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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신자들은 해마다 부활 전에 사십 일간 희생과 보속의 기간을 갖습니다. 이를 교회 용어로 사순절(四旬節)이라고 하지요. 왜 우리는 해 마다 사순절을 지낼까요? 왜냐하면 예수님은 이미 부활하셨지만, 그 분을 따르는 우리 자신은 아직 부활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말하면 새사람이 덜 되었기 때문에 회개의 기간을 갖습니다. 그러면 사순절의 기본 정신인 회개는 무엇일까요? ‘회개하다’에 해당하는 그리스어 동사 “메타노에인metanoein"은 ‘생각을 바꾸다’ ‘달리 생각하다’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회개란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꾸면서 스스로 변화되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까요?
1. 회개는 우리의 자신을 하느님 앞에 세우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이라면 자신의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인간은 예외 없이 언젠가는 죽어야할 존재이고, 돈이나 명예는 물론, 우리가 애지중지하는 몸도 흙으로 돌아가게 마련입니다. 바로 이것을 기억하기 위해서 사순절을 시작하는 재의 수요일에 우리 머리 위에 재를 받습니다. 우리가 가진 것 모두가 우리 자신과 함께 모두 먼지로 돌아간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아마도 덜 욕심 부리고 덜 시기하고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영원히 살 것처럼 생각하던 것을 바꾸어서 우리 삶의 끝을 자주 생각한다면, 우리의 삶이 바뀔 수 있을 것입니다. 미움을 줄이고 많이 사랑하고 배려하려고 하고, 욕심을 줄이고 많이 나누고 베풀려고 노력하는 삶으로 말입니다.
2. 회개는 하느님 앞에 자신을 세우고서 자신의 유한성을 마음에 새기면서 달라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회개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회개는 좀 더 긍정적이고 밝은 측면이 있습니다. 즉 우리가 대하는 하느님은 심판을 앞세우는 분이 아니라 한없이 자비로우신 분이라는 것을 깨닫고 기쁘게 사는 것입니다. 인간은 자신의 마음에 드는 사람만 예뻐하고 사랑하지만 하느님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예수님이 잃어버린 아들의 비유(루카 15,11-32)를 통해서 알려주신 것처럼 아버지 하느님은 우리가 비록 부족함과 허물이 크더라도 내쳐버리지 않고 보살펴주시는 분입니다. 그래서 회개의 두 번째 측면은 자비로운 하느님께 눈을 두면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업신여기거나 비하하지 않고 자신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세상에 태어난 이상, 하느님께서 무엇인가 우리에게 뜻하신 것이 있을 것이고, 그래서 우리 각자는 아주 소중합니다. 어떤 때는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못마땅해서 미운 마음이 들지요. 남에 비해 너무 능력이나 재주가 없어 보이고, 잘 생기지도 못하고 그래서 자신을 업신여깁니다. 이럴 때 진정 회개가 필요합니다. 내 자신이 별로 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하느님께서는 나를 극진히 아끼신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기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우리 인간은 예외 없이 하느님께서 창조하셨습니다. 그러기에 나름대로 다 가치가 있습니다. 자신의 고유한 가치를 발견하고 존중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 해야 할 숙제입니다. 사람은 어느 정도 자신이 가치가 있다고 확신할 때 제대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3. 하느님은 나만이 아니라 나 외에 다른 사람에게도 사랑과 자비를 베푸십니다. 따라서 하느님을 중심에 두고 생각한다면 모든 인간을 당시 자녀로 아끼시는 하느님을 닮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진정한 회개는 이웃 사랑으로 이어집니다. 이웃을 사랑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할까요? 다른 사람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먼저 보는 것입니다. 아무리 미운 사람이라도 장점 하나 정도는 분명히 있게 마련입니다. 또한 이웃 사랑은 남이 아무리 허물과 약점이 많고 자주 잘못하더라도, 하느님의 손길이 닿으면 달라질 수 있음을 믿고 그를 단죄하지 않고 관대하게 대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회개란 하느님 앞에 자신을 세우고서 자신의 유한성을 깨닫고,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인식하면서 자신과 이웃을 긍정적으로 보고 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회개에 이르기 위해서는 우선 좀 조용한 시간을 가질 줄 알아야 합니다. 궁술대회에서 활 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먼저 잡념을 없애고 온 마음을 모아서 정신 집중을 합니다. 그런 연후에 활시위를 당기게 되면 화살이 목표물에 적중을 합니다. 우리의 삶도 이와 비슷합니다.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자신을 돌이켜 보고, 살펴보는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이런 시간을 갖기 위해서 바로 기도와 묵상을 합니다. 기도와 묵상의 시간을 통해서 내 자신을 하느님 앞에 세울 때 비로소 온갖 욕심과 시기와 질투, 쓸데없는 걱정, 근심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이 선물로 주신 사순시기에 좀 더 새롭게 변화될 수 있도록 시간을 쪼개어 기도와 묵상을 기회를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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