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손희송 베네딕토 신부님의 성사론 강의를 들으며 문득 제가 체험한 일이 생각나서 몇자 적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입니다.
작년 살레지오 수도원에서 12주 교육을 받을 때였는데 교육을 마치고 전철 계단을 내려가던 중 계단 중간에 어떤 자매님이 아이를 안고 아주 절망적으로 앉아 있었습니다(거의 쓰러질 것 같은 자세로)
아이 포대기는 포대기대로 널브러져 있고 아이는 아이대로 다른 짓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자매님과 어린 아이가 제 시야에 들어왔는데 그냥 계단 아래로 저는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날 눈발이 몹시 날리고 날씨가 무척 추웠는데 .....
갑자기 저 자매가 얼마나 차가울까 하는 생각이 들어 다시 계단을 올라왔습니다.
그 자매님의 절망스런 눈길을 보면서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후 사도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지갑을 꺼내서 보니까 왜 그날 따라 돈이 그렇게 없는지 ....
지갑에서 돈을 거의 털어서 자매님에게 주면서 자매님의 눈을 보았는데 자매님이 감사하다는 눈빛을 보내는 것 같았습니다.
전철을 타고 신학원을 오면서 묵상하였는데 계속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네가 지갑에 돈이 없더라도 절망에 빠진 그 자매를 일으켜 세워 가까운 식당에 가서 따뜻한 밥 한 그릇이라도 사줄 수 없었니?"
"네가 그 자매의 손을 잡고 진정으로 나에게 간구하고 기도해줄 수는 없었니?"
"네가 호의라고 생각하는 그 행동이 값싼 동정은 아니었니?" 하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 시점에 저는 지갑에 돈이 없는 것만 생각하고 아쉬워했던 것입니다.
절망에 빠진 이들, 희망이 없어 보이는 이들에게 진정한 사랑, 예수님의 사랑, 인격적인 사랑을 줄 때 그 절망을 딛고 희망이 샘솟는다는 것을 .....
이후 묵상중에 그 자매님의 눈길을 자주 느낍니다.
아버지!
저의 마음을 항상 개방하여 주시고
당신 안에 투신하게 하소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