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첫영성체날...
어느 때보다 감회가 새로운 첫영성체였어요.
지금부터 올해 첫영성체가 그토록 감회가 새로웠던
까닭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1) 제가 주일학교 학생이었을 때 저를 가르쳤던
선생님의 자제가 첫영성체를 했답니다.
중 2 때 선생님 댁에 놀러 가서 갓난아기를 보고
신기해했었는데, 그 꼬마가 무럭무럭 자라서
어느덧 첫영성체를 한다니 감개무량할 따름이죠...
2) 제가 첫영성체 교리를 받을 적에 배웠던 책이 있는데요,
그 책으로 교리를 배운 지 14년이 지나서
올해 제가 그 책의 개정판을 만드는 데 참여했거든요.
무슨 책이냐구요? ’첫영성체 준비’라구요...
워낙 옛날에 만든 책이라 좀 딱딱하긴 하지만
정말로 내용이 알찬 교재라서(어라? 팔이 안으로 굽나?)
지금도 그 책의 문장들이 기억 속에 남아 있죠.
올해 제가 책 만드는 사람이 되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첫영성체 교리책을 다시 만났을 때는
정말로 뿌듯! 했답니다.
막 나온 따끈따끈한 책을 들고
그 책의 저자이신 늙으신 외국인 신부님을 뵈러 갔을 때,
너무너무 고마워하시던 신부님의 환한 웃음도
저에겐 큰 감동이었답니다요.
3) 14년 전 저를 비롯한 친구들에게 첫영성체 교리를 가르쳤던 수녀님은
지금 저희 성당에 다시 오셔서 원장 수녀님으로 계십니다.
미사 끝나고 파티를 할 때 수녀님께서 콜라를 따라 주시면서
"제자야, 한 잔 받아라!" 하시더군요.
지금은 너그러우신 수녀님이지만
그 땐 정말 무서웠지요... 지금 아이들이 초등부 수녀님을
무서워하는 걸 보면, 옛날에 저도 수녀님이 무서워서
정신 바짝 차리고 기도문 외우던 생각이 나요.
4) 올해는 첫영성체 하는 어린이들에게 정말 미안한 해였습니다.
시간이 많았던 작년까지는 교리 때 자주 가서
어린이들 기도문 외우기도 봐 주고 놀아 주기도 했는데,
올해는 한 번도 가 보지 못했거든요.
작년까지는 아이들 기도문 검사를 핑계로
교리책을 빼앗아 들고는... 다 아는 척하며
아이들이 기도문 외울 때 저도 눈치껏 외우곤 했지요.
그래서 웬만한 기도는 다 외웠지만 정말로 안 외워지는 기도가 있었습니다.
이름하야 부활삼종기도...
그리하여 올해가 밝았을 때 저는 다짐했습니다.
부활삼종기도를 다 외워서 아이들 앞에서 잘난척을 하리라!!!
그 다짐대로 저는 올해 부활삼종기도를 외우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저에게 기도문 검사 맡으러 오는 친구들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저는 학년이 없으니까요. 흐흑~
5) 오늘은 성령 강림 대축일입니다.
작년까지는 성체 성혈 대축일에 맞추어
첫영성체를 했는데,
올해는 날짜가 너무 늦어서인지 조금 당겼습니다.
독서와 복음에도 성령 이야기가 나오지만
흰 가운을 걸치고 두 손을 모은 어린이들의 모습은
말 그대로 ’성령 충만’이었답니다!
앞에서 사진 찍으시는 어머니들과
이쁘게 성체를 모시는 어린이들을 바라보며
나도 저랬을까? 하는 생각에 갑자기 마음이 ’울컥’하여,
마이크 잡고 성가 부르다가 목소리 뒤집힐 뻔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