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09. 29 성 미카엘, 성 가브리엘, 성 라파엘 대천사 축일
(평화방송 라디오 오늘의 강론)
요한 1,47-51 (필립보와 나타나엘을 부르시다)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나타나엘이 당신 쪽으로 오는 것을 보시고 그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보라, 저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이스라엘 사람이다. 저 사람은 거짓이 없다.” 나타나엘이 예수님께 “저를 어떻게 아십니까?” 하고 물으니, 예수님께서 그에게 “필립보가 너를 부르기 전에,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는 것을 내가 보았다.” 하고 대답하셨다. 그러자 나타나엘이 예수님께 말하였다. “스승님, 스승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이스라엘의 임금님이십니다.”
예수님께서 나타나엘에게 이르셨다.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해서 나를 믿느냐? 앞으로 그보다 더 큰 일을 보게 될 것이다.” 이어서 그에게 또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천사들이 사람의 아들 위에서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하느님과 우리 사이의 천사>
주님의 길을 함께 걷는 사랑하는 믿음의 벗님들, 한 달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오늘은 성 미카엘, 성 가브리엘, 성 라파엘 대천사 축일입니다. 믿음의 벗님들께서는 천사를 보셨습니까? 믿음의 벗님들께서는 천사가 과연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니 더 나아가 천사라는 존재를 믿습니까? 혹시 어릴 적 읽었던 동화책에서나 나옴직한, 그래서 이미 어른이 되어 치열한 삶을 살아가기에 이제는 그저 뿌연 꿈과 같은 존재로 여기시지는 않습니까? 천사들은 아이들만이 품을 수 있는 존재이고, 어른들에게는 이미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동화 속 주인공 같은 존재라 생각하기 쉬운 우리에게, 오늘 복음 말씀은 천사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새삼 일깨우기 위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스승님, 스승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이스라엘의 임금님이십니다.” 라고 고백하는 나타나엘에게 “너희는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천사들이 사람의 아들 위에서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늘이 열립니다. 하늘은 하느님께서 계시는 곳이기에 사람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신성하고 거룩한 곳이라고 생각하는 바로 그곳입니다. 사람들은 하느님께서 계시는 하늘과 자신들이 사는 땅 사이에는 엄연히 넘나들 수 없는 경계가 있기에 하늘은 굳게 닫혀있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하늘이 열립니다. 멀리 계시다고 믿는 하느님께서 몸소 하늘을 여십니다. 그리고 당신의 뜻을 이루려 당신이 파견하신 이들, 곧 천사들을 사람의 아들이신 예수님께, 사람의 아들을 통해 온 세상에 보내십니다. 천사를 보내심으로써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사람 사는 세상과 떨어져 계시지 않고, 태초의 신비로운 창조 때와 마찬가지로 갈림 없이 하나라고 알려주십니다.
오늘 성무일도 독서기도의 두 번째 독서인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의 ‘복음서에 대한 강론’은 우리가 천사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이해하도록 이끕니다.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은 이 강론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천사라는 명칭은 본성을 뜻하는 명칭이 아니고 직무를 뜻하는 명칭임을 알아야 합니다. 하늘 나라의 거룩한 영들은 언제나 영들이지만 언제나 천사라고는 부를 수 없습니다. 그들은 무엇을 전하러 파견될 때에만 천사이기 때문입니다. 덜 중요한 것을 전하는 이들을 천사라 하고 중대한 사건들을 전하는 이들을 대천사라 일컫습니다. … 그래서 주님은 대천사들에게 특별한 이름을 부여하십니다. 이는 그 이름으로써 그들에게 맡겨진 소임을 더 잘 나타내기 위해서입니다. 전능하신 하느님께 대한 관조로부터 비롯되는 지식으로 충만한 하늘의 거룩한 도읍에서는 천사들에게 있어선 그들을 식별하는 특별한 이름이 없습니다. 그들은 다만 우리에게 어떤 소임을 가지고 파견될 때에만 그 소임과 관련되는 이름을 갖게 됩니다. 미카엘은 ‘누가 하느님 같은가’라는 뜻이고 가브리엘은 ‘하느님의 권세’라는 뜻이며 라파엘은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치유’라는 뜻입니다.”
이처럼 천사는, 특별히 우리가 오늘 기억하는 대천사는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강렬한 표지입니다. 천사는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의 표현이요, 우리를 하느님께 들어 올리는 희망의 표지입니다. 그러기에 천사의 존재를 믿는다는 것은, 곧 하느님께서 언제 어디서나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믿음과 다름없습니다. 사랑하는 믿음의 벗님들, 비록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하느님의 천사와 함께, 더 나아가 하느님의 천사를 통해 하느님과 함께, 거룩하고 보람찬 하루를 보듬으시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