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 27 연중 제30주간 월요일
(평화방송 라디오 오늘의 강론)
루카 13,10-17 (등 굽은 여자를 안식일에 고쳐 주시다)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어떤 회당에서 가르치고 계셨다. 마침 그곳에 열여덟 해 동안이나 병마에 시달리는 여자가 있었다. 그는 허리가 굽어 몸을 조금도 펼 수가 없었다.
예수님께서는 그 여자를 보시고 가까이 부르시어, “여인아, 너는 병에서 풀려났다.” 하시고, 그 여자에게 손을 얹으셨다. 그러자 그 여자가 즉시 똑바로 일어서서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그런데 회당장은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병을 고쳐 주셨으므로 분개하여 군중에게 말하였다. “일하는 날이 엿새나 있습니다. 그러니 그 엿새 동안에 와서 치료를 받으십시오. 안식일에는 안 됩니다.”
그러자 주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위선자들아, 너희는 저마다 안식일에도 자기 소나 나귀를 구유에서 풀어 물을 먹이러 끌고 가지 않느냐? 그렇다면 아브라함의 딸인 이 여자를 사탄이 무려 열여덟 해 동안이나 묶어 놓았는데, 안식일일지라도 그 속박에서 풀어 주어야 하지 않느냐?”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그분의 적대자들은 모두 망신을 당하였다. 그러나 군중은 모두 그분께서 하신 그 모든 영광스러운 일을 두고 기뻐하였다.
<사랑은 언제나 지금 여기에서>
주님의 길을 함께 걷는 믿음의 벗님들, 주님께서 선물하신 가슴 벅찬 한 주간의 첫 날 새벽이 열렸습니다. 모든 이를 향한 뜨거운 사랑으로 이 한 주간을 곱게 보듬어 가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아침 문득, 벗님들께 사랑에 관한 조금은 엉뚱한 물음을 하나 던지고 싶습니다. “사랑은 언제 어디서 해야 할까요?” 이 물음에 대한 저의 대답으로 <사랑은 언제나 지금 여기에서>라는 묵상 글을 읽어드리고 싶습니다.
사랑은 언제나
지금 여기에서 하는 것입니다.
오늘 이런저런 이유로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니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내일도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랑하지 못하며
사랑하지 않습니다.
지금 여기에서
사랑할 수 없는 핑계보다
사랑할 수 있는,
아니 사랑해야만 하는
고귀하고 아름다운 소명을
깨닫고 가슴에 품는 사람은
오늘만 아니라 내일도 모레도
생명이 다하는 마지막 날까지
언제나 어디서나 사랑으로 피어납니다.
믿음의 벗님들, 공감하실 수 있으십니까?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언제나 지금 여기에서 사랑하라’고 가르칩니다.
어느 안식일 어떤 회당에 열여덟 해 동안이나 병마에 시달리던 여자가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여자를 가까이 부르시어 그 여자를 괴롭히던 병마로부터 해방시키셨습니다. 그러자 회당장은 일하는 날이 엿새나 있는데, 왜 하필 안식일에 치유하느냐고 예수님께 항변하였습니다.
회당장은 냉정하게 생각하였습니다. “이미 열여덟 해 동안 아파왔는데, 하루 이틀 더 아픈 것쯤이야 뭐가 어때서, 왜 안식일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일을 하는가?” 예수님께서 마음으로 함께 아파하며 생각하셨습니다. “이미 열여덟 해 동안 아파왔으니, 하루라도 더 빨리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할 수만 있다면 지금 바로 이 자리에서. 노동의 고역에서 잠시 해방되는 휴식의 날, 자유의 기쁨을 누리며 아버지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는 날, 안식일이기에 더더욱 이 여자를 둘러싼 고통스런 굴레를 벗겨야만 한다.”
하느님의 계명에 충실하고 엄격했던 회당장이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던 바로 그 일이, 하느님의 참 뜻을 새로 일깨우시려는 예수님께는 안식일에 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일이었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한낱 종교적인 외적 규정에 가두고, 이 규정의 테두리 안에서 오히려 사람들의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종교적으로 미화하며, 지금 당장 절실한 ‘연대하는 사랑’의 실천을 거부하는 종교인들을 예수님께서는 단호하게 꾸짖습니다. “이 위선자들아!”
사랑하는 믿음의 벗님들은 이 예수님의 꾸지람으로부터 자유롭습니까? 벗님들의 곁에는 오랜 시간 고통스럽고 억울한 삶을 살아왔기에 지금 당장 고통으로부터 구해줄 따뜻한 사랑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는 이가 없습니까? 고통의 정도는 다르더라도, 가족이나 이웃 가운데 있을 것입니다. 좀 더 시야를 넓혀본다면 어떨까요? 죄 없이 일자리에서 쫓겨나 수백 일 수천 일을 길거리에서 복직투쟁을 하고 있는 해고노동자들, ‘이제 지겹다. 그만 하자.’ 라는 비수 같은 말에 온 마음 갈기갈기 찢기면서도 피눈물로 철저한 진상규명을 외치는 세월호 가족들, 이루 말할 수 없는 많은 이들이 우리의 관심과 사랑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믿음의 벗님들, 오늘 벗님들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온 몸과 마음으로 사랑하시기를 바랍니다. 바로 예수님께서 하셨던 것처럼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