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강가에서> -안도현-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내리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남한강> -정호승-
얼어붙은 남한강 한가운데에
나룻배 한 척 떠 있습니다
첫얼음이 얼기 전에 어디론가
멀리 가고파서
제딴에는 먼바다를 생각하다가
그만 얼어붙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나룻배를 사모하는 남한강 갈대들이
하룻밤 사이에 겨울을 불러들여
아무데도 못 가게 붙들어둔 줄을
나룻배는 저 혼자만 모르고 있습니다
<강물> -천상병-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까닭은
언덕에 서서
내가
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밤새
언덕에 서서
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
그 까닭만은 아니다
언덕에 서서
내가
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있는 그까닭은
강물이 모두 바다로만 흐르느 그 까닭만은 아니다
<꽃씨를 거두며> -도종환-
언제나 먼저 지느 몇 개의 꽃들이 있습니다. 아주 작은 이
슬과 바람에도 서슴없이 잎을 던지는 뒤를 따라 지는 꽃들은
그들을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꽃시를 거두며 사랑한
다는 일은 책임지는 일임을 생각합니다. 사랑한다는 일은 기
쁨과 고통, 아름다움과 시듦, 화해로움과 쓸쓸함 그리고 삶
과 죽음까지를 책임지는 일이어야 함을 압니다. 시드는 꽃밭
그늘에서 아이들과 함께 꽃씨를 거두어 주먹에 쥐며 이제 기
나긴 싸움은 다시 시작되었다고 나는 믿고 있습니다. 아무것
도 끝나지 않았고 삶에서 죽음까지를 책임지는 것이 남아 있
는 우리들의 사랑임을 압니다. 꽃에 대한 씨앗의 사랑임을
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