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0928 연중 제26주일-가해)

2014. 9. 28. 오후 1:25:59

3
글자

2014. 09. 28 연중 제26주일 (가해)


마태오 21,28-32


그때에 예수님께서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어떤 사람에게 아들이 둘 있었는데, 맏아들에게 가서 ‘얘야, 너 오늘 포도밭에 가서 일하여라.’ 하고 일렀다. 그는 ‘싫습니다.’ 하고 대답하였지만, 나중에 생각을 바꾸어 일하러 갔다. 아버지는 또 다른 아들에게 가서 같은 말을 하였다. 그는 ‘가겠습니다, 아버지!’ 하고 대답하였지만 가지는 않았다. 이 둘 가운데 누가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였느냐?”


그들이 “맏아들입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세리와 창녀들이 너희보다 먼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간다. 사실 요한이 너희에게 와서 의로운 길을 가르칠 때, 너희는 그를 믿지 않았지만 세리와 창녀들은 그를 믿었다. 너희는 그것을 보고도 생각을 바꾸지 않고 끝내 그를 믿지 않았다.”


<여정>


사랑하는 우리 송산 성당 가족 여러분 한 주간 잘 보내셨습니까? 지난 한 주간의 삶이 믿음의 벗님들의 전 생애 가운데에서 비록 자그마한 부분에 지나지 않겠지만, 분명 전 생애를 아름답게 가꾸는데 있어 귀한 밑거름이 되었으리라 믿습니다.


삶은 여정입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시작과 마침으로 이루어진 크고 작은 여정이 이어져, 마침내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삶이라는 큰 여정을 이룹니다. 하나의 시작과 하나의 마침, 하나의 여정을 떠올려봅니다.


선으로 시작하여 선으로 마치는 최선(最善)의 여정이 있습니다. 악으로 시작하였지만 선으로 마치는 차선(次善)의 여정이 있습니다. 최선이나 차선이나 결과적으로는 선의 여정입니다. “악인이라도 자기가 저지른 죄악을 버리고 돌아서서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면, 그는 자기 목숨을 살릴 것”(에제키엘 18,27)이기 때문입니다.


이와는 달리 선으로 시작하였지만 악으로 마치는 차악(次惡)의 여정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악으로 시작하여 악으로 마치는 최악(最惡)의 여정이 있습니다. 차악이나 최악이나 악의 여정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의인이 자기 정의를 버리고 돌아서서 불의를 저지르면, 그것 때문에 죽을 것”(에제키엘 18,26)이기 때문입니다.


단 한 번의 삶을 최선의 여정으로 시작하여 최선의 여정으로 마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지나온 삶의 여정 안에 무수히 많은 악의 여정이 이미 커다란 얼룩으로 알알이 박혀 있습니다.

후회할 필요 없습니다. 후회한다고 지난 악이 스르르 사라지지 않습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부터 선을 이루면 됩니다. 오직 이것만이 삶을 선의 여정으로 만드는 유일한 길입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부터입니다.


당신께로 부르기보다 몸소 다가가 포도밭에 가서 일하기를 정성껏 청하는 아버지께, ‘예!’로 시작하여 ‘아니오!’로 마친 작은아들이기를 거부하고, ‘아니오!’로 시작하여 ‘예!’로 마친 큰아들을 넘어, 매일의 삶에 몸소 들어오시어 생명 사랑 정의 평화를 가꾸라시며 우리의 도움을 청하시는 약하신 주님께, ‘예!’로 시작하여 ‘예!’로 마치는 선한 그리스도인으로서, 삶이라는 단 하나의 큰 여정을 이루는 자그마한 여정들을 곱게 걸어가야 합니다.


오직 이기심과 허영심을 버리고, 겸손한 마음으로 서로를 섬기며, 나를 보듬듯 다른 이를 보듬음으로써만 더디더라도 쉼 없이 걸어갈 수 있는(필리피 2,3-4 참조), 십자가 죽음을 넘어 영광스러운 부활에 이르는 주님이신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길을 이제 우리가 걸어가야 합니다.


주님의 길을 함께 걷는 정겨운 믿음의 벗님들, 주님께서 열어주실 새로운 한 주간, 우리에게 다가오시어 귀한 사명을 맡겨주시는 주님께, 우리의 마음, 우리의 손과 발, 우리의 그 무엇이 절실한 벗들에게, 기꺼이 우리를 내어놓음으로써, 이제까지보다 더 그리스도의 향기 나는 그리스도인으로 나날이 새로 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댓글 1

  • 2014년 9월 28일 오후 8:37

    병들고 지친 영혼에 특효약을 처방해 주시네요. 한 걸음 한 걸음... 주님 보시기에 예쁜 모습으로 나아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상지종 신부님 강론

목록 전체보기 →
박해자의 길, 순교자의 길(0930 성 예로니모 사제 학자 기념일)[1]14.10.01조회 103하느님과 우리 사이의 천사(0929 성 미카엘, 성 가브리엘, 성 라파엘 대천사 축일)[1]14.09.29조회 117여정(0928 연중 제26주일-가해)[1]14.09.28조회 113신앙과 맹신(0927 성 빈첸시오 드 폴 사제 기념일)14.09.27조회 108고백(0926 연중 제25주간 금요일)[2]14.09.26조회 115헤로데가 다시 살아나다(0925 연중 제25주간 목요일)[1]14.09.26조회 109부르심과 파견 받은 이의 삶(0924 연중 제25주간 수요일)[2]14.09.24조회 123하느님과 함께 하는 가족(0923 성 피에트렐치나의 성 비오 사제 기념일)[2]14.09.23조회 122자랑스러운 그대, 그리스도인이여!(2014.09.22 연중 제25주간 월요일)[2]14.09.22조회 123순교의 삶을 살고 싶습니다(9.21 한국 순교자들 대축일 경축 이동)[4]14.09.21조회 122믿음과 희망으로 씨 뿌리는 사람(9,20 연중 제24주간 토요일)[3]14.09.20조회 126믿음의 벗님들과 함께 하렵니다(9,19 연중 제24주간 금요일)[1]14.09.20조회 122참회와 용서(9,18 연중 제24주간 목요일)[1]14.09.20조회 128참사람다움이겠지요(9,17 연중 제24주간 수요일)[1]14.09.20조회 134젊은이야, 일어나라! 죽은 자야, 부활하라!(9, 16 성 고르넬리오 교황과 성 치프리아노 주교 순교자 기념일)[3]14.09.20조회 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