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국도에서 물안개공원으로 향하는 샛길따라 들어가면 카톨릭
순교선조의 요람 한 곳이 남한강 자락을 곁에 둔 천상의 고요속에
정숙한 모습으로 강바람과 안식중이란 느낌을 받게하는 "양근성지",
따가운 7월 오후의 햇볕이 인적을 끊어지게 만들었는지 춤을 추는 매미소리 조차
나즈막한 초장위에서 흐트러지니 정갈한 분위기로 마음을 가다듬게 만듭니다.
성모 마리아상 우편으로 십자가 보혈의 영광이 하늘 높히 솟아 올라있어
이 앞에서 잠시 고개숙이며 무거운 짐진 나를 내려놓게 됩니다.
"십자가의 길"이란 작은 표지판을 따라 돌계단을 밝고 내려오게 되는데
십자가의 길은 피(血)와 고통으로 얼룩진 고난의 길이자 용서와 사랑과
부활로 이어지는 영광의 길이기도 할테니 발걸음을 어찌 마다할까요.
파랗게 자란 어린 잔디를 껴안은 긴 축대에는 성경구절과 성서이야기가
편각으로 나열되어 있어 이곳 양근성지의 이미지가 단번에 압축됩니다.
주를 따르는 자 어찌 화평과 평강속에 거(居)하지 아니하리오.
무심으로 흐르는 남한강을 등 뒤로 한 채 두 손 곱게 모은 성모상으로
양근성지는 더욱 더 정갈해지고 성스러워지는 것 같습니다.
발길을 돌리면서 다시한번 하늘에 닿은 십자가 끝을 쳐다봅니다.
나자렛 예수, 오~ 주여,
당신의 거룩한 그 십자가 대속(代贖)의 영광 앞에서 고개숙여 회계하오니
나는 아직도 죄인입니다.
남한강을 스쳐지나온 바람은 이곳에 잠시 내려앉아 그네를 타려하지만
정중정(靜中靜)으로 흐르는 성지의 분위기를 어찌 넘어설 수가 있을까요.
강 자락을 훔친 날바람 조차 숨죽이며 지나가니 정적이 정적을 가두어놓고는
찾아오는 순례자의 마음으로 통하게 만드는 순수의 고요가 깃든 순교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