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레지오마리애 2005년2월호>
사랑은 - 김남주 시
겨울을 이기고 사랑은
봄을 기다릴 줄 안다.
기다려 다시 사랑은
불모의 땅을 파헤쳐
제 뼈를 갈아 재로 뿌리고
천년을 두고 오늘
봄의 언덕에
한 그루 나무를 심을 줄 안다.
사랑은 가을을 끝낸 들녘에 서서
사과 하나 둘로 쪼개
나눠 가질 줄 안다.
너와 나와 우리가
한 별을 우러러보며.
새벽이 시작되는 때 - 정웅모 신부
2005년 새해 새 아침이 밝았다.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서로 세배를 하며 덕담을 나눈다. 그리고 한두 가지의 꿈도 꾸고 새로운 다짐도 해 본다. 이렇게 새해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그래서 새해 새 아침은 모두에게 특별한 날로 다가 온다.
현재와 비교해 볼 때 우리 조상들은 새해나 명절을 특별하게 준비하여 맞이하였다.
옛날 사람들은 특별한 날을 앞두고는 목욕재계 후 새옷으로 갈아 입으며 몸과 마음을 새롭게 하였다. 마치 종교 예식에 참석하듯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경건하게 준비하며 심신을 가다듬었다.
오늘날 우리들은 새해나 명절을 맞이하면서도 그날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새해는 하느님께서 마련해주신 특별한 날이며 귀한 선물이다. 우리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이 선물을 받았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새해 선물을 받은 것은 아니다. 이 선물을 받기 전에 하느님 나라로 떠난 사람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살아서 또다시 새해를 맞이하였다. 새해를 맞이할 수 있도록 은혜를 베풀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려야 할 것이다.
생각해 보면 새해만이 새날이 아니라 모든 날이 새날이다. 따라서 매일 새날을 주시는 하느님께 매일 감사하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 하느님께서는 단 하루도 묵은 날을 주신 적이 없다.
하느님게서 언제나 새날을 주시는 이유는 매일 새롭게 살아가라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매일 새롭게 살다 보면 인생 전체가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될 것이다. 그런 삶이야말로 평범하게 보이지만 성공한 삶일 것이다.
하느님께서 새해를 우리에게 주신 뜻이 무엇일까? 하느님께서 생명을 주신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하느님의 말씀을 따라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만이 아니라 이웃과 더불어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것을 하는님께서는 바라실 것이다. 하느님게서 연약한 인간에게 그 외에 무엇을 더 바라시겠는가.
새해에는 세배를 하고 덕담을 나눈다. 대부분 영육간에 더욱 건강하고 복을 많이 받으라고 덕담을 한다. 건강과 축복도 하느님의 선물이다. 따라서 우리가 나누는 덕담은 ''하느님의 선물을 듬뿍 받으며 살라''는 것과 같다.
또한 덕담은 새해에 말로만 나누는 것이 아니다. 넓게 보면 덕담은 일상생활 속에서도 이웃에게 전해질 수 있다. 밝은 표정과 친절, 온화한 미소와 관심을 통해서도 사람들에게 조용히 전달되고 그런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다.
수년 전, 프랑스에서 일 년 동안 지낸 적이 있었다. 그때 프랑스 사람들의 밝고 친절한 표정에 대해 당황하며 놀란 적이 많았다. 대부분의 프랑스 사람들은 아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상냥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들은 일상에서 ''행복하다, 기쁘다, 고맙다, 미안하다, 다시 보자'' 등의 말을 자주 사용하였다. 그런 말들이 그들의 표정과 더불어 주변의 삶도 밝게 만들어 주었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 여러 나라 사람들의 이런 모습의 바탕에는 그리스도교 정신이 깔려 있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즉 모든 사람은 하느님 아버지로부터 창조된 한 형제자매라는 사상이 저번에 깔려 있는 것이다.
새해를 맞이하여 한 살을 더 먹은 것처럼 새해에는 좀더 성숙하고 온유하며 따뜻하고 너그러운 모습으로 살고 싶다. 새해를 맞이한 그 마음을 잊지 않고, 새해에 나누었던 덕담이 사람들에게 꼭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일 년을 산다면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도 빛날 것이다.
새해에는 모두가 온갖 어둠에서 벗어나 참다운 새벽을 맞이하여 행복한 삶을 가꾸기를 기원해 본다.
어느 날 스승이 제자들을 모아 놓고 물었다.
"새벽이 언제부터 시작되느냐?"
제자들은
"태양이 떠오를 때부터."
"아침 닭이 울 때부터."
"멀리 있는 나무가 소나무인지 전나무인지 구별할 수 있을 때부터."
라고 여러 가지로 답변을 하였다.
그때 스승은 창문을 열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말하였다.
"저기 거리에 있는 사람들이 너희 눈에 형제자매로 보일 때, 그때가 참으로 새벽이 시작되는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