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벗들에게

2004. 6. 26. 오전 10:50:21

글자
그리운 벗들에게!!!


  봄비가 메마른 대지를 촉촉이 적시던 날 오후, 그리운 목소리가 들려 온다.

  이제는 그들에 대한 호칭마저 애매해지는 나이임에도 자연스럽게 반말이 되어 나오는 것은 그만큼 그들이 그리워서일까? 세월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고 있다는 말이 새삼 실감이 난다.

  사실 너희들은 나의 스승이었다.

 지금도 방황에서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지만, 10대의 나는 신앙적으로 부량아였었다. 부모와 집안에 대한 불만, 건강의 악화와 그에 따른 연이는 대학의 실패, 대인기피증, 우울증...., 바닥모를 곳으로 추락하며 니체와 소펜하하우어를 탐독하며 신을 부정, 아니 내 자신이 신을 죽이던 세월이 연속이었다. 소위 말하는 냉담을 밥먹듯 하던 시절, 어쩌다 내가 성당에 나가면 이유를 묻지 않고 반겨주던 그리운 동기들! 그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것이리라!

  

  그러한 것들이 내 신앙의 바탕이 되어, 지금의 내가 그래도 신앙의 끈을 놓지 않고 살고 있는 것이다.  타향의 본당에서 상임위원, 단체장, 구역장이라는 과분한 직책을 역임했던 것도 다 벗들의 기도와 염려 덕분이었음을 새삼 깨닫는다. 그 동안  읽었던 많은 책 속에서도, 많은 피정과 교육을 통한 훌륭하신 분들의 가르침도 내 벗들의 따뜻한 마음을 따르지는 못했다.

  이제 이 고마운 벗들이 모여 로사리오 기도 모임을 갖는단다.

  그러고 보니 묵주란 게 참 묘한 것이다. 원을 이루고 있는 알 하나하나가 서로가 대등하면서도 자신의 역할을 다할 때 온전한 기도가 이루어진다는 것. 아마 내 벗들의 마음 역시 이러하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중요했던 추억의 시간을 과거가 아닌 현재로 이어가려는 또 한번의 따뜻한 마음에 주님께서 감동하시어 이런 일을 가능토록 은총주신거리라!!

  아울러, 멀리 있는 그리고 항상 신세만 졌던 나에게 동참의 기회를 준 너희들 모두와 주님께 감사드리며, 비록 얼굴을 맞댈 기회가 거의 없겠지만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하마.


                  2004. 4 월의 화사한 봄날

    20여년 만에 내 이름이 형곤이였음을 일깨워 준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멀리서  못난 친구 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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