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법보다 더 큰 의로움..."

2020. 3. 9. 오전 5:37:54

글자


"율법보다 더 큰 의로움..."


"사순 시기 중에 있은 저녁 소공동체 모임을 잘 마치고, 다들 집에 갈 정리를 하고 있는데, 안드레아 형제가 제안을 합니다.

'오늘은 이번 달에 축일을 맞은 형제도 있고 하니 함께 축하의 자리 겸 회비로 저녁 식사를 하는 것이 어떨까요?' 모두 그 제안에 찬성하며, 그럼 무엇을 먹을지 의견을 내보라고 합니다. 바로 그날이 금요일이었기에 모두 뭐가 좋을까 곰곰이 생각하는 듯 보입니다. 간단히 치맥(치킨과 맥주)으로 한잔 하자는 의견부터, 그래도 저렴하게 대패 삼겹살에 소주로 한잔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데, 그때 안드레아 형제가 다시 제안합니다.

'오늘은 금육을 해야 하는 사순 시기 금요일이니깐, 술 한 잔 할 수 있는 회로 하죠! 그래도 우리가 신앙인 아닙니까~' 비싼 회를 먹게 되었다고 다들 그 제안에 좋아하며 나가는데, 축일 당사자인 요셉 형제는 왠지 마음이 편하지 않아 보입니다." 금육을 지켜야하는 사순 시기 금요일이면 때때로 위의 상황과 같은 딜레마에 빠지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위의 상황처럼 '금육을 지키기 위해' 값비싼 회를 선택하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이것이 주님이 원하시는 계명의 실천인지를 다시금 묵상하게 됩니다. 오늘 복음말씀의 분위기는 상당히 긴박한 긴장감이 감돕니다. 예수님과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 그리고 군중들 사이에 한 가냘픈 여인이 죄인으로 끌려와 있습니다. 그 여인은 간음하다 현장에서 붙잡힌 현행범으로, 이스라엘의 율법에 따르면 사람들이 그 여자에게 돌을 던져 죽여야 했습니다. (요한 8,5 참조). 이러한 모세의 법을 예수님께 제시한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지금, 예수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스승 님 생각은 어떠하십니까?" 그들의 이 질문은 예수님께 올가미를 씌우기 위한 계략이었습니다. 만약 예수님께서 "모세의 법대로 그 여자에게 돈을 던져라!" 라고 말씀하시면, 평상시 사랑과 용서의 복음을 선포하시는 예수님의 가르침이 거짓말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만약 예수님께서 "그 여자를 용서해 주어라!"라고 말씀하시면 이스라엘 백성으로서 모세의 법을 따르지 않는 것이니, 그곳에 있는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군중을 선동하여 예수님을 하느님과 모세의 법에 반(反)하는 거짓 예언자로 몰아세울 것입니다.

이러한 위기 상황이지만 예수님의 대답은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약삭빠름에 비수를 꽂는 말씀이었습니다.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물론 예수님께서도 그분의 대답에서 그녀의 죄를 부정하거나 용인하지는 않으셨습니다. 다만 이 말씀을 통해 사랑과 용서로써 회개할 기회를 죄인인 여인에게서 빼앗는 단죄가 더 큰 악행임을 가르쳐 주시는 것입니다. 이것은 율법보다 더 큰 의로움이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통해서 우리에게 올 수 있음을 드러낸 것입니다. (필리 3,9 참조).

사순 제5주일입니다. 사순 시기 재계의 삶은 주님 보시기에 좋은 우리의 사랑과 나눔의 삶이어야 합니다. 사순 시기에 금육을 지키기 위해 값비싼 회를 먹으면서 신앙인으로서 해야 할 재계의 삶을 지켰다고 생각하는 신앙인과, 금육을 지키지는 못했지만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보속의 삶으로 가난한 이웃과 나누는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신앙인 중, 누가 더 주님의 사랑을 받는 하느님의 자녀일까요? '그 답! 모두 아시겠죠? 모르신 다구요? 음~ 그럼 말씀을 한 번 더 읽어보세요! 답은 말씀 안에 있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사순 시기, 은혜로운 시간되시길 기도합니다.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요한 8,11)".


-이재현(요셉) 신부(수원교구)-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기도.묵상 글

목록 전체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