라는 특명을 내렸습니다..
시간이 흘러 동기가 자기 나름대로 알아본 후 전하는데..
그 집이 바로 그 집이라네요..
게다가!! 그 총무님의 자제분께서 후암동 성당 중고등부 학생회장이라네요..
그렇다면.. 조기축구회는 총무님 선에서 결정을 본다.. 부회장은 무슨 부회장.. 필요없다..
생각한 끝에 빨리 마무리를 짓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저희 초등부 미사가 끝나고 다시 찾아갔습니다..(약 6시 경이죠..)
아주 조신하게 인사를 한 다음 상냥하게 말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 오는 5월 28일에 삼광 초등학교 운동장을 대여하려고 하는데요.. 어쩌구 저쩌구...
역시 난색을 표하더군요.. 일요일은 좀 힘든데...
정중하게 말을 꺼냈죠.. 저희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1지구 주일학교 교사 연합회인데요.. 1지구 내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체육대회를 하려고 하거든요..
물론 천주교라는 것을 넌즈시 강조했죠..
그랬더니 주인 아주머니가 너무 반색을 하시는 겁니다..
그래요?? 저도 성당 다녀요.. 후암동 본당이예요..
물론 천연덕스럽게 몰랐다는 듯이 대답했습니다..
어머, 정말이세요?? 천주교 신자가 그렇게 많지 않은데.. 저희도 1지구예요.. 후암동을 비롯해서 삼각지, 청파동, 신당동, 중림동, 해방촌..쫑알쫑알.. 다 읊어댔습니다..
그래서 어린이들 중에는 삼광 초등학교 학생들도 있거든요..(이 조기 축구회가 또 삼광 초등학교 졸업생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전 정보를 입수하고 갔다는 거 아닙니까..)
가증스럽다구요?? 저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자매님.. 다 알고 찾아왔습니다.. 자매님을 노리고 왔답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잖습니까..
그 후로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섭외..
아주머니께서 총무님께 말씀하시길..
여보.. 그 날만 다른 데로 원정가요.. 다른 사람들 한테는 내가 말할께요..
아주머니의 설득에 그 조기 축구회 총무님 또한 흔쾌히 허락하시더군요..
그러지, 뭐.. 그 날 하루면 되지요? 있다가 사람들 모이면 그렇게 말하지요..
다시 한 번 확인을 하고자 말했습니다..
그럼 그렇게 알고 가도 될까요? 저희가 시간이 없어서 다른 곳을 알아 볼 여유가 별로 없거든요..
그러자 자신있게 말씀하시더군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럴리는 없겠지만 별 이상이 있으면 다시 연락드릴께요..
하지만 일이 일이니만큼.. 다시 확인 사살.. 그래도 언제쯤이면 확정될까요??
내일까지는 결정될 겁니다....
기쁨을 감추며 다시 나붓이 인사를 한 후.. 얌전히 나왔죠..
단 15분도 안돼서 섭외에 성공했다는 거 아닙니까..
나중에 듣고 제 동기가 하는 말..
야... 윤성희.. 너 정말 여우 됐다.. 인간이 어떻게 이렇게 변하냐.. 이제 로비까지..
후후후... 그럼.. 물불 안가린다.. 못할 짓 없다..
이리하여 결국 성공적으로 협상 타결!!
제가 얻은 오늘의 교훈은요..
1. 천주교 신자 은근히 많다.. We are the world!!!
2. 아는 것이 힘이다. 정보화 사회에서 사전 정보는 성공의 지름길..
3.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때로는 얍삽(!)하게 사는 것도 좋다..
4. 역시 천주교는 아줌마들의 파워가 끌고 나간다.. 아줌마들을 잘 꼬시라..
이리하여 장소섭외의 임무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이번 주 준비 모임 때 초등학교 사진을 찍어 가지요..
이제 제 할 일은 다 마친 듯 합니다..
그럼.. 목요일에 삼각지에서 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