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두산 성지를 다녀와서
성지 순례.
어쩌면 내가 처음 믿음을 가지게 된 이후로 오늘까지라면 결코 짧지 않은, 긴 시간들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 동안 단 한 번도 성지에 다녀올 생각은 하지 못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솔직히,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성지라는 곳이 우리나라에 몇 군데가 있는지, 가까운 곳은 어디인지조차 알고 있지 못했습니다.
견진 과제, 이 짧은 기간 동안에 많은 것을 배웁니다.
처음 찾아 본 절두산 성지는 납골당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로 꽤 시끄러워 보였습니다.
미사시간에 맞추어 도착했는데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은 성당 안쪽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들어서 있었고, 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들은 제대 뒤쪽으로 바닥에 앉기도 했습니다.
나도 그 곳에서 미사참여를 했는데, 어쩐지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후에 시간을 보니 꽤나 길어 졌는데도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말씀을 들었나봅니다.
전국 각지에서 예비신자들이 단체로 찾아온 모습도 보였습니다. 우리도 신부님께서 나누어 주신 선물(엽서만한 크기의 기도문)을 받고 기쁜 마음으로 박물관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순교 성인들을 기리는 박물관. 그동안 그저 막연하게 '그런가보다' 하고만 생각했던 모습들을 이제야 하나하나 둘러보니 정말 그것은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존경스러웠습니다.
그리 멀지도 않은 과거에 심한 박해를 받으셨던 그 분들이 참으로 안타까웠고 그 고난 속에서도 저버리지 않았던 믿음에 가슴이 저려왔습니다.
불현듯 자문을 해 보았습니다. 나도 그럴 수 있을까? 나는 항상 나의 신앙을 고백합니다.
입으로만 외는 신앙이 아니라 정말 육신의 고통마저 꺾을 수 없는 굳은 믿음인지, 의심이 들만큼 나의 깊이가 이정도로 얕았던 것인지 심장이 쿵쿵거리며 말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박물관은 12까지만 관람이 허용된다는 방송이 들려, 서둘러 둘러보고 밖으로 나와 보니 야외에서도 미사를 들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왓습니다.
신기하기도 하여 얼마간 지켜보다가 다시 시선을 돌리니 한강도, 건너편에 여의도도 보였습니다.
서둘러 나서던 아침이었는데 안개가 가득했던 하늘이 맑아보였습니다.
직장을 다니며 대학까지 다니는 나에게 이번 견진 준비는 마침 야근과 시험까지 겹쳐져서 굉장히 부담스러운 과제였습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겠다고 바쳤던 묵주기도, 그렇게 내딛었던 첫 발로 시작한 이 걸음도 이제 길이 되었나봅니다.
스스로에게 자신 없던 시간이 지나고 이제 곧 견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이번 견진은 내게 이미 커다란 은총과 더불어 많은 깨달음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어릴 적 성당에 드는 빛과 공기에 반해서 가슴 두근거리며 지낼 적에 처음 가졌던, 그리고 다시 되새겨 보는 지금의 이 생각과 마음이 변치 않도록 항상 감사를 잊지 않는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기도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