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데 정~말 좋은데 뭐라 말로 표현할 수가 없네~ 호호호"
1일 오후 서울대교구 흑석동성당(주임 이경훈 신부) 지하 조리실. 본당 카페 '하랑'에 대해 묻자, 초등부 자모회 한 신자의 유머 있는 답변에 다들 한바탕 웃음보가 터졌다.
하랑은 본당에 없어서는 안 될 든든한 효자다. 본당 공동체 활성화와 선교의 일등공신이기 때문이다. 탁 트인 공간, 80석 규모의 하랑은 자작나무로 직접 제작한 테이블이 따뜻한 분위기를 더한다. 주일미사가 끝나면 카페는 사람들로 꽉 차 의자가 모자랄 정도다. 신자들은 오손도손 정다운 얘기를 나누느라 바쁘다.
이경훈 신부가 본당 주임으로 처음 부임하던 4년 반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당시 성당엔 만남의 방조차 없었다. 미사만 끝나면 성당 분위기는 썰렁했다. 2010년 카페가 탄생하면서 남녀노소 성당 안에 머무르는 신자들이 많아졌다. 본당 공동체 분위기는 훨씬 밝아졌다.
특히 젊은 어머니들의 본당 활동 참여도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초등부 자모회는 10명에서 100여 명으로 늘었고, 중고등부도 40여 명의 자모회가 활동 중이다. 커피에 관심이 많은 젊은 어머니들은 학교 모임이 끝난 뒤 비신자 어머니들을 함께 데려와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질 높은 품질의 커피를 자랑하곤 한다.
간접적인 선교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카페를 통해 처음 성당을 접한 사람, 일반 카페를 운영하다가 본당에 카페 봉사를 하기 위해 찾아와 가톨릭바리스타협회 공부를 하던 사람, 개신교 신자 등도 커피를 매개로 세례를 받아 성당에 다니고 있다.
커피가 맺어주는 신앙은 청소년들에게도 이어진다. 예쁘게 모양을 낸 커피를 사진으로 찍어 SNS에 올린 뒤 '나랑 같이 성당 가볼래?'라고 올린 댓글은 자연스러운 대화로 이어져 비신자 청소년들을 불러들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신부와 자모회 회원 등 '본당 커피 사절단(?)' 5명의 열정으로 처음 탄생한 하랑에는 현재 30여 명의 봉사자가 일하고 있다. 수익금은 청소년 주일학교 운영비와 불우이웃 돕기, 학생 장학금 지원, 단체 후원 등에 쓰인다. 하랑을 시발점으로 이 신부는 차별화 한 커피를 통한 선교에 힘을 쏟고자 '가톨릭바리스타협회'를 창립(2012년 2월)하기도 했다.
하랑이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여러 종류의 날콩을 눈으로 일일이 선별, 200℃ 이상에서 직접 로스팅한 뒤 냉각해 1주일 이상 항아리에 숙성시켜 에스프레소 커피, 3일~2주 숙성해 핸드드립 커피와 블렌딩 커피로 판매한다. 특히 카푸치노의 거품은 시중 유명 상표의 것보다 훨씬 차지고 고운 맛을 자랑한다.
김미경(아기예수의데레사, 44)씨는 "쉬고 얘기할 수 있는 장소가 생겨서 신부님과 대화도 하고 한결 가까워진 것 같다"며 "낮은 가격에 질 높은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동네 주민들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본당이 활력 넘치는 본당으로 확 바뀌었다"며 "커피를 통해 능동적인 선교를 활발하게 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본당 카페와 가톨릭바리스타협회 직영 카페가 지역에 더 널리 퍼져서 선교의 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강성화 기자 michaela25@pbc.co.kr
커피향 솔솔, 신앙은 쑥쑥 [평화신문 1255호 2014년 03월 09일]
2014. 3. 6. 오후 9: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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