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를 내어 일어서라. 그분이 너를 부르신다."
눈을 뜨지 않으면 내가 지금 어디쯤 와 있고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내가 어디로 가야할지... 알 수 없습니다.
마음의 눈을 얼른 뜨지 않으면 사람을 잃습니다.
삶을 잃어버리고, 사랑을 잃어버립니다.
결국 나 자신도 잃어버리고 삶의 주체가 되지 못한 채 질질 끌려가는
삶을 살게 됩니다.
눈을 뜨지 않는 사람에게 세상은 여전히 깊은 어둠일 뿐 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차라리 어둠 속이 낫다고 생각해서
눈을 뜨고 싶어 하지 않는 속마음을 감추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보기 싫어도 봐야 하고, 어둠이 좋아도 어둠을 딛고 일어서야 하고,
빛 속에 있기 싫어도 빛의 자녀로 살아야 하고, 하느님의 역사 안에서
내 인생이 어떻게 펼쳐지고 있는지 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사람도 잃지 않고, 내가 어디에서 있는지, 어디를 향해
가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래야 잃어버린 '나'를 찾을 수 있습니다.
어둠 속에 살았던 앞 못보던 이가 믿음 하나로 눈이 열렸듯이
우리를 어둠에서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믿음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숲 속에서 길을 헤맬 때 길을 찾고 집으로 돌아 갈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손을 내밀어 그분의 손을 잡는 것입니다.
우리들 누구에게나 상처가 있고, 주님께 나아가는데 있어 장애물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그 상처를 어느 누구에게도 보여주기 싫어하여
곪은 채 지금껏 살아왔을 수도 있습니다.
이 상처는 분명 하느님께 다가가고자 하는 우리의 발걸음을 묶어 놓거나
더디게 만드는 장애가 될 수 있습니다.
시각 장애인들은 자신들의 볼 수 없음을 지팡이로 극복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떻습니까? 영적인 눈멀음의 처지에 있으면서도
우리의 자존심은 그런 지팡이마저 거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하느님의 능력 안에서 새 삶을 살게 된 소경은 '눈뜬 소경'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려는 우리에게 바리사이적인 완고한 기질,
나 스스로를 옭아매는 사슬, 그리고 쉽게 판단하게 하는 선입관과
고정관념의 사슬을 끊어버릴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주위를 보지 못하고, 이웃과 세상에 눈을 감고 살아갈 때
우리는 스스로 눈뜬 소경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고 있습니다.
오늘도 장애물 때문에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좌절하고
실의에 빠져있는 우리에게 누군가가 말을 건네옵니다.
"용기를 내어 일어서라. 그분이 너를 부르신다."
우리로 하여금 하느님께 나아가는 데 있어 장애가 되는 모든 것들을
벗어버리고 "나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시는 예수님께 달려가
낫게 해 달라고 간절히 매달려야겠습니다.
그렇게 될 때 비로소 우리는 소경이었던 사람의 눈을 뜨게하시는
예수님의 능력을 체험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김경진 베드로 신부(의정부 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