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죄로 상처 입으신 예수님

2006. 5. 7. 오전 5:13:13

글자

죄로 상처 입으신 예수님 우리는 복음에서 사람의 마음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죄 때문에 괴로워하시는 그리스도를 만납니다. 죄는 아버지의 마음을 상하게 하듯이 그리스도의 마음도 상하게 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에게 해방의 길을 제시하시고 이를 발견하도록 하시려고 죄의 처참한 결과를 몸소 경험하셔야 했습니다. 마르코복음, 특히 2장과 3장은 사람의 죄 때문에 상처입고 괴로워 하시는 그리스도의 마음을 깊이 있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메시지를 알아들어야 하는, 그러나 하느님의 자녀들의 자유가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율법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일 뿐이었습니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주님의 제자들이 안식일에 밀 이삭을 자르는 것을 보고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 있다고 불평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다윗과 그 일행이 먹을 것이 없어 배가 고팠을 때, 다윗이 어떻게 하였는지 너희는 읽어본 적이 없느냐?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마르 2,25-27)라고 반문하셨습니다. 같은 안식일에, 그 일이 있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손이 오그라든 사람의 손을 고쳐주셨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복음은 "그분께서는 노기를 띠시고 그들을 둘러보셨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이 완고한 것을 몹시 슬퍼하시면서"(마르 3,5)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사람의 죄와 완고한 마음 앞에서 끓어오르는 분노와 고통을 참지 못하시 는 분이십니다. 그러한 자들은 주님을 수난과 죽음으로 끌고 갑니다. "바리사이들은 나가서 곧바로 헤로데 당원들과 더불어 예수님을 어떻게 없앨까 모의를 하였다"(마르 3,6). 예수님께서는 미친 사람(마르 3,21), 더러운 악령에 사로잡힌 사람(마르 3,30) 취급을 받으 셨습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주님을 두고 악령에 사로잡힌 자라고 했습니다. 주님의 마음 속에서 뜨겁게 불타오르는 자비와 사랑에 대한 그러한 어처구니없는 오해는 분명 주님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 놓았을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의 꽉 막힌 편협한 판단(마르 4,24), 의도적으로 그분의 뜻을 이해하지 않으 려 하는 우리의 지성적 정신적 나태, 두려움과 신앙의 약함으로 우리가 휘둘릴 때 마음 아파 하십니다. 나자렛에서 병자들의 병을 고쳐주신 것은 그들에게 믿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빵의 기적을 보고도 믿지 못하는 제자들의 불신과 무딘 마음을 보시고 분노하셨 습니다(마르 6,52). 당신 말씀을 듣고 있는 군중에게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지만 그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나 있다 …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 그것이 사람을 더럽힌다. 안에서 곧 사람의 마음 에서 나쁜 생각들, 불륜 도둑질, 살인"(마르 7,6-21)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마르코복음은 계속해서 그리스도의 고통을 더욱더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 예수님께서는 마음 속으로 깊이 탄식하시며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 하는가? 내가 진실로 말한다. 이 세대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 그러고 나서 그들을 버려두신 채 다시 배를 타고 건너편으로 가셨다"(마르 8,12-13). 그리고 제자들에게는 다음과 같이 단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어찌하여 빵이 없다고 수군거리느냐?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느냐? 너희 마음이 그렇게도 완고하냐? 너희는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느 냐? 너희는 기억하지 못하느냐?"(마르 8,17-18). 제자들은 이 말씀을 듣고도 고뇌에 가득 찬 주님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수난과 죽음에 관한 말씀(마르 8,31)을 전혀 깨닫지 못했습니다. 사건의 전개를 알고 있는 우리에게 제자들의 우매함은 충격적입니다. 적어도 우리 죄때문에 그토록 상처입으신 그리스도의 마음에 바로 달려가게 해줍니다. 주님과의 친교는 우리를 이끌어준 주님의 사랑의 징표들에 응답하지 않았던 무수한 기회들 을 밝혀줄 것입니다. 또한 우리를 위한 하느님의 인자하심에 눈을 뜰 때 우리 자신의 불성실을 보게 될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당신 제자들과 당신 곁에 두고자 하셨던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셨습니다. 베드로는 주님께서 수난당하시던 날 밤에 스승을 세 번이나 배반했습니다. "나는 그 사람을 알지 못하오"(마태 26,72). 애정이 넘치는 주님의 마음은 인간의 이기적인 마음 때문에 끊임없이 상처를 입으십니다. 우리의 닫힌 마음은 주님의 열린 마음을 아프게 하고, 돌같이 차고 굳은 우리의 마음은 살과 피가 흐르는 주님의 마음에 상처를 드리는 것입니다. 죄인의 삶이 극적인 것은 자기 마음을 갑옷으로 굳게 무장하고 있다는 그 사실조차 의식하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가끔 죄책감은 느낄 수 있겠지만 하느님의 깊은 사랑과 관련된 잘못은 깨닫지 못합니다. 죄는 하느님의 율법을 준수하지 않는 행위에 앞서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 마음으로 이루는 하느님과의 친교와 세상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의 계획에 동참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들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에게 범하지 말아야 하는 죄의 목록을 작성하거나 죄에 떨어지지 않기 위해 자신에 맞서 당당하게 싸우라고 요구하지 않으십니다. 또한 의지적 노력으로 자신을 극복하거나 죄인의 신분을 부인하라고 요구하지도 않으십니다. 그러한 노력은 우리를 준엄한 '의인들' 가운데 한 사람이 되게 할 뿐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죄인의 신분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라고 하십니다. 이러한 자세는 우리를 감싸고 우리 마음을 완고하게 하는 오만의 갑옷과 죄를 벗어 버리고 그리스도의 사랑과 구원으로 향하게 합니다. 죄를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된 우리는 스스로 죄를 포기하게 될 것입니다. 이미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우리는 하느님의 겸손한 사랑 외에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 죄 앞에서 신뢰를 가지고 그리스도의 성심께 우리를 맡기고 우리의 마음을 불신과 유혹으로 채우지 말아야 합니다. 자기 자신을 타인에게 맡긴다는 것은 큰 모험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의 잘못과 약함을 비난하시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마음」에서 자크 드라포르트 신부 지음 / 이창영·바오로 신부 옮김 / 가톨릭출판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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