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해다오

2019. 7. 6. 오전 7: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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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해다오

 

 

예수님이 체포되시기 전 마지막 밤에 제자들과 함께 음식을 잡수실 때 직접 빵과 포도주를 당신의 몸과 피라고 주시며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라"(1코린 11,24-25 참조)고 하셨다. 그래서 그분의 말씀을 기억하여 행하는 것은 해도 좋고 안 해도 무방한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분은 왜 우리에게 이것을 꼭 하라고 하셨을까? "내가 고난을 겪기 전에 너희와 함께 이 파스카 음식을 먹기를 간절히 바랐다"(루카 22,15)고 말씀하시고 또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던"(요한 13,1) 그분은 제자들에게 이 말씀을 하실 때 도대체 어떤 마음이셨을까? 당신을 기억하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예수님께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셨다는 오늘 복음은 헤로데가 "이 사람은 누구인가?"(루카 9,7-9)라고 묻는 부분과 "당신은 하느님의 그리스도이십니다."(루카 9,18-21 참조)라는 베드로의 고백사이에 끼어 있는 이야기이다. 그 옛날 광야에서도 당신 백성을 굶기지 않으셨던 그분 (시편 105,40-41 참조)은 하느님 나라에 관한 말씀을 선포하실 뿐만 아니라, 병자도 능히 치유해주시는 "구원 자"(루카 9,11 참조)로서 당신을 따라온 사람들을 그냥 보지 못하셨다. 그분은 제자들이 내놓은 빵과 물고기를 들고 먼저 '하늘을 우러러' 축복(감사) 하시고 그것을 나누어 먹게 하심으로써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무리 보잘것없는 것이라고 해도 하느님의 사랑과 뗄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 주신다.(루카 9,16 참조) 그렇다. 우리 삶의 모든 것이 하느님과 연관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그것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것들을 다른 이들과 기쁘게 나누어야 한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여기서 뜬금없는 듯 보이지만, 바벨탑 이야기를 잠시 떠올려 보자. 그 옛날 사람들은 "하늘까지 닿는 탑을 세우고 우리가 온 땅으로 흩어지지 않게 하자"(창세 11,4 참조)고 말한다. '사람들이 모여 열심히 일해서 위대한 업적을 세워보자는 것이 뭐가 나쁘고 서로 모여 잘해보자고 의기투합하는 것이 어찌 잘못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꼼꼼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세상과 인간을 창조하시고 보시며 "참 좋았다"(창세 1,31)고 하신 하느님께서는 피조물에게 "복을 내리시며 번식하고 번성하며 땅을 가득 채우라"(창세 1,22.28 참조)고 하셨다. 하느님은 당신이 주시는 축복을 받아 서로 나누고 그로써 모두가 풍요로워지기를 원하셨던 것이다. 그런데 바벨탑을 세우고자 한 자들은 "우리가 흩어지지 않게 하자"고 하며 그들이 받은 것과 누리고 있는 것을 움켜쥐고 그들끼리, 그들만의 왕국을 세워 그것을 독점하고자 하였다. 누군가의 말처럼 예수님은 "당신의 뼈와 가죽까" 곧 당신의 모든 것을 기꺼이 내어 주신 것이니 그날 밤 주신 빵과 포도주는 당신 자신이었던 것이며 이로써 우리는 영원한 생명의 양식을 거저 얻어먹고 마시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도 그분처럼 서로 내어주며 살아야 하는 천명을 받은 것이리라. 오늘 복음에 나오는 말대로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누구에게나 "황량한 곳"(루카 9,12)이다. 그래서 평소에는 넥타이 매고 점잔빼던 사람도 비오는 날이면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라는 노래를 부르며 술 한 잔에 삶의 시름을 덜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황량한 세상에서 예수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며 산다는 것은 무슨 뜻이며 그것을 먹고 산다는 우리는 무엇 하는 사람들일까? 강론 서두에 색깔로 표시된 몇 가지 엉뚱한 질문의 답을 우리 모두 함께 찾아보자. -김훈(안토니오) 신부 (전주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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