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다시 찾았던 매디슨에서 보낸 10개월을 정신없이 뒤로 하고 서울에 도착한지 어느덧 3주가 다 되어 오네요. 모두 안녕하시죠?
짐을 하나도 안 싼 채 토요일 밤 Memorial Union에서 불꽃 놀이까지 보고 놀다가 일요일 아침에도 여유롭게 일어나 짐 정리를 하기 시작하였으니…. 참 제가 제 살림을 몰라도 한참 몰랐던 것 같습니다. 종윤이네 한~두 박스 맡기기로 한 짐은 12박스로 늘어나고 버릴 거 다 버려도 왠 짐이 그렇게 많은지, 새벽 1시쯤 되니 비행기 놓칠 거 같은 두려움과 함께 정신이 바짝 들더군요. 버리는 시간 마저 부족한 지경이었죠. 온 식구 다섯 명이 한 잠도 못 자고 짐 싸고 옮기고 청소하고 샤워까지 마치니 다행히 아침 6시… 남편과 두 아들은 버스타고 시카고로 가고.. 저는 매디슨 공항으로 가고.. 여하튼 그렇게 서울로 왔답니다. 늙은 우리 내외는 완전히 녹초가 되고 그 휴유증으로 며칠간 팔도 잘 못쓰게 되어 저는 침도 몇 번 맞고, .이제 어느 정도 살아난 거 같습니다.
미리 미리 버리고 살아야 하는데… 저한테는 늘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집을 빠져 나오고 비행기 안에서는 음식도 못 넘길 지경으로 녹초가 되어 있던 터라 다행히 매디슨을 떠나게 되는 슬픔은 느낄 겨를이 없었는데 날이 갈수록 새록 새록 매디슨이 그리운 것 같습니다.
서울의 뿌연 하늘 뒤로는 매디슨 하늘이 보입니다. 파랗게 맑아 떠다니는 구름이 더 몽실몽실하게 보였던…. 어렸을 적 배웠던 온갖 종류의 구름을 다 볼 수 있었죠. 이제는 State Street 대신 강남역 주변을 매일 걸어다니는데, 이 화려함과 복잡함에 영 적응이 안 되네요. State Street 여기저기에 은근히 박혀있던 커피집들이 아른거립니다. Le Tolle 의 은은한 커피맛도 혀끝에서 맴돌고요.
어렸을 적 거기서 자랐던 큰 놈 둘에게, ‘그런 기회를 줄 수 있었던 부모에게 감사해라’ 하고 윽박지르면 꼭 하던 말이 있습니다. “엄마, 아예 모르면 비교도 그리움도 없을텐데.. 우리 마음이 어떤 지 모르지?” 이젠, 막내 영진이가 비슷한 말을 합니다. 전에는 무덤덤하던 제 마음이 이젠 싸아하게 아파옵니다.
특히, 주말마다 꼬박 꼬박 갔던 성당과 성당 식구들이 보고 싶네요.
한 달에 한 번 음식 나누는 시간도 두 번 밖에 같이 하지 못해 아쉬워서 그런지.. 자꾸 생각이 납니다. 이제 비빔밥은 좀 질릴텐데 뭐 다른 음식이 없을 까 하고 말이죠.
그래서.. 제가 생각해 봤는데, 쌈밥이 어떨까요? 이번 달에는 가든에서 기른 상치랑 야채들이 많을 테니까 쌈장 맛있게 만들어서 볶은 고기와 함께 싸 먹으면 좋을 거 같은데…
그리고 나중에 비빔밥이 다시 지겨워지면 덥밥도 좋을 거 같아요. 소고기 야채 계란 덥밥이나 돈까즈동 같은거요. 호호호.. 제가 오지랍이 넓네요.
거기 계시는 동안 함께 하는 즐거운 일거리 많이 만들어서 재미있게 지내셔요!!! 성서 모임, 기도회, 요셉회 등, 항상 참석 인원이 적어서 걱정하곤 했는데.. 이번 여름에 교우분들이 많이 오시고, 좀 더 활성화되면 좋을텐데요... 저는 여기서 기도 많이 드릴께요.
마지막으로, 한 분 한 분 인사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을 이 지면을 빌어 사과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