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글인데 조아염~!

2000. 10. 3. 오전 2:22:48

1
글자

사랑의 정의

 

 

♡ 1.

어린 시절부터 드라마틱한 사랑을 꿈꿔온 한 소녀가 있었다.

사랑에 관한 음악이라면 다 골라 듣고 사랑에 관한 책이라면

빼놓지 않고 읽었던 그 소녀는 어느날 자신의 이상형에 가까운

남자를 만났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만나고 헤어지면 곧 전화로 밤을 지새우고

만남에 대한 기대로 떨어져 있는 순간을 살고 그렇게 서로의

사랑을 쌓아가던 소녀는 그네들의 사랑은

다른 빛깔이라고 믿었다.

 

몇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도 퇴색되지 않는 사랑의 열정에

뿌듯해했고 남들과는 다른 사랑을 한다는 자부심에 든든해 하던

어느날...

그 소녀는 보이지 않는 사랑 속에 허우적 거리는 자신을 보았다.

대상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환상을 사랑했던

그 소녀는 그런 자신의 모습을 견딜 수 없어 이별을 했다.

이제 다시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가능하지 않으리라는

절망 속에 살다가 다시 한 남자를 만났다.

언제나 편안하기만 했던 그 남자를 사랑하게 된 순간

그 소녀는...

 

 

사랑이란,

키워낸 감정이 아니라 대상에 대한 이해라는 것을 깨달았다.

 

♡ 2.

사랑은 이러이러해야 한다고 자신만의 정의를 가진

한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의 사랑은 여자를 바라볼 때

가슴 뛰는 울렁임이라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남잔 울렁임을 느끼게 한 어떤 여잘 사랑하게

되었고 그 여자로 인해 살 수 있었다.

다시 몇 년이 흐르고 멀리서 바라만 봐도 가슴 뛰게 만들던

그 여자가 어느 봄날 오후의 햇살처럼 마냥 따사롭게만

느껴지자 그 여자를 떠났다.

더 이상의 울렁임이 없었기에...

 

 

그러던 어느날 삶에 지쳐 허덕이고 있을 때 한 여자가 다가왔다.

자신의 이상형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기에 편한 마음으로

그 여자를 대할 수 있었고 문득 그 여자를 사랑하게 된 자신을

발견했을 때 그 남자는...

 

 

사랑이란,

획일화된 감정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느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 3.

사랑한다면 이래야 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싫었던 한 남자가

있었다. 하는 일 없이 날마다 만나서 시간 죽이기는 낭비라고

믿었고 얼굴만 마주 본다고

사랑이 커지는 것이 아니라고 역설했다.

그러던 어느날 한 여자를 만났고 사랑을 갈구하던 그 여자에게

자신은 바람이라고 했다.

스치는 바람답게 그 남자는 잊혀질 만하면 그 여자에게 연락을

했고 달려 왔다

지친 어깨를 다독이고 시린 손을 어루만지면서도

그 남자는 여자에게 빠져들지 말자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자신의 일에 충실하고 가끔은 다른 여자를 만나서

집중되는 마음을 분산하고...

그렇게 지내던 어느날 그 남자의 여자는 떠나 버렸다.

기다림에 지쳤다고...

 

 

다시 한 여자를 만났다.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늘 바쁘고 언제나 시간배분에 철저하던 그 여자 앞에서

그 남자는 한낱 친구일 뿐이었다.

아련한 첫 키스를 나누고 불길처럼 타 오르는 보고 싶은 감정에

그 남잔 틈나는 대로 여잘 만나고자 했지만

여자는 여전히 바빴다.

그 남자는 다시 사랑을 잃고 옛사랑을 추억한다...

 

사랑이란,

일방적인 강요가 아니라 주고 받는 것임을 절감하면서...

 

♡ 4.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는 한 여자가 있었다.

불빛을 찾아 떠도는 불나방처럼 외로움이 밀려 오는 저녁이면

그 누구라도 함께 했다.

그러던 어느날 한 남자가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뚜렷한 이유없이 밀려오는 그 느낌에 젖어들 무렵

그 여자는 두려워졌다.

그 남자의 순수함이, 그 남자의 열정이, 자신의 지난 일들이...

결국 떠나가는 남자를 붙잡지 못하고 자신의 일에 파묻혀 살던

 

 

어느날 다시 한 남자를 만났다.

아무런 느낌이 없었지만 자신을 사랑해 주는 그 남자가,

그 사랑을 지켜 나가는 그 남자가 고마웠다.

그 남자를 사랑하자고 자신에게 몇 번이나 맹세하던 그 여자는

그 남자와 사랑을 키워가면 갈수록 느낌없는 사랑에 지쳐갔다.

다시 그 남자와 이별을 하고 그 여자는 목놓아 울었다.

 

 

사랑도 용기인 것을...

더 이상 느낌없는 사랑을 하지 않으리라면서...

 

♡ 5.

한 사람만을 사랑하는 일이 손해 보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던

한 남자와 여자가 있었다.

사랑할 수 있으면 모두 다 사랑하리라던 그 여자와 남자는

많은 사람들과 사랑을 나누고 그 사랑 속에서 충만했다.

풍요 속의 빈곤을 느낄 때 마다 다 가질 수 없는 당연함에

스스로를 달래고 그럴 때면 다시 다른 사랑을 찾아 헤맸다.

그러던 어느날 그 여자와 그 남자가 만났다.

출렁이는 서로에 대한 사랑을 애써 외면하고

각자 다른 사랑을 인정해 주기로 했다.

그 남자가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고

그 여자 또한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됐다고

서로 부유하는 사랑을 확인할 무렵

그 여자와 그 남자는 이별을 했다.

 

다시 계절이 바뀌고 다른 사랑 속에서 사랑에 대한 단상을

쌓아가면서 그 남자와 그 여잔...

사랑은 다시 올 수 있지만 한꺼번에 올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사랑은 외면한다고 해서 사라지는게 아님을...

 

사랑이란...

그렇게 마음가는 대로 임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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