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꽃물 선생님
“아, 김 기윤 선생님이세요?
보내주신 봉숭아꽃물 잘 받았습니다. 너무 고맙습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어김없이 봉숭아 꽃물을 보내주는 선생님이 계십니다.
바로 충북 괴산군의 추산 초등학교에 재직하고 있는 김 기윤 선생님입니다.
고학년 아이들이라야, 5, 6학년을 통틀어 17명밖에 되지 않지만,
그 아이들과 함께 봉숭아꽃을 재배해 전국으로 예쁜 꽃물을 보급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18년 전, 성당초등학교에 재직하고 있을 때,
마당에 흐드러지게 핀 봉숭아 꽃잎을 따서
아이들 손톱에 하나하나 싸매어 준 것이 계기가 되었답니다.
그렇게 아이들의 손톱에 봉숭아 꽃물을 정성스레 싸매어 주다 보면
선생님에게 다가오기 어려워했던 아이들도 어느새 마음을 열고 다가오더랍니다.
그 소중한 체험이 오늘에까지 이르게 한 것이지요.
봄이 되면 흙을 고르는 일부터 시작해서,
봉숭아 씨앗을 심고, 잘 자라라고 거름도 주고,
또 여러 개 함께 자란 봉숭아 싹들은 솎아내 주기도 합니다.
그 정성으로 울긋불긋한 봉숭아꽃이 피게 되면 선생님은 아이들과 함께
그 땡볕에서 손수 꽃과 꽃잎을 따고, 곱게 찧어 비닐봉지에 넣습니다.
게다가 손가락에 얹어 쌀 수 있는 얇은 비닐도 함께 넣어 보내주는 것입니다.
7월 한 달 동안, 매일 500~600명 분량의 적지 않은 꽃물을 만들어도
보내달라는 이들이 많아, 늘 부족하다고 합니다.
그러니 때때로 일요일도, 방학 때도 쉴 수가 없답니다.
그럼에도 선생님의 목소리에선 기쁨과 보람이 묻어 있었습니다.
선생님과 추산 초등학교 5,6학년 아이들의 정성과 땀방울이 담긴 봉숭아 꽃물을 받을 때마다,
이미 흙 때와 꽃물로 알록달록해졌을 아이들과 선생님의 손톱이 떠오릅니다.
그 정성 덩이를 올해도 어김없이 보내주신 것입니다.
요즘엔 쉽게 바르고 지울 수 있는 색색의 매니큐어가 참 많습니다.
손톱에 다양하게 그림을 그려 넣거나 인공손톱을 덧붙이는 네일 아트도 성행합니다.
이것에 비하면, 손톱에 꽃물을 얹고 칭칭 동여매고 나서,
밤새 무사히(?) 잘 자고 일어나야 곱게 물드는,
어떻게 보면 번거롭고 촌스럽게 여길 수도 있는 봉숭아 꽃물입니다.
그러나 여기에 스며있는 예스러움과 정겨움은 그 어느 것에도 비할 수 없습니다.
‘내 손바닥은 늘 버~얼개’ 하시던 선생님….
내년이 정년이라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는 하지만,
선생님의 흙 사랑, 옛 사랑이 많이많이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올해는 제 투박한 손에도 봉숭아 꽃물을 들일까 합니다.
봉숭아 꽃물을 받은 모든 이들이,
그 사랑으로 손톱도 마음도 예쁘게 예쁘게 물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행복지기 수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