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아름다우셨던 아가다 선생님
~ 송현 마태오신부님글입니다.
나는 어릴 때 유난히 코를 많이 흘렸다.
항상 누런 코가 콧구멍을 들락거렸다.
그래서 늘 나의 소매는 코를 닦아서 반질반질했고
멀리서 보아도 추저분하고 더러웠다.
어머니는 집안 생활비를 버시고자 아침 일찍 소금 장사를 나가셨고,
나중에는 손수레 끄는 일이 힘에 부치셔서 시장바닥에 좌판을 놓고
고춧가루 장사, 생선 장사를 하셨다.
너무나도 고달픈 삶을 사셔야 했던 우리 어머니는
우리 형제들을 씻겨줄 시간을 도저히 내실수가 없었다.
우리 작은 형은 깔끔한 성격이라 항상 깨끗한 모습이었는데 나는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가난하고 빈곤한 외모가 겉으로 보기에도 역력했다.
그래서인지
학교에 가거나 주일학교에 가면 초등학교 2학년 담임선생님을 제외하고
나는 선생님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학교에 가는 것이 고역이었고,
특히 주일학교에 가는 것이 아주 싫었다.
그런데 어느 날,
우리 주일학교에 아주 아름다운 선생님이 오셨다.
그 선생님은 여름이고 겨울이고 우리 주일학교 어린이들을 줄 세워놓고
한 명씩 얼굴과 손과 발을 씻겨주셨다.
그 당시 대부분의 아이들은 때를 닦지 못해 손과 발은 대개 트거나 갈라져 있었다.
머리에는 석해가 바글거리고 이도 많았다.
그런 어린이들을 머리 감겨 주시고, 손과 발을 부드러운 수세미로 문질러 주시고
목 언저리도 아주 시원하게 닦아주셨다.
불행히도,
나는 그 선생님의 반이 아니었다.
성당 우물가에서 선생님의 고운 손길로 세수를 하고 있는 친구들이
너무나 부러워서 나는 나 자신도 모르게 줄을 섰다.
그 반의 친구들은 나를 밀쳐내며 저리 가라고 했지만
나는 끝까지 줄을 서려고 발버둥을 쳤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모습을 환한 미소로 바라보시더니
나를 맨 앞으로 데리고 가시어 앉으라고 하신 후 나를 씻겨주셨다.
너무나 고운 손길이었다. 나는 괜히 눈물이 났다.
너무나 행복했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눈물과 콧물로 얼룩진 나의 얼굴을 씻겨주시며 환한 미소를 지으셨다.
그런데 얼마 후 그 선생님은 어디로 사라지셨다.
나는 그 선생님이 너무 보고 싶었지만 다시는 볼 수 없었다.
선생님은 어린 나에게는 너무도 생소했던 가르멜 수도원으로 입회하셨던 것이다.
내가 사제 서품을 받고 수도원을 찾아가 보았다.
새 신부인 나에게 수도원 수녀님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너무나 아름다운 천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모두가 내가 그토록 보고 싶어 하던 아가다 선생님이었다.
나는 특별히 아가다 선생님을 만날 필요가 없었다.
천사 같은 수녀님들이 모두 그녀였기 때문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청정함과 순결함이 해맑은 미소와 웃음소리로 나에게 다가왔다. 그것은 참으로 놀라운 만남이었다.
그녀들은 철창 너머에 있었지만 천상 세계에 있는 듯했다.
천상과 지상이 교차하는 만남 같았다.
짧지만 아주 행복한 만남을 뒤로 하고 나오며,
그 선생님이 나를 기억하고 계실까 생각해 보았다.
선생님께서 나를 잊으셨다 하더라도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는 아가다 선생님을 내 마음의 천사로 영원히 기억할 것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