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선동부장이냐?

2010. 6. 18. 오후 8:4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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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행님, 누님 그리고, 친구들은 지금 이 시간 성가연습을 하고 계실 시간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렇게 컴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고 있네요. 참 날씨가 지랄 같습니다. 새벽엔 왠 바람이 그렇게 세게 불어대던지 재활용 박스에 있던 모든 것들이 뒷뜰에 여기저기 산재해 있는 것이 마치 제 마음이 갈피를 못 잡는 그 모습 그대로였던 아침이었습니다.
 
제가 신부님만 보셔야 할 편지를 시리즈로 올리고 있다보니 마치 싸움을 선동하고 있는 선동부장 같다고 누가 한 말입니다.
 
" 야~~ 네가 선동부장이냐? "
 
우리 공동체에 그런 직책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마치 싸움을 붙이려고 노력하고 있는 그런 모습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며 이렇게 해명을 좀 하려고 다시 글을 씁니다. 제가 쓰는 글이 지겨운 행님, 누님 그리고, 친구들은 뭐 처음부터 관심을 안 가져서 다행이지만 스텔라 누님 말씀대로 제가 꼭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면 뭐랄까 제 마음이 조금 거시기 합니다. 그래서 또 길게 길게 연유를 밝혀보려고 합니다.
 
처음에 그 긴 과거 이야기를 짧게 짧게 들을 때마다 들었던 제 느낌이 이랬습니다.
' 아~~ 이것도 한국에서 벌어졌던 차별이란 코드와 똑같은 것 아닌가? '
시간이 흐르면서 더더욱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차별이란 말은 무수히 많이 들어 익히 압니다.
 
성 차별, 지역 차별, 학력 차별, 장애우 차별, 외국인 노동자 차별.. 정말 무수한 차별이 존재합니다. 그게 우리 사는 인생이겠죠. 그런데, 저는 멜번 공동체에서 벌어진 일에서 이 차별의 코드를 봤습니다. 제가 조금 민감하다보니 그럴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뭐 이런 것입니다. 신부님께 드렸던 편지에서 인용했던 성폭력인데요. 성폭력을 당했던 여성의 항변은 뒤로 하고 성폭력을 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자꾸 끌어다 붙입니다. 네가 옷을 야하게 입었지 않았냐, 그 밤에 왜 여자가 돌아다니느냐, 왜 강하게 저항하지 않았냐 그것은 좋아하는 표현 아니냐 뭐 이런 식이죠. 당한 사람은 미칩니다. 조사해서 폭행 및 폭력을 행사한 사람을 단죄해야 할 경찰이나 검찰이 이런 식으로 나오면 정말 미치고 팔짝 뛰게 됩니다. 거대한 벽 앞에 서 있는 느낌이 듭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죠. 제가 자주 인용하는 지역 차별입니다. 아이반호를 이끄는 어느 분이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 촌구석에서 온 신부가 뭘 알겠어!! 그리고 말야 새파란 놈이 이민 생활 오래 한 우리 이야기를 들어야지. 그게 어디 신부 맞아 ? 신자들 뜻을 따라 우리가 바라는 것을 해줘야 그게 신부지.."
 
누군가처럼 난 그런 말 한 적이 없다라고 하면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저 촌구석이란 단어에서 지역 차별을 읽었습니다. 더군다나 제 출신이 3등 시민이 사는 전라도라 더욱 싸합니다. 그래 여기까지 와서 내가 그런 이야기 하는 놈들을 봐야 하나 하는 한숨이 나왔었습니다. 정말 징글징글하게 따라 다녔던 고향 이야기. 꼭 나병이라는 천형처럼 제 이마에 꼭 붙어 있는 " 전라도 놈 ". 제가 이 코드를 읽었다고 하면 그것은 조금 과한 것이라 말씀하실 분들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이십년을 넘게 가슴에 담고 사는 그 응어리인데 어쩌겠습니까. 그것은 정말 아무 힘을 쓰지 못하는 벽입니다. 정말 환장합니다. 사람을 직접 겪어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거기 출신이니까 다 그렇게 싸잡아 넘어갑니다. 그것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여야 하는 정치논리에서 출발한 것인데, 사십년 넘게 언론에서 떠들었고 지금도 떠들고 판단하지 못하는 우리 민초들은 테이프 틀 듯 재생하여 결국 그냥 사실이 된 그런 논리입니다.
 
자 그럼 이 논리들이 어떻게 여기에 적용되는지 보겠습니다. 아이반호를 이끌고 있는 분들은 아마 이런 식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첫 번째, 내가 많이 배운 사람이고, 당연히 더 알기 때문에 내가 맞다고 하면 너희는 나를 따라야 한다. 요것은 학력 차별입니다. 소위 가방 끈 긴 사람들이 흔히들 빠지는 자기 오류입니다. 한국에서는 서울대 안 나온 사람은 바보입니다. 한국의 요직이란 요직의 거의 모든 자리는 서울대 출신들입니다. 다 끼리끼리 해먹습니다. 자기들이 제일 똑똑하기 때문에 서울대 안 나온 사람들은 서울대 나온 사람들 말을 들어야 합니다. 그것을 깬 사람이 있었습니다. 다들 아시는 김대중, 노무현 이 두 사람입니다. 다 고졸입니다. 서울대 나온 사람들 특히나 요직에 있던 사람들은 10년 동안 배 아파 죽는 사람 많았습니다.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언론을 통해 줄기차게 때렸습니다. 거짓도 10년 동안 나불대면 진리가 됩니다. 판단하지 못하는 민초들은 진짜 그것이 맞다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바꿨죠. 그리고는 제 발등 찍은 줄 이제 알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광주 교구에서 온 신부는 시골 신부라 너무 경직되었고 촌스럽다. 이것은 지역 차별입니다. 그럼 서울 교구에서 신부님을 모셔 오면 그분은 언제나 개방적이고 신자들의 의견을 매번 존중해서 하자는대로 해준다는 보장이 어디 있을까요. 이것도 한국에서처럼 자기 경험이 없이 들었던 것 그대로 막연한 내 바램만을 반영한 전형적인 꼴통들의 짓거리를 반복하는 것입니다. 위에서 이야기 한 것이라 할 말이 많지만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세 번째, 내가 헌금도 더 많이 했고 새로운 성당 마련을 위해 내 시간과 돈 들여가며 그렇게 애 썼는데 당연히 따라 와야지. 요것은 마초 논리입니다. 아니 착각도 자유인 정신병입니다. 돈이 많다고 천국 문이 더 커진답니까? 내가 내 시간과 돈을 들였으면 잘난 척이나 하지 말지 일을 해 놓고도 욕 먹는 바보들입니다. 사람들이 그게 아니라고 하면 자기 잘못도 인정해야 하나 나이를 어디로 먹었는지 자기 오류에 대해서는 언제나 눈을 감는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너무 황당한 논리입니까? 그렇지만 저는 이 세 가지의 차별 및 이상 현상을 느꼈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제가 더 광분하는지 모릅니다. 제 가슴을 아프게 했던 차별의 벽 앞에 속절 없이 무너져야 했던 지난 과거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 마음 속에서는 항상 육두문자들이 가득합니다. " X새끼들, 지랄하고 자빠졌네" "X새들 같으니 " " 언제 저 X같은 소리가 안 나오게 하나 " 제가 너무 하고 있는 것인지 진짜 싸움을 선동하고 있는 것인지 묻습니다.
 
제가 정말 싸움을 선동하고 있나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줄기차게 논리를 세워 말해야 합니다. 그것이 정말 계란으로 바위치는 일이라 해도. 그리고, 스스로 지쳐 떨어지지 않게 와신상담해야 합니다. 그래야 맞붙어야 할 때 맞짱을 뜰 수 있습니다. 일단 싸움을 하면 절대 흥분하지 말아야 합니다. 흥분한 척은 할 수 있어도, 흥분하면 그것으로 지는 것이라 끝까지 웃으며 이야기 해야 합니다. 그럴 수 있으려면 논리가 필요하고 항상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래서 조금은 황당한 것 같은 예를 끌어다 붙여보고 있습니다.
 
이번주 신부님의 말씀을 듣고 다시 네 번째 편지를 올리겠습니다. 그래도 되죠?
 
 
 

댓글 4

  • 2010년 6월 18일 오후 11:18

    신부님께서 강론중에 하신 말씀처럼 '멜번에 첨 와서 누군가를 만나는지에 따라 멜번에서의 삶이 달라진다'는 말이 따~악이네요.

  • 2010년 6월 19일 오전 1:07

    본인들이 파 놓은 함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 속에서 허우적 대고 있는 그들이 불쌍하네요.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으면서도 인정하지 못하고 억지를 부리는 것도 참 불쌍해 보이네요! 강찬 우리가 가야할 바른 길만 가자! 화이팅!

  • 2010년 6월 19일 오전 9:49

    편지,글 올리심?당근~ 당근!! 선동부장?-누가 부여한 직급(?) 무시. 말이 안 통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시점에서 한번은 결론을 내야 하므로 생각을 표현하는것인 만큼 공개된 개인편지 내용을 분석해서 운운 하시는것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이죠..주님과 함께 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 2010년 6월 20일 오후 8:33

    선동부장이라니? M/W의 오래된 신자들을 악마라고 칭하시고 그들만 없으면 화해와 일치가 된다고 말씀하시는 그분. 그래 오히려 우리 악마들이 하고 싶은 말을 강찬시인이 구구절절이 표현해 주시니 우리가 부끄럽지요. M/W 교우들이 너무 온순했거나, 비겁했거나 아니면 저쪽사람들 말마따나 육체적으로 먹고사느라 바쁜 블루칼라들만 있어서 그동안 맨날 당하고만 있었는지 모르지요.

│ 이 │이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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