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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님 선종 1주기를 맞이해서 그분의 말씀을 모은 작은 책 <하늘나라에서 온 편지>가 발간되어서 읽어보았습니다. 그 중에서 마음에 다가오는 이야기가 있어서 소개합니다.
어느 해 성탄 전날이었습니다. 오랫동안 군과 외교 분야에 몸담았다가 은퇴한 어느 노부부 집에 허름한 옷차림의 중년 남성이 찾아와 동백꽃 화분을 내밀었습니다. “성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노부부는 낯선 사람의 방문에 어리둥절해하며 “누구신데 이렇게 성탄 축하를 하시는지...”하고 물었습니다. “저는 이 앞에서 군고구마 장사를 하는 사람입니다. 내외분이 평소 저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교회에 다니시는 분들이라 짐작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성탄 인사를 하러 왔습니다.” 그제야 자세히 보니 평소 오가며 눈인사도 나누고, 노부부만 사는 작은 살림에 고기나 과일 선물이 들어오면 정성껏 싸서 이따금 전한 일이 있는 집 앞길의 고구마 장수였습니다. 노부부는 동백꽃 화분을 받아들고 행복해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그동안 성탄절에 받은 선물 중 가장 값진 선물이었다고 합니다.
2월 16일은 김수환 추기경님 선종 1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그분이 평생 염원하고 실천했던 것은 하느님의 품안에서 모든 사람들이 서로 형제자매가 되어 사이좋게 사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그런 이유에서 백성을 억압하는 권력자들에게 쓴소리를 하셨고, 어두운 곳에서 허덕이면서 사는 이들에게 작은 힘이라도 되고자 애를 쓰셨습니다. 김 추기경님은 생전에는 물론 사후에도 당신 이름으로 무슨 기념 사업하는 것을 극구 말리신 분입니다. 그런 분이니 선종 1주기를 맞아 떠들썩한 행사를 하는 것을 그리 달가와하지는 않으실 듯합니다. 그보다는 그분이 살아 생전에 염원하셨 바을 우리 각자의 삶에서 조용히 이어받기를 바라실 것입니다. 그분이 평생 염원하고 실천하려고 하셨던 것은, 자비의 하느님을 닯아서 내 주변에 있는 이들, 특히 이름없고 힘없는 작은 이들을 무시하지 않고 소중한 인간으로 대하는 것이었습니다. 추기경님이 예로 든 그 전직 외교관이 집 근처의 군고구마 장사를 따뜻하게 대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루카복음에서 누가 내 이웃이냐는 질문을 받으시고 예수님은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들려주십니다. 그리고는 그 비유 끝에 길가다 강도를 만난 사람에게 이웃이 되어 준 사람이 누구였냐고 물으십니다. 율법 교사가 "그에게 자비를 베푼 사람입니다."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렇게 이르십니다.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루카 10,37) 전직 외교관의 이야기를 들려주신 김 추기경님도 그러실 것입니다. "여러분도 가서 그렇게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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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추기경님을 기억하면서
2010. 3. 13. 오후 9:5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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