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에서 온 편지(2)

2012. 7. 11. 오전 12:15:45

글자
+ 모두들 안녕.

또 다시 한 주가 흘러갑니다.
볼리비아에 들어가기 위한 서류를 기다리면서
제가 앞으로 활동하게 될 성당과 지역을 둘러보며 한 주를 지냈어요.

날씨가 나름 겨울이라서 긴팔도 입고
구름이 많이 있어 썬크림 바르지 않고 다녀서 좋지만
사막지대와 민둥산이라 먼지가 많긴 하네요.

우리나라 7-80년대 달동네처럼
민둥산에 빼곡히 판자촌이 세워져 있습니다.

색깔은 나름대로 집집마다 조금씩 달라서
멀리서 보면 알록달록하게 보입니다.

허나 밤에는 백열등 가로수가 듬성듬성 있어
쓸쓸해 보입니다.

이곳에 사는 정착한 이들의 사연을 들어보면 다양합니다.
산에 진을 친 게릴라를 피해 오거나, 도시에 일자리 구하러 올라왔다가
집 구하기가 어려워 여기 저기서 밀려온 이들.

둘러보는 내내, '아~ 이런 곳도 있구나. 이들과 어떻게 사귀지?' 하는 생각을 하며 고민거리와 기도거리를 찾고 있습니다.

새로운 문화 체험으로는
이곳에서 친근한 이들과 인사할 때 오른뺨에 키스를 한다는 겁니다. 남자끼리는 안하고, 남여 내지는 여성 동성으로만 해요.

입술을 볼에 직접 부비진 않지만 입으로 '쪽' 소리를 내던데, 전 아진 소리가 잘 안나요.

불편한 점은 인사할 때, 자매들이 바른 화장품 냄새가 많이 나는데, 얼굴에 묻는 것 같아 인사 끝나고 안 보는 곳에서 얼른 옷으로 닦고 있어요. ^^

지난 주일에는 생명 캠페인에 참여했어요. 페루에서 교정사목을 하셨던 수녀님께서 탈옥하는 죄수들의 인질이 되셨을 때,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돌아가셨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부터 이곳 지역에서 생명에 대한 보호와 죽음의 문화를 몰아내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지역 본당의 교우들이 참여하여 축제를 벌이곤 합니다.

올 해 주제는 환경 보호였어요. 최근 스위스나 캐나다 광산회사가 페루 지하차원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오염을 야기시키면서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모습 때문에 여기 저기 데모를 벌이는 것이 언론에 많이 보도되어 그랬는지, 성황리에 참여했어요. 하지만 행사가 끝나고 난 자리는 그다지 아름답지 않았습니다. 행사의 취지에 맞게, 자신들의 자리를 치우면 좋으련만.. 하루 아침에 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요즘은 조바심 내지 않고, 기다리는 연습을 합니다.
한국하고 달리 많은 부분에서 느리게 움직이기에
오히려 제 자신도 자유롭게 지내는 것 같습니다.
모두들 한 주간 잘 지내시고
또 연락할께요.

2012.7.10 훈남 우주심으로부터.<cafe.daum.net/hiwooju>퍼옴.

댓글 1

  • 2012년 7월 11일 오전 9:40

    신부님 고생하기보다는 하느님의 부르심으로 대답하신것 같아서 제 자신은 너무나 흐뭇하기도 하고 마음으로 약간 쓰라리기도 합니다. 건강해주시기를 두손모아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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