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고무신에 대한 그리움

2004. 12. 22. 오후 1: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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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고무신에 대한 그리움
홍경석 님/ 대전 동구 성남동

얼마 전 고등학생인 딸이 운동화를 사 달라고 했다. 그래서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스포츠용품 매장에 갔다. 하지만 이런저런 각양각색의 운동화를 구경하면서 붙어 있는 가격표를 보노라니 웬만한 성인 구두 값을 능가하는 고가여서 입이 딱 벌어졌다. 요즘 청소년들은 유명 메이커의 신발이 아니면 거들 떠도 보지 않는다는데… 그러한 양상은 내 딸도 마찬가지였다.
아무튼 가난한 아빠를 생각해서라도 내심 딸이 비교적 값이 저렴한 운동화를 고르길 바랐는데 소용이 없었다. 결국 눈물을 머금고 10만 원 가까이나 되는 거금을 들여 운동화를 사 주기는 했으나 입맛은 소태를 씹은 양 쓰기만 했다. ‘빌어먹을~ 무슨 놈의 신발값이 이렇게 비싸단 말인가! 내가 학교 다닐 때는 검정 고무신 하나만 있었어도 잘살았었거늘….’
가난한 가정의 장남이었던 나는 신발이라고는 검정 고무신 단 하나뿐이었다. 통풍성이 전혀 없는 그 검정 고무신을 여름 내내 신고 학교에 다니면 발은 땀에 퉁퉁 불어 문어발이 되고 발등은 새까맣게 변했다. 하지만 그땐 다들 못살았으므로 누구 하나 그것을 흉보지 않았다. 운동장에서 뒹구느라 더러워진 고무신은 개울물에 쓱쓱 씻고 발을 닦으면 그만이었다.
또한 높은 감나무에 달려 있는 남의 집 감이나 대추라도 따먹을 양이면 그 검정 고무신처럼 요긴한 게 없었다. 홍시가 주렁주렁 달린 감나무와 통통하게 익은 대추나무를 겨냥하여 실눈을 뜨고 정 조준하여 고무신을 집어 던지면 검정 고무신은 ‘휙~’하니 미사일처럼 날아가서 정확하게 감과 대추를 떨어뜨려 우리들의 주린 배를 달래 주었다.
어디 그뿐인가. 개울에서 송사리를 잡을 때면 고무신 안에 물을 담아서 물고기를 임시로 가둬 두는 어항 역할도 했으며, 징그러운 소나무의 송충이를 단번에 패대기쳐 잡을 수도 있는 아주 긴요한, 다용도의 무기이기도 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질기고 질긴 고무신은 돌멩이나 철사 등에 찢어지더라도 나일론 실로 꿰매면 튼실하게 오래도록 신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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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소년들은 유명 브랜드가 아니면 ‘왕따’가 되기 때문에 신발도 무작정 ‘남 따라하기 신드롬의 줄서기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옛날에 내가 신고 다녔던 검정 고무신이 새록새록 그리워지고 그 시절 즐거웠던 추억이 자꾸 떠오르는 걸 보니 나도 별수 없이 시나브로 늙어 가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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