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148]

2002. 4. 12. 오전 1: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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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보나선생님,

 

  막스 베크만이라는 화가의 그림 중에 사람들이 모여서 파티를 하는데, 어떤 테너 가수가 뒤에서 얼굴을 일그러 뜨려가며 열심히 노래를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두 이야기를 하고 잔을 기울이고, 아무튼 그 가수의 노래를 아무도 듣고 있지 않는 그런 그림이 있습니다. 물론 제목은 까먹었지요. 그런데 사실 그 그림에 나오는 사람들 모두는 이야기를 하고 있건 아니건 간에 아무도 서로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그냥 무언가 깊은 외로움과 절망에 빠져서 자기가 느끼는 혼동에 갇혀있다고나 할까요. 막스 베크만은 세계 대전이 끝난 후에 인간성에 대한 신뢰같은 것이 온통 무너진 끔찍한 현실들을 자주 그림의 주제로 삼았지요.

 

 누군가 사회를 본다는 것은 그 사람이 좌중을 기쁘게 하고 슬프게하면서 좌중의 심리와 존재를 통제하는 것을 뜻합니다. 누군가 월례교육 강의를 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그 강사가 자기에게 부족한 그 무언가를 채워주기를, 아니면 자기에게 깊은 영감을 주기를, 아니면 아주 재미있어서 자기의 무료함을 달래주기를 기대하지요.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좌중은 그냥 수동적인 좌중이 아니지요. 누군가 사회를 보고, 누군가 교육을 하는 건 이제 사색하는 사람들이 지나가는 길 옆에 선 가로수가 되고, 무심결에 틀어둔 라디오가 되고, 도서관에 꽃혀진 책 가운데 하나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한 것 같습니다. 사실 그렇게 하는 것은 청중을 말한마디에 좌지우지 하는 것보다 훨씬 힘듭니다. 겸허함이 필요하니까요.

 

 15지구총회가 끝나고 사람들은 다 자기가 원하는데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했습니다. 보나리쇼는 사람들의 개인적인 활동의 폭들을 제한하지 않는 훌륭한 쇼였습니다. 그리고 만약 그것이 사람들 기대에 못미쳤다면, 선생님은 더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해주신 것입니다. 음 저는 감사합니다. 누구도 그런 역할을 떠맡고 싶어하지 않으니까요. 듣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노래하는 일은 힘든 일이지요. 하지만 여전히 파티에는 노래를 해 줄 테너가수가 필요합니다.

 

 음 저는 신입교사들에게 조금 다른 당부를 해드리고 싶어요.

 

교사생활은 긴 마라톤입니다. 1-2년 사이에 그 참맛을 알기는 사실 어려워요. 더 맛있는 것은 사실 저 깊숙히 숨겨져 있답니다. 그러니까 너무 푹 빠져서, 혹은 너무 욕심을 내서 전력질주를 해 버리면, 달리기가 싫어지지요. 벌써부터 숨이 막혀서는, 좀 곤란하죠. 그러니까 좀 찬찬히 달리세요. 음 열심히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닌 것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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