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과 뇌물

2004. 6. 26. 오전 10:46:56

글자
선물과 뇌물  

사실 종교는 종류를 막론하고 기복성(祈福性)을 무시할 수 없다.
나 역시 말로는 기복을 거부한다고 하지만 나의 기도는 거의 아니 전부 기복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론과 이성으로는 “주님! 영광과 찬미받으소서! 주님의 사랑과 저에게 베풀어주신 자비에 감사드립니다”라고 기도해야함을 알고는 있으나, 이런 기도는 기도 첫머리에 예의상(?) 뇌아릴 뿐 곧이어 “~~~~~~해 주세요,   ~~~~~~~~을 바라오니~~~”로 이어진다. 심지어는 내가 주님이라고 고백하는 그분께 담판을 짓기도 한다. "내가 이러저러한 일을 하오니 이러저러해 주셔야 합니다,  당신이 주님이라면 어찌저찌해야 합니다"
 비단 이것뿐이 아니다. 남을 이야기할 때도 기복성에 바탕을 둔다.
 아무개는 천당갈꺼야 그렇게 열심히 봉사하니, 아무개는 매일 미사 참례하니 신심이 참 두터워, 그집 애는 잘될꺼야 부모가 그렇게 지극정성으로 성당에 열심이니 등의 말을 예사로 한다. 물론 이런 말들이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뭔가 아쉬움을 남기는 것 만큼은 틀림이 없다. 분명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거저 주신다고 하였는데~~~~, 하늘나라를 줄것이 아니고 이미 주셨다고 하셨는데~~~(하느님 나라는 바로 너희 가운데 있다. 루가 17:21)

불교에서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언젠가 사찰의 현판(懸板)을 연구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현판이란 것은 사찰 전각 내부에 높이 걸린 것으로, 그 중에 사찰의 창건과 중수의 과정을 적어 넣은 것이 있다. 그걸 보면 절의 창건자, 시주자 심지어는 불사에 참여한 공사 감독관까지도 알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현판의 내용을 보면 거의 비슷하다. 관련자의 이름과 동기가 다를지언정 발원(發願)을 갖고 불사(佛事)를 일으킨다는 내용은 거의 똑 같다. 나라를 위해, 가정을 위해, 죽은 부모의 극락왕생을 위해 등등말이다.
하여 무의미하게 대충 현판의 내용을 쭉 읽어 가던 중 어느 한 곳에서 눈이 멈춰졌다. 원문이 한문이고 내 기억력이 좋지 못하여 전문을 그대로 옮길 수는 없으나 대강의 내용은 이러했다.
“내가 불사를 일으키는 것은 뭐 대단한 발원(發願)이나 기원을 위함이 아니다. 단지 부처님께서 나에게 베풀어 주신 공덕에 조금이라도 보답코자 할 따름이니라”
그렇다. 이 분의 발원이야말로 진정한 종교의 마음이 아니겠는가? 200여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선배로서 나에게 가르침을 주시는 것이다.

 진정, 기원이 아니라 감사의 표지로 봉사를 한다면 그 누구에게도 상처받지 않고 기쁘게 봉사 그 자체에 만족할 수 있으리라. 댓가를 바라지 않는 줌이란 줌 자체에에 의미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어느 신부님의 강론 시간에 선물과 뇌물의  차이를 우스게로 말씀하신 기억이 난다. 선물은 댓가를 바라지 않는 것이고, 뇌물은 반대로 댓가를 바라는 것이라는 것이다. 액수의 과다와는 관계 없이 말이다. 맞는 말이다. 우리의 봉헌 역시 선물이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결코 주님께 선물을 드린 적이 없는 것 같다. 선물을 가장한 뇌물을 드리기만 한 것 같다. 어제는 미사 참례 후 집에 돌아 오면서 복권을 하나 구입했다. 요즘 들어 매일 미사참례를 시작했으니 혹시 알어? 주님께서 나를 귀엽게 보시어 어려운 우리 가정에 복권 담첨의 선물을 주실런지!!!!하는 마음으로~~~~ 매사 이런 식으로 기도하고 봉사라는 것을 하고 있으니 조금은 한심스럽다.

요사이 개인적인 일로 상처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마음이 편치 못하다.  이런 마음 역시 기복과 반대 급부를 바라는 내 마음이 상처의 진정한 원임임을 그 분의 글을 떠 올리면서 깨닫는다. 아니, 깨달아 보려고 노력한다. 나 같은 범부가 어찌 심오한 진리를 깨달을 수 있으랴만~~~~~

“내가 불사를 일으키는 것은 뭐 대단한 발원(發願)이나 기원을 위함이 아니다. 단지 부처님께서 나에게 베풀어 주신 공덕에 조금이라도 보답코자 할 따름이니라”

사랑과 자비이신 주님! 저에게 겨자씨만한 믿음이라도 지닐 수 있도록 허락하소서! 그 믿음은 주님께서 십자가의 보혈로 저를 구했다는 이미 이루어진 사실에 대한 확신이옵니다. 주님은 세세대대로 찬미와 영광 받으옵소서!! 아멘!!!



**** 이 글은 제 자신의 묵상을 글로 옮겨 본 것입니다. 결코 기복이 나쁘다는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건 그것 나름대로 의미가 있고, 또한 종교의 가장 기본적인 속성이기도 합니다. 여러분들의 넓으신 아량을 부탁합니다. 그리고 제가 그리 대단하다는 자랑의 글도 아닙니다. 한동안 게시판에 꽤 여러 편의 글을 올렸는데, 어느날 그걸 읽어보니 제가 참으로 대단한 인물인양 글을 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참으로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들어 중단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마음도 버릴 수 있어야겠지요!! 다시한번 여러분의 넓으신 아량을 부탁드립니다

댓글 1

  • 2004년 7월 16일 오후 5:42

    이런글을 자유게시판에 한번 올립슈 그러면 게시판이 알차고 혹시 들렸다가 아-하며 계속 들를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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