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07. 17 연중 제15주간 금요일
마태오 12,1-8 (제자들이 안식일에 밀 이삭을 뜯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밀밭 사이를 지나가시게 되었다. 그런데 그분의 제자들이 배가 고파서, 밀 이삭을 뜯어 먹기 시작하였다. 바리사이들이 그것을 보고 예수님께 말하였다. “보십시오, 선생님의 제자들이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다윗과 그 일행이 배가 고팠을 때, 다윗이 어떻게 하였는지 너희는 읽어 본 적이 없느냐? 그가 하느님의 집에 들어가, 사제가 아니면 그도 그의 일행도 먹어서는 안 되는 제사 빵을 먹지 않았느냐? 또 안식일에 사제들이 성전에서 안식일을 어겨도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율법에서 읽어 본 적이 없느냐?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성전보다 더 큰 이가 여기에 있다.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너희가 알았더라면, 죄 없는 이들을 단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실 사람의 아들은 안식일의 주인이다.”
<법의 주인은 사람입니다>
안식일 법이 있습니다.
엄격한 법 집행을 주장함으로써
법을 악용하려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 법을 지킬 수 없는 굶주린 이들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이들 가운데에 서 계십니다.
예수님께서 이들 가운데에서 선택을 강요당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선택의 기로에서 회피하지 않으십니다.
예수님께서 단호하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사람의 아들은 안식일의 주인이다.”
예수님께서 법이 필요 없다 하시지 않습니다.
법 위에 사람이 있음을,
법이 사람을 위해 있음을,
그래서 사람과 법이 충돌할 때에
사람을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너무나도 명쾌하고 단호하게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실 따름입니다.
2000년이 지났습니다.
더 복잡해진 인간사회,
더 많은 법이 있습니다.
오늘은 제헌절입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입니다.
권력 위에 국민이 있음을
권력은 국민을 위해 있음을
법을 집행하는 권력은 국민에게 봉사해야 함을
권력이 행사하는 법은 국민을 살려야 함을
간결하지만 엄숙하게 선언하고 있습니다.
헌법 제1조의 선언은
그러나 현실에서는 휴지조각 같습니다.
보금자리를 빼앗는데
법이 악용되고 있습니다.
보금자리를 지키려다
화염에 싸여 죽은 이들이 있습니다.
일자리에서 쫓아내는데
법이 악용되고 있습니다.
일자리 돌려 달라 피눈물 흘리다
쓰러진 이들이 있습니다.
피땀으로 가꾼 논밭과
어머니 품 같은 뒷산 파헤치는데
법이 악용되고 있습니다.
오순도순 살게 해달라고
늙은 몸으로 맞서는 이들이 있습니다.
평화로운 작은 마을 유린하는데
법이 악용되고 있습니다.
생명평화 짓밟힌 강정을 품고자
피눈물로 지새는 이들이 있습니다.
세월호 침몰의 진짜 이유를 감추는데
법이 악용되고 있습니다.
죄 없이 수장된 이들을 가슴에 묻고
무력함에 가슴 찢는 가족들이 있습니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할 국가기관이
불법적으로 정치에 개입하고
정의를 외치는 국민을 감시하는데
법이 악용되고 있습니다.
권력의 종으로서 침묵을 강요당하는
권력의 주인인 국민이 있습니다.
바로 오늘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예수님을 대신하여 이들 가운데 있습니다.
예수님을 대신하여 선택을 요청받고 있습니다.
나는 잘 모르는 일이라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무관심으로 회피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처럼 당당히 선택해야만 합니다.
사람을, 생명을, 정의를, 평화를.
그리하여 법의 정의로움을 드러내야 합니다.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현실 안에서
예수님의 사람으로서
언제나처럼 당당하게 주님의 뜻을 실천하는
나이기를, 당신이기를, 우리이기를 희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