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러시아에서
눈 부시게 푸르른 오월도 며칠 남지 않은
이곳 러시아 하고도 앙가르스크에도
초여름이 시작되었답니다.
오늘은 다시 비가 내리고 도시는
다시 깊은 적막과 고요 속에 가라앉고
안으로 안으로 깊이 흐르고 있습니다.
시간의 강물과 함께요.
싱그러운 체리무샤(아카시아 향내 비슷한 꽃)의 향에 도취된
앙가르스크의 새들과 닭들 그리고 개들 조차도
제 흥에 겨워 울고 불고 야단 법석들이지요.
그렇게 이곳 러시아에서 다섯 번 째 여름을 맞고 있습니다.
전 여전히 묵묵히 제 길을 가고 있습니다.
죽음의 냄새에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꽤나 초연해 진
호스피스의 활동들…
이미 한 가족처럼 다름없이 지내는 장애인들과의 교제…
울고 웃고 짜증내고… 화도 내고, 화해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고 다시 일어나기도 하고…
이들과 함께 하늘을 우러러 태양도 찬미하고…
복된 대자연을 칭송하기도 하고…
죽음이며 삶이며
사랑이며 우정이며
그리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 느끼고 논의도 하고…
강가에서
깊은 강은 소리없이
흐름을 알고
강이
내가 되어 흐르고
내가
강이 되어
다시 바다를 그리워 하며
흐르고 흐르리
정처 없고 위로해줄 이 없는
나그네들이
내 기슭에 와서 앉으면
그들의 고단한 삶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싶어…
오늘도 난 다시
강 기슭에 앉아
세상을 노래와 빛으로
충만 시키는
성령을 초대하노니…
성령이여!
이 모든 삼라만상을
용서와 사랑으로 충만케 하소서.
성령이여!
우리 모든 목숨을
당신의 선하심으로 거룩하게 하소서.
그렇게 깊은 강이 되어 흐르렵니다.
모든 희로애락에서 완전히 초연해 질 수는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그렇게 살려하나이다.
모두들 고맙습니다. 다들 자기 자리에서 주어진 목숨 값 하시느라 열심이신
여러분들이 자랑스럽고 그리고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네요.
사랑합니다. 그렇게 여러분들께 목청껏 외칩니다.
이 편지 보내고 홍차 한 잔에 다시 겨울을 그리워 하면서 December를 들으렵니다.
그리고 오후 영어 수업을 준비하렵니다.
안녕! 여러 벗님네…
- Fr. lawrence joung 편지에서 -
열심히 땀흘리며 공부하시는 학우님들께
먼 나라 러시아에서 혼을 다해 선교하시며
그곳 임종자들을 위한 호스피스를 하시면서
선구자의 길을 가시는
한국 외방선교회 소속 정 라오렌시오 신부님 글을 소개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