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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모르지만 또렷이 기억되는 한 형제님이 있다. 그분은 늘 자전거를 타고 아침미사에 참석했다. 미사가 끝난 뒤 창가에 앉아 커피를 한잔 하고 있으면 그분이 자전거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나도 어느새 습관이 들었는지 커피를 마시다 말고 문득 그쪽을 바라보곤 한다. 그분은 언제나 성모상 옆 빈공간에 자전거를 세워두곤 했는데. 그 자전거가 그날도 거기 그렇게 서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나의 일과가 되어버렸다. 언젠가 그가 자전거를 세워두던 그 자리에 2, 3주 동안 자전거가 보이지 않았다. 그 자리가 그저 쓸쓸하기만 하고 텅 빈것 같이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날 눈에 익은 자전거가 그 자리에 세워져 있었다. 나는 얼마나 반가웠던지 달려나가서 확인했다. 예쁘고 단단하게 생긴 그 자전거가 틀림없었다. 창가에 앉아 조금 기다리고 있으려니까 그 형제님이 휴게실로 들어왔다. 어느 때와 같이 간편한 옷차림과 가벼운 걸음걸이.... 반가운 마음으로 내가 알은체를 했더니 그분도 자판기에서 커피를 한잔 뽑고는 내 앞에 와서 자신의 얘기를 들려주었다. 나이가 곧 여든이 된다는 것, 갑자기 기관지가 나빠져서 여러 날 병원에 입원하고 고생했다는 것, 그리고 아들이 생일 선물로 사준 그 자전거는 외국 어느 회사의 유명제품으로 대단히 비싼 거라는 것 등등... 나이가 들면 추운 겨울엔 조심해야 된다며 당분간 아침 미사를 피하고 낮 10시 미사를 보는게 좋겠다고 하던 그 형제님은 봄이 가고 여름이 다 지나도록 보이지 않는다. 그새 세상을 뜬 것이나 아닐는지 산다는 것이 이런 게 아닐까 싶으면서도 때로는 쓸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그날, 충고 한마디 한다며 제발 담배 좀 끊으라고 하던 그 다정했던 목소리, 어쩌다 한 번쯤 마주칠 만도 한데... 이름도 모르는 그 형제님과 그 예쁜 자전거는 한동안 내 기억 속에서 성모상 옆의 그 빈 공간을 지키에 될 것이다. * * 생활성서 9월호에 실린... "자전거가 있던 자리" 라는 글을 읽는 순간, 찌르르 온 몸을 휘감는 전률과 함께 목이 메이고 눈물이 핑그르 돌았다.
몇 개월전까지 존경하는 분의 차가 제 자리에 그대로 세워져 있는지 확인하곤 차가 없으면 세상이 텅 빈것 같고 허전하곤 했었기에...
우리 성당에서의 월요일과 목요일의 두 번의 평일 새벽미사... 새벽미사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는 장례미사가 있는 날 말고는 일주일에 두 번밖에 없는 아무렇지 않은 날의 새벽 미사를 거의 빠지는 일이 없다.
늦가을 새벽, 낙엽을 마구 구르게 하는 바람 스산한 길이나... 먹장 구름이 온통 하늘을 뒤덮은 어두컴컴한 여름 장마철의 궂은 새벽 길이나... 추운 겨울, 얼음처럼 차거운 새벽 하늘에 보석처럼 반짝이는 별들을 보며 걷는 새벽미사 길이나 봄비가 촉촉히 대지를 적시듯 내리는 새벽미사길도 너무나 좋은 것이다.
그뿐인가! 미사를 마치고 뿌듯한 마음으로 돌아오는 채 밝지 않은 겨울 새벽, 그린듯이 요염한 여인의 눈썹 같은 하현달은 또 얼마나 어여쁜지...
며칠전 월요일, 그날은 나눔의 샘 양로원에서 장례미사가 있는 날이었다.
장례 미사에 참석할려고 새벽미사에 참석을 하지 않았더니... 왜 새벽미사에 오지 않았느냐고... 건강치 못하여 자주 아픈 내게 또 아픈것 아니냐고 안나 형님에게서 전화가 온 것이다. 언제나 앉는 성당 중간 자리 창문 옆, 내 자리가 비어 있으면 허전하고 섭섭하다 하신다.
위의 글을 읽기 전에는 미처 알지 못하고 깨닫지 못했던 일.... 누군가에게 기억된다는 것, 누군가가 내게 관심과 애정을 가져 준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일인지를 이제사 깨달은 것이다.
어느새 받는 것에만 익숙해져 있는 나를 발견한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나 또한 그럴것이다. 내 주위에 있는 모든 이들, 사랑하는 이들을 기억할 것이다.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을 오래 오래 간직할 것이다. 받는 것 보다 주는 것에 더 행복하고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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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있던 자리
2007. 9. 5. 오전 9:43:33
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