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디슨 공동체의 25번째 생일을 맞으며....

2010. 9. 3. 오전 7:20:04

글자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세월의 흐름을 더 빨리 느낀다고들 합니다. 23년전, 막 결혼을 한 철없는 한 청년이 비슷하게 철이 없던 부인과 함께 소위 청운의 꿈을 안고,아는 사람 하나 없고 아무런 정보도 없이 (당시는 Google 신은 커녕, 이메일라는 것도 없던 시절이라) 이 곳 매디슨 땅을 밟았을때 제일 먼저 찾은 곳이 매디슨 한인 공동체였습니다. 막연히, 성당에 가면 그리고 성당 교우들을 만나면 길이 보일거라는 믿음, 또는 절박한 바램으로 그랬겠지요. 그렇게 시작된 매디슨 공동체와의 인연이 어느새 23년째가 되어버렸습니다. 언제 어디로 어떻게 사라져버렸는지 모르게 시간은 숨어버렸고, 그 숨어버린 시간속에 저는  이제는 군데군데 새치를 숨기지 못하는 중년의 사내가 되었고, 당시 막 걸음마를 시작했던 매디슨 한인 성당은 오늘로 25살이 됩니다.
 
 


    사목회의중에 25주년 기념행사 준비에 관해 많은 토의를 하고, 그 출발로서 25주년을 맞는 공동체에 관한 글을 쓰기로 하고, 며칠을 고민을 합니다. 무슨 얘길 어떻게 해야할까 여기저기 뒤적거려보다가, 5년전 20주년 기념행사때 사용했던 사진파일을 찾았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강정렬 아우스딩 박사님댁에서1985년 오늘 (92) 에 첫 미사를 드리고 전 교우들이 함께 찍은 사진을 보았습니다. 1989 4주년 기념문집을 만들면서 그 책자에 담은 사진입니다. 제가 아는 얼굴도 있지만, 낯선 얼굴이 더 많은 사진입니다 (몇년 전 우리 공동체를 다녀가신 오영희 데레사 자매님, 그리고 조병희 요셉 형제님도 계십니다). 낯선 얼굴들도 그러나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마 제가 그 사진을 몇번 본 이유도 있겠지만, 처음 저희가 공동체 가족이 되었을때, 주변 교우분들이 이미 그 때 공동체를 거쳐가신 선배 교우분들의 얘기를 많이 해 주셔서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소록에도 이 곳을 떠나가신 교우분들의 연락처가 계속 있었고, 주보에도 귀국/이주하신 교우분들의 소식이 자주 실리곤해서 낯선 얼굴이지만, 이름은 그리 낯설지 않게 된 연유도 있을 것입니다. 계속 사진들을 열어봅니다. 1989년 설날무렵 Holy Hill 에서 전체 교우 피정후 찍은 사진이 있습니다. 초대 김정웅 베드로 신부님과, 손님신부 김희선 요셉신부님이 가운데 계십니다. 이진숙 수산나 자매님과 따님 제니를 한눈에 알아봅니다. 성당에 새 식구들이 많이 늘었고, 저희에게도 막 새 식구가 생긴 무렵입니다.

    또 사진 덕택에 1989년 여름 최홍길 레오 신부님이 오셨을때는 사목위원들이 밀워키 공항으로 마중을 나갔던 것을 기억합니다.  다음해, 얼떨결에 사목위원이 되어 St. Paul 에서 사목위원 피정할 때의 사진을 보고 이 사진이 어떻게 있지?” 하고 경이로워합니다.  그리고, 92년 가을의 4주년 기념미사 사진을 보며 또 한번 가슴 벅차합니다. 당시 매디슨 부교구장이셨던 Wirz 주교님을 모시고 두분의 신부님과 함께 미사후 전체 교우가 찍은 사진입니다. 아직 어리고 어설프다고 생각되었던 우리 공동체가 이 큰 행사를 치르고 한 뼘 쑥 자랐다고들 했습니다. 사진속 한복을 잘 차려입은 자매님들과 정장의 형제님들 사이에서 눈에 익은 얼굴들을 찾아내고 (2-3년전 우리와 함께 계셨던 채영기 베드로 형제님 당시는 싱글이었구요 이수지 안나와 부모님, 저희 아이들의 대모님들 등등) 혼자 웃습니다. 

    다른 사진을 보니1993년 추석 미사는 Eagle Hts.  Community Center에서 있었습니다. 새 신부님 (박승룡 클레멘스 신부님) 이 오셨고, 전반적으로 교우들이 젊어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많아졌네요^^). 이제 밀워키 공동체에서 분리되어서 사목적으로, 재정적으로 자립을 해야했고 어렵지만 교우들이 다들 함께 고생하며 홀로서기를 한 기억이 납니다. 그 외에도, 야외 미사, 체육대회, 주일학교 연극, 성가대 발표,자매님들 퀼트 전시회와, 심지어 새신랑 발바닥 때리는 사진까지, 혼자 마치 넋나간 사람마냥 키득거리며 사진들을 하나씩 훑어봅니다.그러다가 맘이 좀 답답해집니다. 1990년도 후반부부터 박현민 베드로 신부님이 계시던 2003년 까지의 사진은 별로 없고 또 있는 사진도 아는 얼굴이 적은 것에 또 예전 일이 생각이 나버린 까닭입니다.  이런 저런 일로해서 저희가 성당을 잠시 떠나 있었던 기간입니다. 우리 공동체가 10대 청소년기 사춘기를 어렵게 지나는 동안, 저희도 비슷한 신앙의 사춘기를 겪었던 시기였다고 생각하면서, 최근 사진들을 또 여기 저기 찾아서 들여다봅니다.

   2003년 이후로는 주로 여름 캠프, 아니면 성탄 행사 사진이 많습니다. 밀워키에 계시던 표신천 임마누엘 신부님께서 우리 공동체를 함께 맡으시면서 2004년에 함께한 여름캠프 사진은 낯익고 그리운 얼굴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름이 입안에서 맴돌면서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은.... (아직은 치매를 걱정할 나이는 아니라고 위안을 합니다). 2005년 사진부터는 아주 익숙한 얼굴이 사진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박상훈 알렉산더 신부님께서 우리 공동체에 함께 하시게 되었습니다. 조촐하게 20주년 기념 파티도 하고, 수사님들과 함께 한 시간도 있고, 2006년 부활때 성가대 발표와 CD 녹음도 했습니다. Youth Group 청소년들의 자원 봉사, 음식 바자회, 여름 캠프와 야유회등 비교적 최근 행사들도 사진을 보면서 아주 새롭게 그 때들을 기억을 해 봅니다. 영세식 사진에서 아 그때 이분들이 세례를 받았구나다시 기억해내고 그 분들을 위해 짧게 화살기도 한번 쏩니다. 그리고, 사진은 없지만 작년 이맘때 선종하신 강정렬 아우스딩 형제님을 기억하고 그 분 영혼의 평안한 안식을 위하여 잠시 기도를 드립니다. 그리고는 25년전 그 첫 가정미사가 없었더라면, 우리 매디슨 한인 공동체는 오늘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하는 부질없는 질문을 떠올려봅니다. 그런데 갑자기 영화Back to the Future 가 떠오릅니다. 이런 생뚱맞은 시츄에이션이....

   그리고 구역모임, 청년회 모임, 신앙입문, 성모회 모임, 기도모임등의 사진들을 보며 생각합니다, “참 다양한 공동체가 되었구나...”  직업, 역할, 나이 그리고 성장 배경까지 참 다양한 사회, 인구학적 배경을 가진 교우들이 우리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습니다. 비슷한 상황에 있던  (주로 기혼 대학원생 가족) 교우들이 모여 시작한 어린 공동체가 25년의 성장과정을 겪으면서, 아주 다른 배경의 교우들이 초창기때와 꼭 같이 함께 열정적인 마음으로 함께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성숙한 공동체로 자라났다고 뿌듯해하면 지나친 자화자찬일까 물음표를 던져봅니다. 제가 교우들께 한번씩 드리는 얘기가 있습니다. “우리 매디슨 한인 공동체가 오늘날까지 이렇게 유지될 수 있던 것은 기적이라고 밖에는 설명될 수 없습니다.” (: 개인적으로 기적을 쉽게 믿지는 못하는 스타일입니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변하지 않는 어려운 여건들 속에서 한국의 교구로부터 고정적으로 파견오시는 사제가 계시지않고, 연 교우수 백명을 넘지 못하고, 주일 헌금이 $200 을 넘지 못하고, 교무금 납부율이 50퍼센트도 넘지 못하고, 교우들 평균 거주 기간이 4-5년을 넘지 못하고 등등 –  20여년간 계속 공백기간 거의 없이 신부님을 모시고 매주 자체 미사를 드리고 공동체를 유지해 올 수 있었다는 것은 저 높은 곳에 계시는 분의 의도적인 개입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 저의 믿음입니다. 그리고, 이 기적은 우리 공동체를 지나쳐간, 그리고 지금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는 전, 현 교우들의 믿음과 기도에 대한 하느님의 응답이시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기적의 공동체를 계속 따뜻하고 아름다운 공동체로 유지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믿음으로 기도하고 노력하는 것이 바로 현재 우리들이 해야할 소명일 것입니다. 우리 공동체 초대 신부님이셨던 김정웅 베드로 신부님께서 창립4주년 기념문집에서 하신 말씀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 우리의 가슴을 두드립니다.

 이제 4년의 문턱을 넘어 영원을 향하는 길목에서, 엮음에서 오는 환희를, 엮음에서 오는 고통을, 엮음에서 오는 손해를 서로 엮어 영원을 엮길 바랍니다.”

 

공동체 25살 생일날에

홍진국 클레멘스 드림.

 

 * 창립부터 2004년까지의 공동체역사는 이곳 홈페이지 "Madison Community"의 첫번째 글 "걸어온 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걸어온 길"은 2004년 이후의 추가하여 곧 업데이트 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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