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 쉼터'와 이재을 신부님

2006. 9. 22. 오전 10:2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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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없는 황혼 '시한부' 쉼터


△ 서울 난곡에 불우노인들의 쉼터를 만들어 봉사활동을 펴고 있는 강남석씨가 8일 낮 음식을 나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윤운식 기자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최근 재개발에 들어간 `난곡' 지역(서울 관악구 신림7동)의 홀로사는 노인들에게 작지만 큰 위안을 주는 쉼터가 마련됐다.

지난달 20일 난곡세입자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주민 강남석(54)씨가 30평짜리 빈집을 수리해 만든 `난곡 쉼터'는 아직까지 이주할 곳을 마련하지 못한, 홀로사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사랑방 구실을 하고 있다. 강씨는 또 부인 김순옥(49)씨와 함께 낙성대성당 이재을 신부로부터 월 20만원의 부식비를 지원받아 노인들에게 매일 점심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한때 2500여 세대가 살았던 난곡은 재개발이 시작되면서 이젠 300여 세대만 남아 있다. 이중 자식이 없거나 연락이 끊겨 노인 혼자 사는 가구가 전체의 30%에 이른다. 이들도 오는 8월까지는 이주해야 하지만, 대부분 세입자인 이들이 받는 이주비 350만원으로는 갈 곳이 없다. 쉼터를 찾은 최인례(75) 할머니는 “20년전 남편이 자꾸 때려 집을 나온 뒤 자식들과도 연락이 끊긴 지 오래됐다”며 “이곳에 들어온 지 20년이 다 돼가지만 전입신고하는 법을 몰라 최근에야 신고했더니 이주비도 못 받게됐다”며 답답해 했다.

또 일부 노인들은 치매 증세를 앓고 있어 현재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 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고 강씨는 전했다. 야채장사와 막노동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그는 “92살 노모를 모시고 살다보니, 이웃 노인들이 남같지 않아 작은 쉼터라도 마련하게 됐다”면서도 “이분들의 보금자리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난곡을 떠날 수 없을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양선아 기자, 한겨레신문 2002년 4월 8일자 사회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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