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28일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이 사도들은 세상에 사는 동안 자신의 피로 교회를 세웠으며,
주님의 잔을 마시고 하느님의 벗이 되었네.<대영광송>
오늘의 묵상
베드로는 예수님께서 가장 위로를 받으셔야 하는 순간 예수님을 버리고
도망간 사람입니다.
스승님께서 베풀어 주신 그 사랑을 배신한 것이니 그는 큰 죄인이었습니다.
바오로는 무고한 그리스도인들을 붙잡아 감옥에 넘겼고 스테파노를 죽이는
일에 찬동한 사람입니다.
하느님을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하느님께서 가장 사랑하시는 사람들을
박해하였으니, 바오로 역시 죄인 중에 죄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신약 성경의 저자들은 이 위대한 두 성인이 한때 큰 죄인이었다는
사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드러냅니다.
초대 교회에서 매우 비중 있는 이 두 사람의 치부를 드러내면 오히려
선교에 걸림돌이 될 법한데도 말입니다.
이들이 한때 하느님의 원수였고, 나약하였으며, 분별력이 부족하면서
때로는 폭력적이었다는 사실을 가감 없이 우리에게 전해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신약 성경의 저자들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베드로와 바오로가 위대한 이유는 그들의 생애에 아무런 결점이 없었기
때문이 아님을 말입니다.
예수님의 자비가 자신들이 지었던 죄보다도 더 크다는 것을 믿고
회개하였다는 사실, 그리고 이후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라 사랑의 삶을 살려고
애썼다는 사실 때문에 우리는 이들을 성인으로 공경합니다.
사람에게 거룩함은 죄를 전혀 짓지 않는 ‘완전무결한 순수 상태’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죄, 털면 언제든지 나오는 먼지 같은 그 죄를 솔직하게
주님과 다른 이에게 고백하고 회개하는 자세에서 거룩함은 시작됩니다.
베드로와 바오로의 치부를 드러내는 신약 성경의 당당함은 바로 이런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던 것입니다.
- 매일미사 (한재호 루카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